일본 시가현 야마무라 마을 산신제에 다녀와서

박현국 2026. 1.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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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국 기자]

3일 아침 야마무라 마을 어르신들과 어린이들 40여 명이 마을 가운데 있는 야마무라 신사에 모였습니다. 해마다 정월 3일에 지내는 산신제를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마을 초등학교 어린이회와 노인회가 힘을 모아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아먀 마을에서 여는 산신제입니다. 야마무라 신사 구지 직원이 부정을 씻고, 복을 빌고, 산신제를 진행합니다.
ⓒ 박현국
한국과 일본 모두 산신제는 정월 초 좋은 날을 받아서 산에 올라 산 속에 있는 산신당이나 산제당, 산신각에서 산신을 위해서 제사를 지내는 행사를 말합니다. 오래 전 산신의 복으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여겨서 풍년과 건강을 감사하고 기원했습니다. 산신은 여신이라고 해서 주로 남자들이 중심이 되어 제물을 준비하고 제를 올립니다.

한 일 두 나라 모두 오래전부터 지내오던 산신제는 이제 거의 사라지거나 없어졌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산신을 섬길 만큼 민간신앙에 관심도 없고, 산촌이나 농촌에 산신제를 지낼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에도 여러 곳에 산신 신앙이 남아 있었으나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가현에서는 오래 전 거의 모든 마을에서 새해 아침 일찍 마을 뒷산 입구나 정해진 곳에서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이제 점점 사라져 마을 사람들이 순번제로 간단히 제물만 진설하고 마치기도 합니다.

야마 마을에서는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적극 참여하여 정성껏 산신제를 지냅니다. 아마도 마을 규모가 크고, 마을 둘레에 공업단지가 있어서 마을 사람 가운데 바깥 도시로 떠나간 사람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신사 구지(宮司) 직원이 직접 참가하여 복을 빌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준비한 제물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볏짚을 주로 사용합니다.
ⓒ 박현국
야마 마을 남자들은 아침 일찍 마마무라 신사에 모여서 산신제에서 사용할 여러 가지 제물과 제사 도구들을 직접 만듭니다. 남신과 여신을 상징하는 알파벳 와이 자 형 막대기에 감귤과 곶감을 매달기도 하고, 제사 뒤 음복 때 음식을 나누어 먹을 젓가락을 만들기도 합니다.

시가현 산신제 제물 가운데 빠지 않는 것이 츠도입니다. 츠도는 볏짚을 반으로 접어서 묶고 접힌 곳에 작은 돌이나 모찌 찹쌀떡을 넣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전해 온 것이라고 하지만 산신이 여신이라는 점에서 여신을 위한 남성을 상징적으로 만들어 올리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 제물 가운데 밥을 직접 짓기도 합니다. 지은 밥은 산신제가 열리는 곳까지 직접 가지고 가서 산신에게 올리고 음복으로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기도 합니다.

모든 제물 준비가 끝나고 11시 무렵 신사 구지 직원을 따라서 제물을 든 어린이와 노인들이 마을 뒤 산 입구로 향해서 걸어갑니다. 산신제를 여는 제장에 도착하여 금줄을 펴서 걸치고, 마을 사람들이 두 줄로 섭니다.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준비하여 산신제를 여는 곳에 진열해두었습니다. 이곳은 시가현 고카시 소마나카 마을입니다.
ⓒ 박현국
신사 구지 직원은 금줄 앞에 서서 부정을 씻고, 산신제를 여는 이유를 말하고 복을 빌고, 마을과 가정의 번영과 행복, 건강을 기원하는 축문을 읽습니다. 이것이 끝나면 금줄을 잘라 산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따거나 일을 해도 좋다는 선언을 합니다.

남신과 여신을 결합시키는 의식을 하고 제물로 사용한 밥과 술들을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같이 나누어 먹습니다. 이때 두 줄로 서서 마주 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 사이로 어린이가 기를 들고 뛰어가면 서 있던 노인들이 어린이의 엉덩이를 '츠도'로 두드리기도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서로 축하하고, 행복과 건강을 비는 행동은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가현 사람들은 산신제라는 의식을 통해서 마을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서로 알고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고 방식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산신이 복을 주고 풍요와 안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오래 전부터 이어온 마을 행사를 우리가 지금도 이어서 진행한다는 자부심과 우리가 중단시키지 않았다는 책임감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마치면서 음복을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시가현 야마무라 신사(滋賀県甲賀市水口町山3019) 가는 법]
JR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선 전차를 타고 구사츠에 가서 구사츠선 전차로 갈아타고, 기부가와역에서 다시 오우미철도로 갈아타고 미나구치마츠오역에서 내려 3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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