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특별한 이유

김선아 2026. 1. 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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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넘어 예술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3월 28일까지 열려

[김선아 기자]

그림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59th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이 끝날 무렵 전시 소식을 접하고 얼리버드 티켓을 미리 예매해 두었다. 전시가 시작되었고 새해 연휴를 맞아 특별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걸 알고 전시장을 찾게 됐다.

이번 전시를 관람한 계기는 작년 여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앤서니 브라운 원화전' 영향이 컸다. 당시 책으로만 보던 그림을 원화로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인쇄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깊이와 질감으로 '그림책 원화'라는 장르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

전시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2025년 12월 27일부터 2026년 3월 28일까지 진행된다.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은 종료되었지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도슨트 프로그램이 유료로 운영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이번 전시에 대한 개요를 소개하는 설명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설명에 따르면,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전인 '볼로냐 아동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1967년 시작된 이 전시는 세계 일러스트레이션의 흐름을 조망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국제적인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제59회 전시에는 전 세계 89개국에서 4374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2만1870점의 작품이 출품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신진 작가와 기존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동시대 일러스트레이션이 지닌 문화적·양식적 다양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설명
ⓒ 김선아
특히 이번 전시에는 심사를 통해 선정된 77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을 비롯해,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자 시드니 스미스의 도록 표지 원화가 소개된다.
▲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시드니 스미스 (Sydney Smith), 1980, Canada / 2025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도록 표지 Illustrators Annual Cover 2025
ⓒ 김선아
책 속에서 보던 그림들과 실제 원화는 달랐다. 제한된 사이즈의 인쇄물로 볼 때는 다소 흐릿하게 느껴졌던 색감이 전시장에서는 훨씬 선명했고, 원화는 붓의 결이나 질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물의 머리카락이나 배경의 미세한 표현들은 책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특히 작은 책 속 이미지가 전시장에서는 하나의 작품으로 확장되며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그림책이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인쇄물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이라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 줄리아 파스토리노(Giulia Pastorino)1991,Italy 내 개는 특별하니까! Cane zoppo (Lame Dog) 혼합 재료: 오일 파스델, 파스텔, 디지털 작업
ⓒ 김선아
요즘 그림책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것은, 이 장르가 더 이상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는 이야기의 줄거리와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지금 혼자 마주하는 그림책은 그 안에 담긴 감정과 메시지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글로는 모두 담아내기 어려운 여운을 그림이 보완하고, 여백과 문자의 배열, 색감과 구도까지 더해져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모든 요소가 작가의 의도 아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림책은 오히려 성인이 되어 다시 볼 때 더 깊이 읽히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아나G.라르티테기(Ana G.Lartitegui)1961,Spain 바보들의 배 La nave de los necios (The Ship of Dunces) , 재료: 수채화 Watercolor / 전시회 설명에 따르면 " 바보 들의 도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엉뚱한 사건을 통해 인간 본연의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 김선아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전시를 넘어, 전 세계 작가들의 독창적인 시각과 서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국적과 언어를 넘어 공감으로 이어지며, 그림이 지닌 힘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양효주 Hyoju Yang 1994, 대한민국 야만인 (Barbarian) 재료: 흑연, 연필 Graphite, pencils / 전시회 설명에 따르면 " 작품은 진정한 자아를 깨달은 후에도 자신이 원 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서커스 호랑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정체성 과 자기기만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고, 독자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 김선아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할 전시를 찾는 부모는 물론, 창작의 영감을 얻고 싶은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만하다. 추운 계절, 실내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림을 통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전시다.
관람 이후에는 전시장 내에서 실제 전시된 작품이 수록된 그림책과 도록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원화 감상에 더해 작품이 담긴 그림책을 소장한다면, 전시에서의 경험을 일상 속으로 이어갈 수 있다.
▲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 나온 실제 그림책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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