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캐릭터서 지역경제 효자로… 대전 ‘꿈돌이’ 열풍

전희진 2026. 1. 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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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
라면·호두과자 등 컬래버 상품 호응
금융상품에 돌봄로봇까지 맹활약
캐릭터 상품 즐기는 ‘꿀잼도시’ 변모
市 “와보고 싶은 관광도시 도약할 것”
꿈돌이, 꿈순이와 이장우 대전시장, 대전시 관계자들이 꿈돌이네 라면가게 팝업스토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꿈돌이 라면은 컵라면을 포함해 6개월간 총 11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년간 라면수프를 만들어 온 대전 기업의 노하우와 기술이 집약됐으며, 대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희소성 덕분에 관광객 유입까지 이끌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의 마스코트 ‘꿈씨 패밀리’가 대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꿈돌이·꿈순이를 비롯해 꿈돌이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가세하면서 꿈돌이 마케팅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그동안 재미없는 도시라는 의미로 ‘노잼도시’라 불렸던 대전은 이젠 빵·맛집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까지 즐길 수 있는 ‘꿀잼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추억 속 캐릭터에서 당당하게 부활

꿈돌이는 1993년 대전엑스포의 공식 마스코트였다.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디자인이지만, 콘셉트가 ‘우주아기요정’이었던 만큼 첨단 과학의 이미지까지 함께 갖춘 당대로선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대전엑스포 종료 이후에는 대전시 마스코트로 편입됐다. 어마어마한 인기 덕분에 꿈돌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거나 놀이공원인 ‘꿈돌이랜드’가 문을 열었을 정도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꿈돌이의 인기는 운영권자의 파산, 꿈돌이랜드의 인기 하락 등으로 점차 시들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6월 꿈돌이랜드가 공식 폐장하면서 꿈돌이는 모두의 기억속에서 천천히 사라지고 말았다.

흔한 마스코트들처럼 추억 속 캐릭터가 된 꿈돌이는 2020년 카카오TV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내 꿈은 라이언’에서 압도적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단순히 잊혀진 마스코트가 아닌 어린 시절의 애착인형처럼 사람들에게 늘 그리운 존재였던 것이다.

대전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23년 대전엑스포 30주년을 맞아 꿈돌이에게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가족을 만들어줬다. 여자친구였던 꿈순이는 배우자가 됐으며 부모님 자녀 동생 반려견 친구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대전 꿈씨’ 일가는 그렇게 완성됐다.

먹거리·굿즈 등 전방위적 활약

꿈씨 패밀리는 이제 대전의 ‘로코노미’를 상징하는 대표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로코노미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만의 가치를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곰 캐릭터인 ‘쿠마몬’은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지역 경제를 이끈 로코노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마모토현은 쿠마몬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상품 판매 등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다. 꿈돌이 역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대전만의 특별한 가치를 만들고 있다.

꿈돌이 마케팅의 본격적인 포문은 식품 분야가 열었다. 지난 6월 출시된 ‘꿈돌이 라면’은 20년간 라면수프를 만들어 온 지역기업의 노하우와 기술이 집약된 대전만의 특산품이다. 쇠고기맛·해물짬뽕맛으로 구성됐으며 대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희소성 덕분에 관광객 유입을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 9월 출시된 꿈돌이 컵라면까지 더하면 6개월 간 총 110만개가 팔렸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8월 대전 0시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꿈돌이 호두과자’는 새로운 형태의 청년 자활 일자리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이 제품은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직접 생산해 판매한다. 꿈돌이의 모습을 본 뜬 귀여운 모양, 초콜릿을 씌워 만든 차별화된 맛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까지 더한 덕분에 누적 판매액은 2억6000만원에 달한다. 라면·호두과자 뿐 아니라 ‘꿈돌이 막걸리’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도 호응을 얻고 있다.

꿈돌이 관련 협업 상품은 앞으로 13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코드바이젠트리의 한정판 신발인 ‘꿈돌이 스니커즈(200켤레)’와 우리술협동조합의 ‘100일의 꿈’, 밀팡의 ‘꿈돌이 밀키트’, 3000세트 한정판인 장충동왕족발의 ‘꿈돌이도 반한 족발’ 등이 준비돼 있다.

생활의 영역까지 들어오다

꿈돌이 마케팅의 영역은 먹거리나 굿즈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꿈씨 패밀리가 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후 관광상품화·홍보 등 각종 도시마케팅 사업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6월 출시된 ‘꿈씨패밀리 하나통장’ 세트도 그중 하나다. 하나은행과 시가 협력해 만든 이 통장은 지역 영유아를 위한 입출금통장과 적금통장으로 구성됐다. 금융 혜택은 입출금통장 최대 연 2.5%, 적금통장은 최대 연 8%를 제공한다.

원도심과 엑스포과학공원에 마련된 ‘꿈돌이 하우스’는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동구 중동에 문을 연 1호점에 이어 지난 7월 2호점을 오픈한 꿈돌이하우스는 대전의 주요 관광지를 체험하고 꿈씨 캐릭터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체험·상품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2호점은 개점 2달 만에 누적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꿈돌이는 어르신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가족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시는 올해 지역 독거노인 1000명에게 ‘돌봄로봇 꿈돌이’를 보급했다. 꿈돌이의 모습을 한 이 로봇은 평소에는 친근한 말동무지만, 위기상황 시에는 독거노인을 구하는 든든한 조력자로 변신한다. 실제로 지난 8월 6일 오전 2시쯤 대전에 거주하는 한 70대 노인 A씨가 돌봄로봇 꿈돌이와 대화를 나누다 “죽고싶다” “살려줘” 등의 발언을 반복해 로봇이 시 관제센터에 알려 구조한 사례도 있었다. A씨는 다음 날 오후 보호자 동의에 따라 입원 조치됐다. 그는 평소에도 돌봄로봇 꿈돌이에게 노래를 부탁하는 등 정서적으로 교감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앞으로 꿈씨 패밀리의 활용 폭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경험, 시민과의 감성적 연결을 통해 도시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함께 높이고 있다”며 “캐릭터 마케팅 사업을 발전시켜 꿈씨 패밀리를 세계적 캐릭터로 육성하고 대전을 ‘와보고 싶은 관광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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