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관객 끊긴 한국영화…나홍진 ‘호프’ 될까

정현목 2026. 1.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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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천만 영화는커녕, 5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도 ‘좀비딸’ 한 편 밖에 없었다. 봉준호·박찬욱 감독의 신작 ‘미키 17’, ‘어쩔수가없다’도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귀멸의 칼날’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아바타: 불과 재’ 등 할리우드 대작의 선전을 지켜봐야만 했다.

올해는 어떨까. 나홍진·연상호·류승완·허진호·윤제균 등 중견 감독들이 선보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10년 만에 복귀하는 나홍진 감독의 SF 대작 ‘호프’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다. [사진 플러스엠]

올해 한국 영화 라인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SF 대작 ‘호프’(7월 개봉 예정)다. ‘추격자’ ‘황해’ ‘곡성’ 등 강렬한 에너지의 영화를 만들어온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이다. 한국 영화 사상 최다 제작비(700억원 이상)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비무장 지대 인근, 고립된 호포항 마을에 외계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지의 존재로 인한 극한의 공포 속에서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처절한 선택을 하는 과정을 스릴러 장르에 담아낸다.

황정민과 조인성·정호연을 비롯해 할리우드 톱스타 부부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출연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전개 방식과 주제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한국 영화로,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 ‘군체’. [사진 쇼박스]

연상호 감독의 좀비 호러 ‘군체’(상반기 개봉) 또한 한국 영화 불황을 타개할 장르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행’ ‘반도’의 연장선에 있는 이 영화는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로 건물이 봉쇄되고 감염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며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이야기다.

진화한 좀비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와 목적 의식을 공유하며 공포 수위를 끌어올린다. 11년 만에 스크린 복귀하는 전지현을 비롯, 구교환·신현빈·지창욱·김신록 등이 출연한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부산행’과 ‘지옥’의 강점을 모은 가장 상업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박찬욱·봉준호의 뒤를 잇는 두 감독이 각자 강점을 지닌 장르물에서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가 올해 한국 영화 부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에 격돌하는 ‘휴민트’(류승완 감독)와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아래 사진)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사진 NEW]

설 연휴에는 류승완 감독의 첩보물 ‘휴민트’(2월 11일 개봉)와 장항준 감독의 사극 ‘왕과 사는 남자’(2월 4일 개봉)가 격돌한다.

‘휴민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국정원 조 과장(조인성),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등이 맞붙는 내용이다. 류 감독의 전작 ‘베를린’(2013)의 연장선에 있지만, 전작 주인공 표종성(하정우)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는 “첩보보다는 액션과 드라마에 비중이 실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 침체기에도 ‘모가디슈’ ‘밀수’로 흥행을 이어간 류 감독이 이번에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지 주목된다.

설 연휴에 격돌하는 ‘휴민트’(류승완 감독)와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사진 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비극을 조명한 영화다. ‘관상’(2013) 등에서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뺏긴 연약한 단종의 모습이 그려지긴 했지만, 단종이 서사의 중심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유해진)과 단종(박지훈)이 연민과 우정 등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 청령포 근처에 오픈 세트를 짓고 촬영했다.

장항준 감독은 “촌장 엄흥도가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던 역사적 사실에서 착안했다”며 “유배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단종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했다”고 말했다. 유지태가 그려내는 한명회도 기대 포인트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두 영화가 설 연휴에 쌍끌이 흥행을 하며 한국 영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소희·전종서 주연의 범죄 오락물 ‘프로젝트 Y’(이환 감독, 1월 21일 개봉),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하반기 개봉)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프로젝트 Y’는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두 여인이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한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을 다룬 정치 스릴러로, 경찰(유해진)과 신문 기자(박해일·이민호)의 시선에서 당시 불거졌던 진범 논란을 파헤친다.

하반기 개봉하는 ‘국제시장 2’(윤제균 감독)는 2014년 개봉해 1400만 관객을 모은 ‘국제시장’의 속편으로, 파독 광부(이성민)와 대학생 아들(강하늘)의 관계를 중심으로 2000년대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관통한다.

정현목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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