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쓰기, 중요한 건 ‘인풋’… 사용자 역량 따라 간극 커질 것”

김지훈 2026. 1.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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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생존법] 일하는 방식,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퓨리오사AI의 2세대 반도체 레니게이드 칩 사진을 기반으로 만든 이미지. 최현규 기자


카카오 AI네이티브전략팀 황민호 리더(팀장)가 노트북 화면 속 AI 모델에 2026년 전 세계 증시 전망을 묻는 명령어 몇 줄을 입력하자 곧바로 관련 리포트와 프레젠테이션(PPT)이 생성됐다. 다른 AI 모델은 글로벌 증시 웹사이트를 단 10분 만에 구현해냈다. AI를 통하지 않고 과거 방식대로 했다면 연구원과 디자이너, 웹프로그래머 등 전문가들이 며칠간 매달려야 나왔을 결과물이다.


SK텔레콤 조욱래 에이닷사업개발 파트리더가 개인용 AI 에이전트에 “오후 3시에 회의가 있다”고 적어넣자 AI는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에 접속해 빈 회의실을 예약하고 참석 대상자들의 위치를 바로 파악해 소식을 알렸다. 회의실 관리 직원과 통화하고 메신저를 통해 팀원들을 불러모으는 절차는 모두 생략됐다.


이처럼 AI의 접목에 따른 업무 변화상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된다. ‘AI 얼리어답터’들은 AI를 잘 쓰기 위한 핵심 요건으로 ‘AI의 개인화’를 꼽았다.

최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만난 조 파트리더는 ‘에이닷 비즈(Biz)’를 시연하면서 “AI는 얼마나 많은 사전 정보와 조건을 주느냐에 따라 답변의 품질이 극단적으로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AI를 잘 쓰는 사람과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을 가르는 핵심 요소는 ‘인풋’이다. AI에 얼마나 효율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집어넣느냐와 AI가 내놓는 답변의 완성도가 비례한다는 것이다. 조 파트리더는 “AI 덕분에 업무가 쉬워진다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AI 이전 시대보다 직무 범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대부분 직장인이 AI를 업무에 활용하면서도 기존의 포털 검색창처럼 이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미 AI 활용 능력은 개인의 경쟁력도 가르고 있다. 한 의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박모(31)씨는 4일 “AI가 나오기 전에는 8시간가량 걸렸던 프로그램 개발 작업이 지금은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연구·학습·프로그래밍 업계의 경우 AI 도입률이 100%에 이른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보편화한 상태다. 박씨는 “AI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업계 전체에 거대한 진입장벽이 둘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AI를 단순 활용 중인 이들의 비율은 88%에 달하고, 의도적·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58%나 된다. 매킨지 조사에서도 회사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그림자 AI족’의 비율이 23~58%로 나타났다. AI와 밀접한 관련이 없는 직종일지라도 AI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담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박씨는 다만 AI의 필수불가결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사용자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령 코딩을 할 경우 전체적인 사용자의 의도를 설명하면 1단계 윤곽이 나오고, 사용자가 승인하면 2단계로 구체화되고 3단계를 통해 더 구체화되는 식”이라며 “사용자가 AI의 답변을 검증하는 데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안 쓰느니만 못한 엉터리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교하게 AI를 활용 및 검증하기 위해 구독하는 모델만 제미나이, 클로드, 깃허브코파일럿, 퍼플렉시티 4개라고 전했다.

조 파트리더도 AI의 여전한 고질적 문제인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언급하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문맥을 빠르게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오류를 뜻한다. 그는 “본인 업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AI의 답변을 검증하고 필요한 정보만 받아들여야 하는데, 맥락 없이 AI에게 답변만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I 개인화’ 시도는 업종을 뛰어넘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만난 황 팀장은 30분여간 진행된 미팅에서 5개의 AI 툴을 돌아가며 사용했다. 구글 제미나이를 이용해 리서치를 하고, 카카오 AI 모델 카나나로 교차검증한 뒤 다시 구글의 AI 서비스 노트북LM을 활용해 리포트를 만드는 식이었다. 황 팀장은 AI를 이용해 주말 이틀간 400쪽 넘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가 한 일은 TV를 시청하며 AI에게 필요한 명령어를 집어넣는 것뿐이었지만 책의 완성도는 출판사의 출판 제의를 받을 만큼 높았다고 한다.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비서나 동료와 같은 수준의 ‘개인용 에이전트’의 시대도 눈앞에 다가왔다. 범용 AI와 달리 에이전트 AI는 개인에게 특화된 도구로, 사용자 맞춤형 업무 자동화와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다만 사용자의 관련 지식이 충분치 않으면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KT는 ‘에이전트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각 부서가 업무 특성에 맞는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네이버 역시 직무별 맞춤형 에이전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네이버웍스 AI 스튜디오’를 도입했는데, 지난해 9~11월 석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에만 830개의 에이전트가 탄생했다.

조 파트리더는 “과거 수기로 문서를 기록하다가 워드프로세서와 엑셀이 도입되면서 급변했던 시기와 지금 상황이 굉장히 닮아 있다”며 “신기술을 서둘러 수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경쟁자들의 압도적인 생산성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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