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의사가 사라졌다... 수상한 환자가 감춘 비밀
[안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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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사진 |
| ⓒ 나인스토리 |
마이클은 로렌스의 행방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병원장 그린버그에게 수상한 말들만 늘어놓는다. 수간호사 피터슨은 마이클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지만, 마이클은 피터슨을 극도로 경계한다. 뿐만 아니라 마이클은 알 수 없는 코끼리 이야기를 해대고, '안소니'라는 이름의 코끼리 인형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전개되는 연극 <엘리펀트 송>은 로렌스의 행방을 둘러싼 추리극의 외피를 쓰고 관객에게 다가간다. 실종된 의사를 찾고자 하는 병원장, 실종 사건에 대해 수상한 말만 늘어놓는 환자,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간호사까지, 엇갈리는 세 사람들 통해 연극은 이야기를 치밀하게 쌓아올린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없는 대화에서도 비밀스런 진실이 하나씩 발굴된다.
그 끝에 <엘리펀트 송>은 단순한 추리극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탁월한 심리 묘사, 그리고 하나씩 던져지는 텍스트가 마지막에 이르러 조합되는 서사적 완결성까지, 연극 <엘리펀트 송>의 매력은 관객을 사로잡았고 현재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긴 역사와 함께 한 배우들과 더불어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하며 신구의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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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사진 |
| ⓒ 나인스토리 |
그린버그는 마이클의 주치의가 아니므로 마이클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다. 의료 기록을 통해 마이클에 관해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마이클은 그린버그가 기록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린버그는 오직 마이클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상대에 대해 알게 되고, 관객 역시 무대 위 대사를 통해서만 마이클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클의 마음은 무언가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속내를 다 밝히지도 않고, 어떤 경우에는 코끼리 인형 안소니를 빌려 대화에 참여한다. 매끄럽지 않은 대화를 통해 마이클의 삶이 이야기되는데, 마이클은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소년이다. 부모의 잘못된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났고, 태어난 이후에도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
마이클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건 결핍과 외로움이다. 철학자 헤겔은 "자의식의 기초는 타인의 시선에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타인의 시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개인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사랑은 차치하고 관심조차 받아본 적 없는 마이클은 남들처럼 자기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이클이 느끼는 감정과 그의 발화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대다수 관객의 입장에서 다 이해될 수 없다. 그 탓에 세 인물 간의 대화 만큼이나 연극의 드라마 자체도 매끄럽지 않다. 그렇다고 <엘리펀트 송>이 가진 드라마의 완결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을 통해 연극은 완결된 서사를 구축한다.
<엘리펀트 송>은 결말을 알고 보면 이전의 대사들이 다르게 들리는 연극이다. 처음 볼 때는 수상한 대화의 오묘한 매력에 빨려 든다면, 결말을 알고 다시 볼 때는 마이클의 대사와 행동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엘리펀트 송>에 재관람 관객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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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사진 |
| ⓒ 나인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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