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할게" 손가락에 침 발라가며 묵언 훈화한 교장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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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0일, 방송 조회로 진행한 김해 율산초 겨울방학식에서 훈화하는 최진수 교장. |
| ⓒ 최진수 |
지난 30일, 경남 김해율산초 최진수 교장의 '말 없는 겨울방학 방송 조회 인사말' 소식을 들은 이 지역 교직원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방송 조회 화면에 나온 최 교장이 입으로 말하는 훈화 대신 입을 닫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묵언' 훈화를 했기 때문이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훈화, 어떠했기에...
이날 최 교장은 방송 조회에 나와, 이 학교 학생 1151명과 교직원 72명 앞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만,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미리 준비한 16장의 종이카드를 넘겼다. 모두 2분 11초에 걸쳐서다. (관련 동영상: 방송 조회 스케치북 인사 )
"오늘은 말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듣지 않고 들어보세요."
최 교장이 훈화 시작과 함께 차례로 든 첫 번째와 두 번째 종이카드(스케치북)엔 이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이어 최 교장은 "121"이란 숫자만 가득한 종이카드를 펼친다. 다음에 이어진 글귀는 "오늘까지 우리 함께 한 시간 121일"이었다.
최 교장은 이 학교에 올해 9월 1일 자로 왔다. 다음 종이카드로 넘어간다. "1은 시작, 2는 함께한 우리 모두, 다시 1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어 최 교장은 "올해 우리는 곰돌이 으뜸이와 버금이를 만났습니다"란 글귀가 적힌 종이카드를 펼친다. 이어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종이카드를 차례대로 보여준다.
"다쳤고, 아팠고, 여러분 사랑으로 다시 나았습니다."
"곰돌이들은 입이 없어도 말하고, 귀가 없어도 다 들었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마음으로 말하고 들었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입과 귀가 아니어도 눈과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121일, 행복했습니다."
"입과 귀가 아니어도 눈과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말이 있어"
최 교장은 이 학교에 온 뒤 교장실 문 앞에 커다란 곰 인형 두 개를 갖다 놓았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부담 없이 교장실을 방문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곰 인형이 상처를 입는 일이 터졌다. 개구쟁이 한두 명이 장난을 치다가 곰 인형을 쓰러뜨린 것이다.
다음은 31일, 최 교장이 <오마이뉴스>에 한 설명이다.
"그래서 그때, 곰 인형 치유 시간을 가졌지요. '교장선생님은 곰돌이 수술 중'이라고 적어놓고 교장실 문을 잠깐 닫았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곰돌이들을 응원하는 종이 딱지를 교장실 문에 무수히 붙여놨죠. 이런 것들이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길 바랍니다."
다시 지난 30일의 묵언 훈화 장면. 최 교장은 "오늘은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집에서는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말해보세요. 듣지 않고 들어보세요"라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종이카드 훈화를 끝냈다.
"이번 방학 따뜻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합시다."
"모두 건강하고 재미있게 지내고 오세요."
사실, 학생들이 제일 듣지 않는 발언 가운데 하나가 교장의 훈화다. 과거엔 운동장 조회에서 교장의 장광설을 듣다가 기운이 빠져 쓰러지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교실 텔레비전으로 이 훈화를 본 김해 율산초 학생들의 집중도는 엄청났다고 한다. 훈화가 끝나자, 이 학교 학생들은 최 교장을 만날 때마다 "말씀 잘 들었다, 아니 말씀 잘 봤다"라고 입을 모았다고. 교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최 교장의 묵언 훈화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본 교사들은 "정말 집중하게 만든다", "최고다",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이 메시지, 감동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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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0일, 방송 조회로 진행한 김해 율산초 겨울방학식에서 훈화하는 최진수 교장. |
| ⓒ 최진수 |
최 교장은 이런 색다른 훈화를 준비하는 까닭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지난 30일 겨울방학식 인사말은 '마음과 마음 나누기, 사랑 나누기'의 소중함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선택한 방법"이라면서 "교장인 저의 방송 조회 인사 모습을 후배 교사들도 볼 것이기 때문에 본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런 내 인사 모습이 후배 교사들에게 좋은 수업 아이디어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 교장은 종이를 넘길 때 왜 손가락에 침을 발랐을까? 그는 "진짜 종이가 안 넘어가서 옛날 어르신들처럼,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침을 바른 것"이라면서 "나중엔 학생들이 재미있으라고 일부러 침을 바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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