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인상주의' 열풍... 전시장 가기 전에 알아두세요
학교와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미술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에서 모아 둔 내용을 바탕으로 유럽 7개국 미술관의 대표 작품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김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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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전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전시 포스터. 이번 전시는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거장들의 정수를 국내에 소개한다. |
| ⓒ 김상 |
이 집요한 질문의 끝에서 회화를 '무한한 공간'으로 확장해버린 거장이 있습니다. 바로 클로드 모네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예술적 집념이 완성된 곳, 지베르니의 정원과 연못으로 향합니다.
지베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업실'의 탄생
클로드 모네의 삶은 '수련'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1890년대 무렵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둥지를 틀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약 250점의 수련 연작을 쏟아낸 모네. 그는 왜 그토록 수련에 집착했을까요?
그에게 연못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 계절의 순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거대한 도화지였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은 날의 희미한 공기부터 강렬한 햇살이 수면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찰나의 반짝임까지, 모네는 그 모든 변화를 캔버스에 기록했습니다.
모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에 튤립과 아이리스, 작약, 양귀비, 장미를 심었습니다. 계절마다 라일락과 수국, 철쭉이 피어나는 그곳은 모네만의 작은 낙원이었습니다. 연못 위에는 일본식 다리를 놓고 수련을 띄웠습니다.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 위로 낮게 드리운 이 풍경을 두고, 모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업실'이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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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드 모네의 '수련' (1916년경) 일본 도쿄의 다이토 구 우에노에 위치한 국립서양미술관 소장. 지베르니 정원의 연못을 모티프로 한 모네의 대표작이다.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수련과 물결 위의 반사된 빛은 전통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구성을 보여주며, 풍경화를 추상화에 가까운 형태로 끌어올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
| ⓒ 국립서부미술관 |
모네는 생전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행운의 화가였습니다. 말년에는 작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유럽을 넘어 미국에까지 거장의 이름값이 드높았지요. 하지만 모네가 진정으로 갈구했던 것은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직 자연이 선사하는 찰나의 감동을 어떻게 하면 온전히 색채로 옮길 수 있을지에만 몰두했습니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마음을 툭 건드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뭉클한 울림.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색채가 가진 본질적인 힘이자, 모네의 그림이 시대를 초월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진짜 이유일 것입니다.
모네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최후의 선물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벽면을 가득 채운 여덟 점의 '수련' 대작입니다. 높이 2미터, 총 길이 91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연작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관람객을 포근하게 감싸 안습니다.
전시실은 두 개의 타원형 공간으로 나뉩니다. 먼저 마주하게 되는 '서쪽 방'은 버드나무의 시간입니다. '버드나무가 있는 아침' 속 나뭇가지들이 수면 위로 고요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친 물감 흔적뿐이지만, 서너 걸음 물러나면 안개 속 버드나무가 신기루처럼 살아납니다.
반면 '동쪽 방'은 빛과 하늘의 세계입니다. '구름'에서는 하늘과 연못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져 발밑의 수면이 곧 하늘인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이어지는 '노을'의 붉고 보랏빛이 감도는 색채는 하루의 여정을 차분하게 갈무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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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련(1919년) 캔버스에 유화, 101 x 200 cm, |
|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사실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형태가 무너지고 색이 뒤틀려 보였지만, 그는 절망하는 대신 그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사물의 경계를 허물고 오직 색채와 빛의 울림만 남긴 그의 시도는 훗날 20세기 추상회화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친 붓질뿐인 흔적들이, 멀어지는 순간 하나의 거대한 숨결로 합쳐지는 경이로움. 그것이 바로 '빛의 화가' 모네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마법입니다.
오랑주리에서 그가 도달한 종착역을 보았다면,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모네가 걸어온 치열한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미술관을 함께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모네가 그토록 붙잡으려 했던 빛과 자연의 진정한 의미를 비로소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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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련: 버드나무가 있는 아침 1915년 ~ 1926년 (모네의 생애 마지막 시기)작품, 세로 약 2m, 가로 약 12.75m의 초대형 패널,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휴전 다음 날, 승리와 평화를 기념하여 프랑스 국가에 기증할 것을 약속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
| ⓒ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빛은 그림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지베르니에서 오랑주리까지 모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이번 기사가 올겨울 인상주의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거장의 시선을 이해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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