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모듈러 주택’… 소비자 선택 받을까
정부, 내년 상반기 모듈러 특별법 제정 추진
공사 기간 20~30% 감소… 안전사고 위험 낮아
품질·경제성 등 문제… 민간 시장 확산 미지수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모듈러 주택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모듈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연간 3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발주도 예고했다. 2026년은 모듈러 주택 활성화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모듈러 주택 활성화 성공 여부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9·7 대책 발표 당시 ‘탈현장공법(OSC)·모듈러 특별법’(가칭) 제정을 통해 모듈러 공법을 활성화하고,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그간 모듈러 건축 시장은 정체돼 있었다. 모듈러 건축의 법령상 정의가 없었고, 현장 타설 공법 중심으로 법 제도가 운용되면서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 제작 단계에서의 품질관리 체계와 기술력이 미흡했던 탓에 누수·붕괴 등 주택 품질 문제가 발생했고, 소비자 인식이 나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낮은 생산성과 균일하지 않은 품질, 높은 사고 발생률, 건설 인력 고령화 등 기존 건설 방식을 유지하는 것의 한계들이 드러나며 OSC 공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주택공급 부족 상황이 부각되며 모듈러 주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모듈러 특별법’을 통해 그간 미흡하게 관리됐던 모듈러 시장 바로잡기에 나섰다. 먼저 모듈러 건축 기술과 건축물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신설하고, 설계·감리·품질관리 등 OSC·모듈러 관련 맞춤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각종 건설 기준 등 규제 완화, OSC 실증단지 구축을 통한 인센티브 지원 강화 등의 방안도 담을 예정이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과 인센티브를 통해 건설회사나 모듈러 회사가 설비 투자를 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해주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재료와 공법에 따라 모듈의 형태가 다르니 현장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모듈러(3차원), 프리패브,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등 용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건설업계는 건축을 ‘제조업화’해 속도와 생산성, 안전성은 높이고 사고 가능성은 낮추는 OSC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OSC 방식으로 건물을 지으면 기존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이 20~30% 감소하고, 날씨 등의 영향을 적게 받아 일정한 품질 유지가 가능해서다. 또 작업자가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할 일이 줄어 안전사고 위험이 크게 낮아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대형건설사들도 모듈러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모듈러 사업을 주거 혁신의 3대 축으로 삼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GS건설은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중심으로 모듈러 공동주택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도 수주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도급계약을 맺은 14층 스틸 모듈러 아파트인 ‘시흥거모 공공주택 사업’이 그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13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 ‘용인 영덕 행복주택’을 준공했고, 지난해 현대제철과 연구소 ‘H(모듈러)-랩’을 설립하기도 했다.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건축 품질, 경제성, 사회적 인식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2021년 대한건축학회논문집에 실린 ‘모듈러 주택의 공법 차이에 따른 거주 후 평가 비교’ 논문은 모듈러로 지어진 ‘천안 두정동 행복주택’에 대해 “세대 간 (벽체) 차음 성능이 국토부의 평가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고, 거주자 만족도에서 가장 낮게 평가됐다”며 “균질한 품질 성능 확보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확보도 갈 길이 멀다. 모듈러 시장은 아직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기존 공법 대비 공사비가 20~30%가량 비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듈러의 장점으로 언급되는 빠른 공기, 저렴한 공사비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가능하다”며 “모듈러 주택이 공공 임대주택을 넘어 민간 분양까지 가능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듈러 주택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을 넘어 민간 주택시장까지 안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도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이 방식을 선택해야만 모듈러 주택을 선보일 수 있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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