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배경 시민 대하는 이 드라마의 자세, 왜 한국에는 없을까?
[김성호 평론가]
인간은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존재다. 내가 사는 땅, 내가 자란 고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결과로써 익숙한 것을 보통이며 표준이라 여긴다. 그저 내게 친숙했을 뿐인 것을 온 사회, 나아가 온 세상의 표준적 질서라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이는 착각이다. 그러나 닫힌 것이 나 자신임을 깨닫고 열린 자세로 진실을 수용하는 이는 얼마나 드문가. 세상의 많은 문제가 이로부터 비롯된단 건 아픈 진실이다.
한국은 세계적 표준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나 있는 국가다. 그나마 세계적 표준에 가깝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들 사이에서도 각종 지표가 최고나 최하를 오간단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과 산업재해 발생률 또 세계 유일의 휴전 분단국 등 여러 특이점은 한국이 스스로 떠올리는 것만큼 보통의 표준국가가 아니란 사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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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덱스터 스틸컷 |
| ⓒ 쇼타임 |
미국 케이블채널 쇼타임의 역작 <덱스터>의 주인공은 미국 마이애미 경찰청 법의학자이자 혈흔분석가 덱스터 모건(마이클 C. 홀)이다. 덱스터는 강력범죄에 휘말린 엄마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유년 시절 목격한 뒤 담당 형사였던 해리(제이스 레마 분)에게 입양돼 자란 인물이다. 어린 시절 충격 탓인지 정상적인 감정 발달이 이뤄지지 않고 사이코패스적 특징이 발현된 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같은 현상을 발견한 해리가 그를 철저히 교육한 결과로 덱스터는 제 충동을 효과적으로 감추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간다.
물론 해리의 교육이 덱스터를 완전히 보통사람으로 만든 건 아니다. 이 드라마가 성공에 이른 가장 큰 요인은 '살인마를 사냥하는 연쇄살인범'이란 독특한 설정에 있는데, 해리가 덱스터를 바로 그와 같은 인물로 키워낸 것이다. 아버지의 엄격한 방침에 따라 오로지 죽어 마땅한 이만 사냥하는 덱스터는 철저히 제 존재를 감춘 채 마이애미에 출몰하는 사냥감을 추적한다. 경찰청 강력계는 그가 이 같은 활동을 해나가기에 최적인 장소. 드라마는 자연스레 경찰 내부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내보인다.
매 시즌 전보다 강한 자극에 골몰하는 드라마다. 시즌5는 지난 시즌의 마지막에 사랑하던 아내 리타를 잃은 덱스터가 그 상실감을 극복하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담는다. 이 시즌의 주된 상대는 날씬한 금발 여성만 타깃으로 삼는 연쇄살인범 패거리, 일명 '드럼통 살인마'다. 경찰에 앞서 그들을 잡으려는 덱스터의 이야기 뒤로, 이 시즌은 경찰청 내부에서 빚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인상적으로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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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덱스터 스틸컷 |
| ⓒ 쇼타임 |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 하나는 다양한 구성이겠다. 남성과 여성이란 성별 뿐 아니라, 인종과 언어, 문화적 배경까지가 하나같이 그들의 특성으로 활용된다. 반면 한국이라면 등장할 밖에 없는 학력과 경찰대학이냐 일반대학이냐 하는 구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 같고 다름의 원천을 살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드라마가 이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극중에선 "영어도 하지 못하는 놈들이 살아 불쾌하다"는 식의 표현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몰지각한 혐오의 시선으로 다뤄질 뿐이다. 그보다는 라틴계 주민을 동료 시민으로 대하며 이들의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찰의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이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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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덱스터 스틸컷 |
| ⓒ 쇼타임 |
미국이 다민족 국가이자 문화적 용광로를 표방했던 다원주의의 실험장이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덱스터>가 그리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은 이색적이다. 이는 기획부터 철저히 의도된 결과다.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마이애미는 라틴계 인구가 전체의 70%에 달해 그 구성부터 다른 미국 도시들과 정체성을 달리한다. 라틴계라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쿠바계부터 베네수엘라, 멕시코, 아이티,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민자가 섞여 살아간다. 미국 내 중남미의 수도라 불릴 만큼 라틴계 정체성이 강하지만 전통적 백인 인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국 형사물과 범죄물이 한국 내 이주 배경 문화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돌아보면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청년경찰> 등의 작품이 대림동을 비롯한 조선족 밀집지역을 범죄의 온상처럼 묘사한 사례는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만큼 유명했다. 실제 강력범죄가 타 지역에 비해 더 많다는 통계적 근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이해나 관용의 태도를 작품 가운데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적 영역 전반에 완전 국적 취득자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 배경 시민들을 포용하지 않는 폐쇄성 또한 이야기돼 마땅하다. 미국과 유럽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공적 영역 안에 받아들이고 그와 관련한 통계까지 작성해 발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은 영주권을 가진 이들도 경찰은 물론이고 공적 영역 전반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 귀화자 등 이주 배경을 가진 이라 해도 전체 경찰 인력 중 채 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국 사회의 인종적 구성에 공적 조직이 다가서려는 노력은 전 사회적 의제로 고려조차 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심지어는 공적 매체, 미디어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영화에서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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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덱스터 포스터 |
| ⓒ 쇼타임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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