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님과 물고기의 전설, 천년 고찰 포항 오어사를 가다

여경수 2025. 12.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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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수 기자]

지난 주말(27일), 고등학교 동문 친목회 친구들과 함께 포항을 찾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삼국유사에도 기록되어 있는 유서 깊은 사찰, 오어사였다.

오어지로 불리는 저수지에 둘러싸인 오어사는 원효스님이 혜공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현판의 글씨가 눈에 띄었다. 물고기체로 불리는 독특한 서체로 쓰여 있었다.

오어사의 이름은 원효와 혜공 스님 사이의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두 스님이 계곡에서 함께 물고기를 잡아먹고 돌 위에 변을 보았는데, 그 변 중에서 한 마리의 물고기가 살아 힘차게 헤엄쳐 올라가는 것을 보고 서로 자기 물고기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다.

이 일화가 전해지면서 절 이름이 되었고, 한자로 나올 오(吾)와 물고기 어(魚)자를 합쳐 오어사라고 사찰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항사사였다.
 오어사 대웅전의 꽃창살 무늬
ⓒ 여경수
오어사 대웅전의 문틀에는 국화꽃과 모란꽃 창살이 새겨져 있어 독특하다. 대웅전 불상은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함께 모셔져 있는 석가삼존불상이다. 대웅전 바깥 둘레에는 소를 찾는 그림이 6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소를 찾는 과정을 자신의 본성을 찾는 과정으로 본다. 이를 심우도(尋牛圖)라고 부른다.
 오어사 대웅전의 심우도
ⓒ 여경수
대웅전 옆 유물전시관에는 국가지정 보물인 오어사 동종이 전시되어 있다. 이 동종은 현대에 포클레인 기사가 작업 중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고려 고종 당시 만들어진 내역이 새겨져 있다.

오어사 뒤편으로는 자장암과 원효암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자장 율사는 오어사를 창건한 스님이며, 이후 의상 스님도 이곳에 머물렀다. 원효암은 원효 스님이 수양했던 공간이다. 신라시대 대표적인 고승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갔으니, 오어사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오어사에는 법고, 범종, 목어, 징이 한 곳에 배치되어 있다. 법고는 가장 왼쪽에 있으며 암소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그 옆의 범종은 현대에 성덕대왕신종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목어는 물고기 모습인데, 이것이 점점 작아져서 지금의 목탁이 되었다고 한다. 징은 현대에 다시 제작되었고, 오래된 징은 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는 오어사를 둘러본 뒤, 원효교로 불리는 출렁다리를 건너 오어지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오어지 둘레길의 총 길이는 7km 정도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오어사를 직접 둘러보니 천년 전 이곳을 거쳐간 스님들의 자취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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