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다른 고환율… “자본 리쇼어링 카드 반짝효과 그칠수도”
美 금리 인하에도 환율 고공행진
투자 수요 높일 근본 대책 필요성

정부가 고환율을 잡기 위해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자본 리쇼어링(국내 복귀)’ 혜택을 더 늘리면서 외환시장에 미칠 효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배당을 받고 쌓아놓은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세금을 95% 감면해 준다. 이를 100% 비과세로 확대해 국내로 달러 유입을 독려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95% 감면이 처음 적용됐던 2023년에는 환율을 일정 수준 안정시키는 ‘소방수’ 역할을 했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 중 하나로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익금불산입 제도) 한도를 현행 95%에서 100%로 높이는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익금불산입 제도는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해 현지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국내로 들여올 때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해외에서 세금을 냈음에도 국내에서 또 내는 이중과세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3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022년에도 익금불산입 제도 카드를 꺼냈다. 기재부는 그해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율을 95%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연초 달러당 12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으로 급등한 시기였다.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2022년 10월엔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기업의 해외 배당금에 대해 95% 비과세가 시행된 2023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2021년 133억 달러, 2022년 144억 달러 수준이었던 해외 배당금 유입 규모는 이듬해 434억5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2023년 초 12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기업의 해외 유보금이 국내로 들어오는 흐름과 더불어 1300원 안팎을 유지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에도 해외 법인의 내부 유보 잉여금이 국내로 환류되며 원·달러 환율이 1260원대 중반까지 하락한 경험이 있다”며 “(현재) 기업들의 잠재적인 달러 매도 물량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자본 리쇼어링’ 당근책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비과세율이 5% 포인트 늘어난 수준에 그치는 데다 해외에 쌓아둔 배당금이 일시에 국내로 유입된 이후에는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과거와 차이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화 약세 국면이 언제 해소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5% 포인트 추가 비과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의 국내 투자 수요를 높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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