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상에서 사라졌으나 되살아난 한강의 보물섬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서울시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의 한강의 모습을 알리고,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말>
[오충현]
서울 한강에는 밤섬이라고 하는 보물섬이 있다. 생긴 모습이 밤톨과 비슷하다고 하여 밤섬(율도, 栗島)이라고 하는 이름이 붙었다. 밤섬은 고려시대에는 유배지로 이용되었다. 서울이 수도로 결정된 조선시대에는 마포 나루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배를 만들거나 고치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그래서 밤섬에는 배를 만드는 목수들과 그 가족이 몰려 살았다. 겨울이면 한강의 얼음을 잘라 석빙고에 저장하는 채빙업으로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밤섬에는 김씨, 마씨, 성씨, 윤씨, 지씨, 판씨, 함씨, 허씨 등이 살았는데, 지배적인 성씨는 없었으며, 특이한 성씨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 전쟁 이후 한강의 주운이 멈추면서 밤섬은 조금씩 잊힌 섬이 되었다. 1968년 서울시는 여의도를 현대적인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윤중제라고 하는 둑을 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밤섬은 윤중제를 쌓기 위한 돌과 흙을 제공하기 위해 폭파되면서 결국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당시 밤섬에 살던 주민들은 강 넘어 마포구 창전동으로 이주하였다.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에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밤섬 이주민들과 그 후손들이 스스로 '도시 속 실향민'이라고 부르면서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밤섬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적 지주는 부군당(府君堂)이다. 부군은 마을을 지켜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신을 의미한다. 밤섬에는 배를 만들고 강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부군이 거친 물길로부터 생명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매우 강했다. 밤섬 부군당은 이주 초기에는 와우산 중턱에 당을 지었으나,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1995년 인근에 있는 현재 위치로 새로 건물을 지어 이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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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강대교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밤섬. 1968년 섬이 폭파된 이후, 그 자리에 다시 모래와 흙이 쌓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1999년 서울시 최초로 생태경관보전 지역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인정받아 생태계 보전지역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
| ⓒ 성낙선 |
밤섬은 현재 위 밤섬과 아래 밤섬의 두 개 섬으로 되어 있는데, 위 밤섬은 영등포구에 속하고, 아래 밤섬은 마포구에 속한다. 당초 위 밤섬이 아래 밤섬보다 컸으나, 최근에는 아래 밤섬에 퇴적량이 증가하면서 그 크기가 비슷해졌다.
밤섬에서 가장 무성하게 자라는 수목은 버드나무 종류이다. 과거에는 선버들이라고 하는 나무가 가장 무성했다. 밤섬은 한강 하구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매일 조수간만의 차가 발생한다. 적을 때는 수위 차가 50cm 남짓이지만 큰물이 질 때는 1m를 넘기기도 한다. 선버들은 수시로 물이 들고나는 지역에서 잘 살아가는 버드나무이다. 그래서 항상 뿌리가 물에 잠겨져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선버들은 모래가 물살에 씻겨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조수 간만의 차에도 밤섬의 모래가 흘러가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 선버들이 밤섬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밤섬 모래층 높이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밤섬 이주민들이 위 밤섬 가운데 설치한 비석이 이제는 꼭대기만 보일 정도로 모래 퇴적량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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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섬의 수목을 고사시켜 문제가 되는 가시박 |
| ⓒ 오충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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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마우지는 한 장소에 지속적으로 똥을 싸는 특성이 있고 이 때문에 겨울철 밤섬은 하얗게 눈이 내린 모습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어 매년 봄이면 세척작업을 진행한다. |
| ⓒ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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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섬의 수달 발자국. 밤섬에 수달이 빈번히 출현할 정도로 생태가 건강해지고 있다. |
| ⓒ 오충현 |
이처럼 다시 복원된 밤섬은 여러 가지 생물들이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토된 서울항 건설이나 한강버스와 같은 대형 선박의 주기적인 운항은 대형 선박 운항에 따른 항주파(배의 항해로 인해 발생하는 파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매년 여의도에서 시행하는 서울 불꽃축제의 소음과 빛에 대한 우려도 있다. 주최 측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철새들의 도래나 산란 시기를 피하고 있고, 조사 결과 불꽃축제로 인한 피해는 다행히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제적인 보호지역인 람사르 습지 바로 지척에서 불꽃축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이와 같은 밤섬 주변의 문제 외에 최근 밤섬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밤섬 보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밤섬의 보존된 자연환경이 알려지자 이곳에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거나 내부에 목재 데크를 설치하자는 의견들이 등장하고 있다. 밤섬은 일 년에 몇 차례 물에 잠기는 특징이 있고, 일반 토양이 아니라 모래로 되어 있어서 시설물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출입할 경우 그동안 보존된 자연환경이 빠르게 훼손될 위험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밤섬은 근대화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쫓겨난 섬이다. 다행히 자연의 힘에 의해 복구된 후 이번에는 사람들이 아닌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 인정받아 국제적인 보호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관광지 등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칫 야생동식물들도 쫓겨날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한강에는 밤섬과 같이 사람이 아닌 야생동식물에 양보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밤섬이 오래오래 사람의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야생동식물들의 보물섬으로 남아있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오충현 동국대학교 융합환경과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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