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룬 가이드의 말에 시어머니가 떠오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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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이어서 말했다.
"저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장래 희망에 '가이드'라고 썼고, 대학에 가서 관광학과를 전공한 후, 일본어를 공부해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가이드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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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연 기자]
패키지 여행은 20년 전 친구들과 태국을 여행 갈 때 이용한 후 처음이었다. 일본 오사카 식도락 패키지. 조금 비싼 가격대였지만 해산물 뷔페가 있고, 매 끼니 입이 호강할 수 있는 메뉴 구성과 핵심 관광지가 포함되어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1달 전 예약을 완료하고 그날만 기다렸다. 출발 2주 전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손님, 모객이 되지 않아 여행상품이 취소되었습니다."
식도락을 포기하고, 지난 19일부터 21일 일정의 가성비 출발 확정 패키지로 다시 예약을 했다. 30명이었다. 11명의 3대가 함께 온 가족, 부부, 연인, 단출한 가족 등이 함께했다. 일본 여행은 자유 여행으로 다니다 보니 역사 공부는 기초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가이드는 재미있게 설명을 잘했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했다.
그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자신이 사무라이라도 된 듯 사무라이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새, 개'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욕이 있는데, 일본은 가장 심한 욕이 '죽어라, 바보'라고 말했다. 가이드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서로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가이드는 그 이유가 사무라이 문화에서 시작되었음을 설명했다. 그들에게는 칼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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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커피우유 |
| ⓒ 박이연 |
"도착했습니다. 내리세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을 바라보며 가이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여러분 여기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이 있습니다. 강렬하게 한번 째려보고 이동하시죠."
60여 개의 눈이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우리는 가이드 말을 참 잘 들었다.
"타세요. 출발합니다."
"오늘의 식사는 장어 덮밥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30여 명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버스 안에서는 간식 먹는 사람, 조는 사람, 가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사람 여러 타입이 있었다. 가이드가 설명을 하다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중·고등학교 때 꿈을 적어서 내셨죠? 꿈을 이루신 분 있으신가요?"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가이드는 이어서 말했다.
"저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장래 희망에 '가이드'라고 썼고, 대학에 가서 관광학과를 전공한 후, 일본어를 공부해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를 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사랑하며 즐겁게 일하는 가이드가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설명할 때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에너지가 느껴져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시댁에 첫인사를 갔을 때 시어머니도 그랬다. 필자가 농사일이 힘들지 않은지 묻자 시어머니는 말했다.
"나는 농부여. 논밭이 내 일터고. 너 직장 다니듯이, 나는 논밭으로 가는 거여."
전문 농사꾼으로서 경력 40년이 넘는 시어머니의 그 말에, 18년 전 초보 며느리는 존경의 눈빛을 가득 담아 어머니를 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젊은 가이드가 세월이라는 내공을 쌓으면 얼마나 더 멋진 가이드가 될지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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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조식 오픈런 |
| ⓒ 박이연 |
"여러분, 여행 와서는 남 탓하지 마세요. 그냥 즐기세요. 좀 부족해도 괜찮아요."
우리는 이 말 덕분에 서로에게 투정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여행을 했다. 누군가 투정이라도 할라치면 가이드의 말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괜찮지 뭐."
패키지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바쁘고 분주하다. 일정을 마친 후의 짧은 자유 시간에도 우리는 시간마다 계획을 짰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최대한으로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제한 주류를 오후 8시 30분까지 먹고,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오후 10시부터 숙소에서 제공하는 라멘을 먹어야 했다.
가이드가 우리를 종용하지는 않았지만, 무료 서비스를 놓치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정해진 동선대로 일정이 끝난 후에도 움직였다. 온천 마친 후 우유 자판기에 있는 앙증맞은 유리병에 담긴 커피 우유는 정말 맛있었다. 옛날 서울 우유 유리병의 아주 작은 버전이었다. 이 유리병에 고춧가루, 깨 등을 넣을 요량으로 옷 더미 사이사이 끼워서 가져왔다. 그런 필자를 보고 남편이 말했다.
"그거 왜 챙겨? 깨져. 하지 마."
내 행복 회로를 와장창 깨뜨리는 남편의 한마디가 서운했지만, 참았다. 가이드 말을 떠올리며. 가이드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여러분, 내일은 주말입니다. 숙소에 사람들이 당연히 많겠죠? 초밥의 나라인 만큼, 조식에도 나오는 초밥을 놓치면 안 되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초밥의 종류는 변합니다. 마감 시간에는 없을 수도 있고요. 오전 6시 30분, 조식 '오픈런'을 추천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가이드의 가르침대로 우리는 조식 '오픈런'을 하고 다음날 일정을 했다. 패키지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사람에게 길들여진다는 것. 힘들지만 뿌듯한 그 무엇이 있다. 이것이 패키지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내리세요, 타세요, 드세요. 2박 3일 가이드의 '요요요' 일정에 따라 오사카 여행이 잘 마무리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h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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