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도움받던’ 존재에서 ‘주는 사람’으로 성장한 고려인 청소년들
광주시 외국인 노동자들에 샌드위치와 차 한 잔 건네며 위로
전득안 목사 “손님·이방인 아니라,
사회 책임지는 주인공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지난 19일 추운 새벽 공기에도 출근길을 재촉하던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외국인노동자들 손에 따뜻한 샌드위치와 차 한 잔이 건네졌습니다. 음식을 준비한 이들은 다름 아닌 사회에서 ‘도움받는 존재’로 여겨졌던 이주배경청소년들입니다. 고려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봉사단 ‘굿피플즈 굿잡(Good People’s Good Job)’이 성탄절과 연말을 앞두고 한층 더 외로움을 겪을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새벽 나눔 봉사’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봉사단은 이날 직접 만든 샌드위치 300개와 따뜻한 차를 대접했습니다.
이주민종합지원센터장 전득안 목사는 21일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그동안 ‘도움받는 존재’로 여겨져 왔던 이주배경청소년들이 반대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스스로 찾아 나선 ‘주는 사람’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고 말했습니다.
전 목사에 따르면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학생들은 밝은 얼굴로 출근길에 오른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며,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순간은 노동자들에게 하루를 버틸 힘이 됐고, 학생들에게는 나눔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됐다고 전 목사는 전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는지, 한 외국인노동자는 추운 새벽 봉사에 나선 학생들의 손에 만원을 쥐여주고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끝내 돈을 사양했지만, 그 장면은 서로의 마음이 오간 따뜻한 순간으로 현장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입니다.


월곡중 2학년으로 이날 봉사에 참여한 김안드레이 학생(15)은 “봉사활동은 제 마음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아주 행복한 일이에요. 새벽에 일하러 가는 분들께 샌드위치를 드리며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늘 새벽에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전 목사는 “이번 봉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이 청소년들 대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 속에서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온 이주배경청소년들이라는 점 때문이다”며 “이 모습은 고려인 청소년들이 더는 한국 사회의 손님이나 이방인이 아니라, 이 사회를 함께 책임지는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전 목사는 이어 “이들의 봉사활동은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건강하게 정착해 가는 매우 바람직한 모델이며, 앞으로 지역과 사회를 이끌어 갈 따뜻한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굿피플즈 굿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고려인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잇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굿피플즈 굿잡은 국제구호개발기구 사단법인 굿피플 인터내셔널의 지원을 통해 결성된 고려인 청소년 봉사단입니다. 광주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봉사단은 그동안 마을 환경정화 활동, 요양원 방문 봉사, 바자 운영, 독거 어르신 반찬 나눔, 지역 캠페인 참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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