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논란에도 빵 터진 ‘흑백요리사2’… 들썩이는 유통가

이다연 2025. 12. 21. 12: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셰프가 브랜드로 뜨는 시대
IP로 자리 잡은 ‘스타 셰프’
K식재료·미식으로 유통가 들썩
흑백요리사2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 시즌2가 지난 16일 공개되자마자 유통·외식업계가 즉각 달아올랐다. 시즌1 이후 ‘셰프’는 요리 전문가를 넘어 시장의 판도를 움직이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 잡았다. 매출 증대 효과를 체감한 업계는 이번 시즌에 일찌감치 베팅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백수저’ 스타 셰프와 ‘흑수저’ 재야의 고수가 맞붙는 100인의 요리 대결이다. 시즌1은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셰프가 브랜드로 뜨는 시대

캐치테이블, ‘흑백요리사’ 시즌1 외식 트렌드 공개. 캐치테이블 제공


흑백요리사가 유통·외식업계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셰프 IP의 상업성’이다. 주방 뒤의 전문가를 넘어 소비와 매출을 움직이는 브랜드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시즌1을 통해 입증되면서다. 캐치테이블 분석에 따르면 시즌1 출연 셰프 매장 예약 건수는 방영 전 대비 350% 폭증했다. 셰프 관련 검색어는 최현석, 정지선, 이모카세, 파브리, 여경래 순으로 집계됐다. 카테고리별로 파스타 저장 수는 407%, 중식 관련 검색량은 265% 증가했다.

기업들은 셰프를 활용한 협업이 즉각적인 실적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시즌1 우승자 권성준 셰프와 롯데리아의 협업 버거는 출시 3개월 만에 400만개가 판매됐다. CU와 권성준 셰프가 협업한 ‘밤 티라미수’와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 셰프 등 GS25 협업 시리즈 역시 수백만개 단위 판매고를 기록했다.

CU와 권성준 셰프가 협업한 밤 티라미수 디저트 2종.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업계에서는 ‘셰프 콜라보’라는 흥행 공식이 만들어졌다. 시즌2가 방영하기도 전에 유통가에서 서둘러 대응에 들어간 이유다. 상품 개발에 최소 4주 이상 소요되는 구조상, 방송 이후 출시하면 타이밍을 놓친다는 판단에서다. 이마트24는 백수저 출연자인 손종원 조선호텔 셰프와 사전 단독 계약을 맺고 방송이 나오기 전부터 협업 상품을 먼저 선보였다. 스타벅스도 최근 흑수저로 출연하는 유용욱 ‘바베큐연구소장’ 셰프와 협업해 샌드위치 신제품을 출시했다.

업계는 이번 시즌 셰프 라인업 자체를 ‘흥행 보증 장치’로 평가한다. 후덕죽·이준·손종원 등 정상급 셰프뿐 아니라 정호영·샘킴·레이먼킴 등 방송 경험이 많은 인물들까지 ‘백수저’ 진영만 놓고도 “다이아몬드 수저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반대편 ‘흑수저’ 라인업에서도 강한 캐릭터성을 지닌 셰프들이 여럿 등장해 프로그램 초반부터 화제다.

K식재료·미식 트렌드, 글로벌 ‘흑백 효과’

기업들은 시즌2를 통해 간접광고(PPL) 효과를 기대할 뿐 아니라 자사 제품과 브랜드 세계관을 프로그램 속에 깊이 심어 넣는 방식으로 변주를 주고 있다. 프로그램 안에 제품을 단순히 배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리 방식·식문화·브랜드 철학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비비고 팬트리 이미지.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경연장 한가운데 대형 ‘비비고 팬트리’를 설치해 고추장·된장·쌈장·햇반·만두·김치 등 핵심 제품을 총집합시켰다. ‘오징어게임2’ 협업에 이어 K푸드의 기반이 되는 식재료와 조리 요소를 글로벌 시청자에게 그대로 보여주려는 시도다. CJ는 시즌2 참여를 계기로 추가 콜라보 제품도 준비 중이다.

가구·인테리어업계도 가세했다. 한샘은 시즌2 공식 스페셜 파트너로 참여했다. 회차별 미션 콘셉트에 맞춰 주방가구·빌트인 제품을 실제 조리 장면 속에 배치했다. 셰프들이 주방에서 동선을 짜고, 조리 도구를 꺼내고, 수납을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한샘 키친의 설계와 기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알리는 방식의 협업도 있다. 대상 청정원 순창은 전통 장(醬) 문화를 안성재 셰프와 연결한 브랜딩 캠페인을 공개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장 문화를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다. ‘순창’이라는 지역성과 발효 음식 스토리를 시즌2 시기와 맞춰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다.

프로그램 연출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한국 식재료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흑백 요리사가 하나의 주재료로 요리해 1대1 대결을 펼치는 2라운드에서는 한반도 지도와 지역 특산물이 제시됐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흑백요리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침체된 외식업계에 이번 시즌이 분명한 반등 신호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백종원 품은 시즌2, 부담·기대 공존

시즌2가 유통·외식업계에 주는 메시지가 마냥 ‘기회’만은 아니다.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심사위원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시즌 공개 전부터 협업을 준비하는 브랜드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로 꼽혀왔다. 백 대표는 올해 초 원산지 표시·농지법 위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한동안 공식 활동을 중단했고, 복귀 이후에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더본코리아 관련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방송 편성 철회를 주장하는 등 잡음이 계속됐다.

백 대표는 프로그램 공개 시점과 맞물려 지난 17일 해외 사업 일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론의 중심에서 일정 부분 비켜서, 글로벌 사업 성과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백 대표는 현재 방송보다 해외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출장에서 현지 로컬 기업과 소스 사업을 포함한 신규 아이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지난 9월부터 동남아·대만·중국·미국을 오가며 해외 파트너십과 소스 사업 협약 일정을 소화해온 상태다.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시즌2지만, 공개된 1~3화 속 백종원은 논란의 온도와는 상반된 차분한 톤을 유지했다. 과장된 예능적 리액션보다 재료 손질, 조리 과정, 간 배합 등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본업 중심의 심사에 집중했다. 편집 역시 이를 뒷받침하면서 ‘튀지 않지만 존재감은 남기는’ 조심스러운 연출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외식업계는 이를 계기로 셰프 IP의 상업적 영향력과 함께 이면의 취약성도 다시 확인했다는 분위기다. 한 외식 브랜드 관계자는 “출연자 하나하나의 파급력은 이미 증명됐지만, 개인의 리스크에 과도하게 기댄 마케팅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더본코리아 사태가 보여줬다”며 “식재료·레시피·매장 경험 등을 브랜드 차원에서 자산화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