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별빛이 와르르, 도저히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정미 기자]
이맘때,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 분위기가 물씬 익어가면 사람의 마을에는 거리마다 반짝반짝 불빛이 켜진다. 카페나 가게에서 새어나오는 노란 조명이 유독 온화하게 느껴지는 계절, 어둡고 긴 겨울밤이 춥지만 않은 까닭이다.
추위에 유독 취약한 나는 반짝반짝 조명으로 장식하는 크리스마스가 겨울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분에 오들오들거리는 추위에도 '마음은 밝음'으로 겨울을 지낼 수 있다. 추운 겨울은 '빛'의 계절이다. 되려 '온기'의 계절이다. 빛과 따뜻함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빛을 보며 웃고 따뜻해지고 서로 온화해진다. 서로 토닥이며 한 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분위기가 된다.
지난 주말, 13일에서 14일 양일간 부산에 다녀왔다. 해운대의 겨울, 넓은 모래 해변을 예쁘게 수놓은 '빛'을 보기 위해서다(해운대 빛 축제는 2026년 1월 18일까지 열린다). 불빛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도착할 생각으로 토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출발했다. 일기 예보를 보니 비가 올 확률이 60%여서 북적거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차는 두배로 밀렸고, 일기예보에 아랑곳없이 사람들은 넘쳐났다. 덕분에 거리와 해변에는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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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텔라해운대 해운대역과 해운대를 연결하는 인도에는 '스텔라 해운대' 빛 축제로 초대하는 조형물들이 형형색색 장식되어 있다. |
| ⓒ 이정미 |
겨울밤 하늘을 수놓은 듯 거리를 장식한 별모양, 눈꽃모양, 푸른빛 밤하늘이 반짝반짝 빛의 세계로 인도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변 입구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사람들이 마음을 꼭꼭 담아 쓴 '새해 소망 쪽지'가 벌써 빈틈없이 빼곡하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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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빛축제 해운대 모래 해변을 수놓은 다양한 행성들 |
| ⓒ 이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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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밤의 버스킹 음악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과 빛이 어우러져 해운대의 겨울밤은 따뜻했다. |
| ⓒ 이정미 |
"부산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처음으로 부산 인구 330만을 넘겼다네."
"그러게. 우리도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니까."
해운대의 넓고 보드라운 모래 위로 끊임없이 밀려왔다 멀어지는 파도 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좋기만 하다. 도대체 이 해변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거다. 밤 하늘은 까맣고 먼 바다도 까맣다. 해운대의 고층 빌딩이 뿜어내는 빛들과 빛 축제를 위해 장식된 여러 행성의 반짝임이 결합하여 더욱 화려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 이맘때 가족과 함께 보내기 좋은 여행지가 될 것 같다.
일요일 아침, 영도로 발길을 옮기기 전에 해운대의 해변을 또 걸었다. 갈매기 무리가 모래 위를 걷기도 하고, 파도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날아오르기도 하며 노닐고 있었다.
"얘들, 참 예쁘다."
"눈 봐봐. 쌍꺼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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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매기 아침 해운대 모래 사장에는 하얀 갈매기들이 노닐고 있다. |
| ⓒ 이정미 |
나에게 영도는 왠지 모르게 '아련하다.' 소설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가 어린 날을 보냈던 곳, "한국전쟁 당시 이북 흥남부두에서 거제도를 거쳐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시절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이 터를 잡고 지난한 삶을 이어갔던 곳. 가난, 고난, 배고픔, 생존 이런 낱말들이 무색하게 파랗게 가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 눈부신 이 바다가 자꾸만 아련해지는 곳. 영도.
영도에는 토요일 오후 2시(15분간)에 한 번 올라가는 '영도 대교', '태종대' 등 볼거리가 많지만, 우리는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유명해진 '흰여울 문화마을'을 걸었다. 바다를 끼고 가파른 절벽에 기대 촘촘하게 들어선 집 사이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예전 흰여울길에 기대어 삶을 이어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골목길을 따라 들어선 아기자기한 카페, 공방, 잡화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을 내 골목길은 봉래산에서 내려온 물줄기로 생겼다고 한다. 피난 시절 사람들은 산에서 바다로 흐르는 물길을 피해 집을 지었고 지금의 골목길은 '옛 물길'로 보면 된단다. 집과 집 사이 유독 좁은 골목이 아마도 '물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척박한 땅에도 사람들은 뿌리를 내리고, 지난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일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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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벽위 집들과 골목길 바다를 끼고 깎아지른 듯 절벽 위에는 피난민, 이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이 남아 있다. |
| ⓒ 이정미 |
영도에는 해녀촌도 있어 멍게, 문어 등 신선한 해산물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내려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옥천횟집(1978년부터 운영했다고 한다)에서 낙지해물라면과 성게김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국물이 정말 얼큰하고 시원하며 홍합, 가리비, 낙지를 건져 먹는 맛도 그만이다. 노란 성게알을 얹은 김밥도 별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확 트인 바다가 있는 부산에서 '빛'과 함께 따뜻해지고, 겨울 바다를 걸으며 대화하고, 역사가 있는 장소도 찾아보며, 시원하고 얼큰한 해물라면을 맛보는 여행,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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