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땅, 부패의 심장 관통하는 남아프리카의 서사 '하트 오브 더 헌터'

박성호 2025. 12. 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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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영화 <하트 오브 더 헌터>

[박성호 기자]

넷플릭스 영화 <하트 오브 더 헌터 (Heart of the Hunter)>는 2024년에 공개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작의 액션 스릴러 대작이다. 만프레드 에이첸(Manfred Eichen)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주연 배우는 본코 코자(Bonko Khoza)가 맡아 전직 암살자 주코 쿠말로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사실 그저 그런 액션 영화겠거니 생각했는데 작품과 관련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와 국가 포획 혐의라는 생소한 용어에 대해 조사해보니 영화와 별개로 꽤 사회성과 역사성을 담으려고 노력한 작품이었으며 디온메이어라는 작가의 소설 < Proteus >를 영화한 것이었다. 은퇴한 전직 첩보요원이 과거의 비밀 작전과 국가적 음모에 다시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주인공은 조용한 삶을 살고자 하지만, 정부와 조직의 추격, 배신과 폭력이 이어지며 가족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사선을 넘게 되는 스토리다.
▲ 하트오브더헌터 공식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과거 남아공 정부 소속의 뛰어난 암살자였던 주코 쿠말로는 모든 과거를 청산하고 신분을 숨긴 채 말리메와 의붓아들 파카밀레와 함께 평화로운 시골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오랜 친구 조니 클라인이 현직 부통령이자 유력 대선 후보인 다자 음티마가 연루된 '국가 포획(State Capture)'이라는 거대 부패 스캔들의 결정적인 증거 파일을 들고 나타나면서 그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친구는 파일 때문에 납치당하고, 주코는 친구의 부탁과 진실에 대한 의무감으로 다시 '헌터(사냥꾼)'의 삶으로 돌아가 파일의 폭로를 위해 고속 추격전에 뛰어든다. 그는 국가 정보국 수장인 모(Mo)가 이끄는 정예 추격대와 격렬하게 싸우며, 결국 음티마의 은신처로 침투하여 인질극을 벌이는 극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현대 정치의 그림자: 국가 포획의 현실적 위협과 민주주의의 훼손
▲ 영화 속 남아프리카공화국 부통령 음티마 영화 속에서 국가포획혐의로 기소 위기에 놓여 증거를 없애기 위해 정보기관을 사유화 하는 등 각종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 넷플릭스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부통령 다자 음티마가 극 중에서 받고 있는 '국가 포획(State Capture)' 혐의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실제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국가 포획'은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이는 남아공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거대한 부패를 의미한다. '국가 포획'이란 소수 사적 집단이 정부 기관, 국영 기업, 심지어 법 집행 기관까지 침투하여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정책 결정 과정을 조작했던 체계적인 부패를 뜻한다. 극 중 음티마는 현직 부통령이자, 부패 혐의를 입증받지 못한다면 곧 대통령이 될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만약 음티마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 종식 이후 어렵게 자리 잡아온 남아공의 민주적인 국가 시스템이 부패한 소수에 의해 완전히 잠식당하고 훼손될 수 있다는 심각한 위협을 상징한다. 영화는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의 붕괴 위협을 배경으로 삼아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선 강렬한 시의성을 확보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와 별개로, 남아공에서는 실제로 인도계 굽타 가문이 이 국가 포획의 핵심 주범으로 지목되어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굽타 가문의 세 형제(아제이, 아툴, 라제시)는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출신으로, 1993년 남아공이 인종차별 정책을 끝내고 새롭게 문을 열던 시기에 이주하여 IT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후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일가와 깊숙한 친분과 사업적 유착 관계를 형성하며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했다. 이들은 단순한 로비 수준을 넘어, 장관 임명이나 국영 기업의 이사 선임에 직접 개입하고, 국가의 주요 계약 및 방대한 공공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굽타 가문 국가 포획 사건'은 남아공 사회의 큰 상처로 남아 현재까지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진행형일 정도로 심각한 시사적 사건이다.

주코 쿠말로가 목숨을 걸고 회수하려는 증거 파일은 이 부패한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진실의 무게' 그 자체이다. 광활한 남아공의 대륙, 즉 한반도의 약 5.5배에 달하는 거대한 국토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주코의 추격전은 이처럼 거대한 부패 시스템에 맞선 개인의 처절한 투쟁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아파르트헤이트 이전의 유산: 고유 역사 이해의 장벽

<하트 오브 더 헌터>의 깊이는 주인공 주코 쿠말로에게 부여된 특별한 역사적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위대한 군사 지도자였던 샤카 줄루의 부관에서 이탈하여 마타벨레(은데벨레) 왕국을 건설한 영웅적인 전사 음질리카지(Mzilikazi)의 후손이라는 설정이다. 남아공의 역사를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시기에 한정하여 이해했던 한국의 시청자에게, 이 설정은 놀라움과 동시에 역사적 이해의 장벽을 안겨주었다.

음질리카지의 역사는 '기존 권력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질서의 모색'을 상징하며, 이는 주코가 부패한 정부의 암살자(과거 권력의 도구)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의 평화와 국가의 진실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위해 싸우는 행보와 정확히 연결된다. 그의 도주는 단순한 도주가 아니라, 역사적 계보를 잇는 정체성 투쟁의 연장선에 놓이는 것이다. 이로써 주코의 싸움은 개인의 복수심을 넘어, 고대의 정의관과 전사적 사명감을 현대 정치의 타락에 대입하여 심판하는 의미를 획득한다.

이처럼 풍부한 역사적 맥락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동시에, 대중적인 관점에서 명백한 단점으로 작용한다. 극 중 전 외무부 장관이 모에게 주코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대목에서 샤카나 음질리카지 같은 왕족 인물들이 언급될 때, 남아공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은 그들의 관계와 중요성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샤카의 부관이었던 음질리카지가 북쪽으로 이주하여 마타벨레 왕국을 세우고, 이 마타벨레족의 후손이 현재 짐바브웨이의 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다는 심오한 역사적 연관성은 영화 속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지나간다. 영화 자체가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간결하고 효과적인 설명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글로벌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가족 서사와 남아공 언어의 무게
▲ 주코가 지켜려고 하는 가족 과거 암살자로서의 삶에서 탈출해 평범한 가장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주코와 가족들
ⓒ 넷플릭스
주코의 서사는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로 귀결된다. 그는 과거 암살 임무의 트라우마(첫 희생자의 어린 자녀)를 속죄하기 위해, 말리메와 그녀의 아들 파카밀레와의 새로운 가정을 목숨 걸고 지키려 한다. 파카밀레가 꿈꾸는 '농부의 삶'은 주코의 피 묻은 과거(전사)와 대비되며, 남아공이 폭력과 부패의 역사를 딛고 나아가야 할 평화롭고 안정적인 미래를 상징한다. 아들을 인질로 잡은 모에게 주코가 부통령 음티마를 인질로 맞바꾸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개인적인 복수심이 아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절박한 사랑이 권력의 심장부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남아공의 복잡한 언어적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러 아프리카 부족의 언어가 등장한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아프리칸스어는 남아공 원주민의 언어가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사용하던 네덜란드어가 현지 언어와 섞여 진화한 언어이다. 영어 외 다양한 언어가 극중 사용되는 것은 남아공의 식민 역사와 유럽인의 정착이라는 배경을 상징하며,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는 백인 소수 정권의 주요 언어로 사용되어 왔던 역사적 무게감을 안고 있다.

복합적인 남아공의 영혼을 담다

<하트 오브 더 헌터>는 전직 암살자의 이야기라는 흔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음질리카지의 후손이라는 설정과 국가 포획이라는 현실의 어둠을 잘 융합하여 차별화를 꿰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주인공 주코 쿠말로의 몸과 마음에는 고대 전사의 피와 현대 암살자의 기술,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위한 사랑이 뒤섞여 있다. 비록 남아공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 지식을 요구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국가 포획'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정의와 평화를 향해 나아가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회의 복합적인 영혼을 깊이 있게 담아낸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드가의 다큐맨터리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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