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의 눈속임 "월드컵 티켓 60달러로 인하합니다" 알고보니 전체 좌석 1.6%...경기장 텅텅 비어봐야 정신차릴까 [더게이트 해축]

배지헌 기자 2025. 12. 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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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미 월드컵 티켓 가격을 두고 FIFA가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FIFA는 17일(한국시간) "경기당 60달러(약 8만 4000원)짜리 티켓을 새로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축구협회 안드레아스 레티히 사무총장은 "티켓 가격은 전적으로 FIFA가 정했고, 우리는 영향력이 없다"며 "먼 거리와 높은 여행 경비를 고려하면 더 저렴한 티켓을 원했다"고 밝혔다.

FSE는 "운 좋은 수백 명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는 여전히 터무니없는 돈을 내야 한다"며 "FIFA의 티켓 정책이 급조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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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당 수백 장 불과, 대다수는 여전히 '천문학적 가격'
-결승 최저가 4185달러→60달러 전환은 450석뿐
-장애인 무료 동반석 없고 되팔기 가능..."FIFA, 팬 착취"
비싼 월드컵 티켓값이 팬들을 울리고 있다(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더게이트]

2026 북미 월드컵 티켓 가격을 두고 FIFA가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꼬리를 내렸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FIFA는 17일(한국시간) "경기당 60달러(약 8만 4000원)짜리 티켓을 새로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조별리그 최저가가 120~26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인하다. 결승전은 최저가가 여전히 4185달러(약 586만원)지만, 새로 생긴 60달러 티켓이 450석가량 배정된다.

FIFA의 이런 결정은 지난주부터 터져 나온 거센 비판 때문이었다. 지난 11일 조 추첨 이후 본격적인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 각국 축구협회와 팬 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까지 나서 "더 저렴하게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가장 충성도 높은 팬들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9번째 월드컵 원정을 준비하던 잉글랜드 팬 빌리 그랜트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많은 동료들이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15년간 잉글랜드 경기를 빠짐없이 따라다닌 한 팬도 "이번엔 기록이 끊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축구협회 안드레아스 레티히 사무총장은 "티켓 가격은 전적으로 FIFA가 정했고, 우리는 영향력이 없다"며 "먼 거리와 높은 여행 경비를 고려하면 더 저렴한 티켓을 원했다"고 밝혔다. 튀니지축구협회는 "FIFA와 가격 구조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축구팬연맹(FSE)은 "FIFA의 배신"이라며 즉각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 최대 서포터스 단체인 아메리칸 아웃로즈의 브라이언 헥셀 회장도 "너무 적고 너무 늦었다"고 잘라 말했다.
축구계의 태양왕 인판티노.

'60달러 티켓'의 민낯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FIFA의 조치는 보여주기식에 가까웠다. 60달러 티켓은 경기당 전체 좌석의 1.6%에 불과하다. 6만 명 이상 수용하는 경기장 기준으로 겨우 1000석 안팎이다. 양 팀 팬들에게 각각 0.8%씩 배정되니, 한 팀당 500석 남짓이다.

결승전의 경우 전체 4500석 중 450석만 60달러에 풀린다. 나머지는 여전히 수백에서 수천 달러를 내야 한다. 조별리그 최저가도 140~265달러 선이다. FSE는 "운 좋은 수백 명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는 여전히 터무니없는 돈을 내야 한다"며 "FIFA의 티켓 정책이 급조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팬들도 울분을 토한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FSE는 별도 서한에서 "장애인 티켓은 최저가 카테고리4에서 아예 판매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별리그 최저가가 140~450달러인 카테고리1~3에서만 구입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승전은 무려 4185달러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장애인 동반자 티켓도 유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장애인 티켓이 11달러(약 1만 5000원)였고 동반자는 무료였다. FSE는 "동반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비용을 두 배로 만드는 건 부당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FIFA의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서 장애인 티켓이 원가의 6배 이상으로 되팔리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FSE는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겨냥해 "2022년 기자회견에서 '오늘 나는 장애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지만, 진정한 포용은 행동으로 증명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상업주의에 취한 FIFA(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미국식 장사'에 빠진 FIFA

FIFA는 논란이 일자 "북미 스포츠 시장의 관행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슈퍼볼 티켓이 평균 8076달러(약 1131만원), NBA·MLB 등 빅 매치 재판매가가 수천 달러에 달하는 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티켓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며 자화자찬했다. 월드컵 104경기가 마치 "하루에 슈퍼볼을 3경기씩 5주간 치르는 것과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 기자 애덤 크래프턴은 "슈퍼볼 운운하더니 티켓 가격도 슈퍼볼급인 줄 몰랐다"고 비꼬았다.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티켓 판매, 중계권, 경기장 내 광고는 물론 주차비(경기당 75~175달러)까지 모두 FIFA 몫이다. 비영리단체 지위로 세금 혜택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크래프턴은 "FIFA가 미국 시장을 ATM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현지 시장 상황에 맞춘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카타르와 스위스의 조별리그 경기에 평균 323달러(약 45만원), 네덜란드와 일본전에 400달러 이상(약 56만원), 스코틀랜드와 브라질전에 488달러(약 68만원)를 매긴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반문이다.
인판티노가 맞이할 운명(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텅 빈 경기장' 악몽 재현되나

문제는 FIFA의 이런 도박이 성공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전례가 있다. 지난여름 미국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이 그랬다. 인터 마이애미와 알 아흘리의 경기 티켓을 349달러에 책정했다가 텅 빈 좌석만 속출했다. 결국 급히 가격을 내렸지만 이미 망신을 톡톡히 당한 뒤였다.

크래프턴은 "FIFA가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일 기회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축구는 여전히 성장 중인 스포츠다. 연간 2000만 명이 참여하지만, 시청률은 다른 종목에 한참 뒤처진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계 최고 선수들을 접할 기회를 줬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단기 수익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이다.

북미 월드컵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턴은 "조별리그 흥행 카드도 아닌 경기들에 수십만원씩 받겠다는 건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8강은 680~1439달러(약 95만~201만원), 준결승은 918~3168달러(약 129만~444만원)다. 48개국으로 늘어난 조별리그는 주목도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FIFA가 과도한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관광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졌다. 5년치 소셜미디어 기록과 DNA 샘플까지 요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항공료와 숙박비도 300% 이상 치솟았다. 개최 도시들은 400억 달러(약 56조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지만, 외국인 방문객 수가 예상에 못 미칠 공산이 크다.

FIFA는 "월드컵 수익을 211개 회원국의 남녀 청소년 축구 성장에 재투자한다"고 강조했다. 또 결승전 이후 환불 시 행정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500만 건의 신청이 들어왔고, 전체 2000만 건이 접수됐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신청 건수가 실제 관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이 함께 만드는 축제였다. FIFA의 '돈 장사'가 그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텅 빈 경기장이 그 대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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