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이주노동자의 8%나 되는데... 농촌 계절노동자의 현실은?

고영서 2025. 12. 15. 13: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종각부터 광화문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을 진행했다.

아울러 해당 실태조사 보고서는 계절노동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제언을 함께 제시했다. 계절노동자 기본권 보장을 지자체의 책임으로 명확화, 근무시간 기록 시스템 도입, 임금명세서 다국어 제공, 인센티브 제도 도입(성실 고용 농가는 재고용 시 우대, 성실 근로자는 재입국과 비자 지위 확보 우선권, 담당 공무원은 업무 인센티브 제공) 등이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계절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 구조 자체라고 지적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기로 들어와 고용 안정성 떨어지고 처우 문제도... 제도·정책개선 필요

[고영서 기자]

 11월 30일 이주노동자 오체투지 현장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김희림, 고영서
지난 11월 30일, 서울 종각부터 광화문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을 진행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무릎과 팔꿈치로 기어 나아간 그들은 무엇을 호소하려 했을까.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이주노동자' 프로젝트 팀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만 명을 넘겼던 농가 인구는 2025년 100만 명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농촌은 이미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업이 유지되기 어려울 만큼 의존도가 높아졌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여러 국가와 협약을 맺어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오는 이들이 바로 계절노동자다. 이들은 농번기처럼 단기간 노동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맞춰 입국해 한시적 노동을 한다. 문제는 한국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매년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농어촌에 배치하고 있다. 연간 전체 외국인 노동자 약 100만 명 가운데 농촌에서 일하는 인력은 약 7만 9천 명으로 전체의 약 8% 정도를 차지한다.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농업의 존속 자체를 좌우하는 필수 인력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열악한 처우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제도 밖에 놓인 사람들: 통계로 본 계절노동자의 현실

계절노동자를 농번기 등 필요할 때 부르고, 문제가 생기면 밀어내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2025 경기도 외국인 계절노동자 인권 실태조사(경기도 19개 시군 거주 계절노동자 419명 응답)'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2%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며, 그중 노동자의 모국어로 된 계약서는 48.9%에 불과했다. 일터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사례를 보면 근무지 임의 변경(14.3%), 초과 근무 임금 미지급(13.3%), 언어폭력(11.1%), 성희롱 및 신체폭력(4.8%) 등이 있었다. 응답자의 87.5%는 대응하지 않고 참는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도움 기관 접근성 부족, 신고에 따른 추가 부당 대우 등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등을 들었다.

조사 결과에서는 고용주의 잘못된 인식 문제도 함께 확인된다. 고용주들은 계절노동자를 대할 때 흔히 "얘네들", "쓴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를 통제해야 할 미숙한 존재 혹은 일시적 노동력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아울러 해당 실태조사 보고서는 계절노동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제언을 함께 제시했다. 계절노동자 기본권 보장을 지자체의 책임으로 명확화, 근무시간 기록 시스템 도입, 임금명세서 다국어 제공, 인센티브 제도 도입(성실 고용 농가는 재고용 시 우대, 성실 근로자는 재입국과 비자 지위 확보 우선권, 담당 공무원은 업무 인센티브 제공) 등이다.
 11월 30일 이주노동자 오체투지 현장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김희림, 고영서
계절노동자 착취의 뿌리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계절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 구조 자체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계절 근로제가 애초에 단기 노동을 전제로 설계됐기에 노동자의 정착 가능성이나 경력 발전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필요할 때 잠깐 데려와 쓰고, 계약이 끝나면 또 다른 대체 인력으로 바꾸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으며, 노동자들에게는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치지만, 사람이 아프면 버린다"라는 말이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하는 법과 제도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식재(植栽)·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 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근로기준법 제63조 개정, 브로커 구조 차단, 숙소 기준 강화,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 계절 근로제 전면 재검토 또는 대체 제도 설계를 주장한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에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노동자는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기기 어렵고, 그들의 체류 자격 역시 고용주와의 근로계약에 종속된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가 채택한 '노동허가제'는 사업주보다는 노동자 친화적인 제도로 노동자가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부 제한은 있더라도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협상력은 한국보다 더 넓게 보장된다.

캐나다의 SAWP(계절농업근로자 프로그램)는 농장 이동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정부에서 임금·근로 시간·숙소 기준 등에 대해 엄격하게 감독한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우 사업장 변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임금 체불이나 주거 문제 발생 시 행정 기관이 신속히 개입해 조치한다. 해외의 노동자 관련 제도가 노동자 권리 옹호와 보호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제도는 단기 순환 정책 중심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 향하기 위해

한국이 지금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그 지향점은 분명하다. 첫째, 노동자의 이동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기본적인 권리 침해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불이익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둘째, 정부의 직접 관리와 감독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63조 개정, 근로계약서의 출신국어 번역 및 설명 의무화 등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노동허가제와 같은 노동자 친화 구조로 개편해, 사람을 중심에 둔 노동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제4조는 "어느 누구도 노예 상태에 놓이거나 강제 노역을 당하지 아니하며, 모든 형태의 노예 제도와 노예 매매는 금지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계절노동자는 비록 '합법적 고용'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자유가 크게 제한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고민할 때, 그 기반을 이루는 노동자의 삶 역시 함께 바라보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변화의 필요성을 가장 분명하게 말해 준 것은 현장의 목소리였다. 다시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말이다.

"계절노동자는 한국 농업을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분들입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만드는 사람들을 일회용 노동력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의 생명은 모두 소중합니다.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농촌 노동자의 죽음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농촌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같은 위험 속에서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그들의 삶이 더 이상 소모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이주노동자'를 주제로 활동한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를 담은 기사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