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은퇴가 남긴 의문과 질문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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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조진웅 (자료사진) |
| ⓒ 연합뉴스 |
부지불식간에 압박을 받게 된 한 개인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을지언정, 아쉬움이 남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과거 소년범이었단 사실, 그것도 죄질이 좋지 않은 집단 폭행 등 혐의 사실의 폭로가 남긴 건 배우 개인에 대한 배신감과 한편에서 벌어지는 옹호의 물결이었다. 일각에선 조진웅이 국가 행사에 국민특사로 참여한 점, 12·3 내란 사태에 대해 소신을 밝혀온 것을 들며 정치권과 연결해 비난 혹은 비판하기도 한다.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보도 방식
그전에 잊기 쉬운 사실 하나부터 짚어본다.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보도 방식과 그 생리다. 법무법인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가 최초 보도한 두 기자를 고발하며 언급했던 것처럼 30여년 전 소년범죄 이력의 취득 방식과 공표 행위 자체는 문제 소지가 있다. 알려진 대로 조진웅은 법원의 보호 처분을 받았다.
소년법 제70조 제1항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그 사건 내용에 관하여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여서는 안 된다'
소년법 제68조 1항 '이 법에 따라 조사 또는 심리 중에 있는 보호사건이나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성명,연령,직업,용모 등으로 비추어 볼 때 그자가 당해 사건의 당사자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이나 그 밖의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할 수 없다'
소년법 제32조 6항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디스패치는 제보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으니 위법 요소를 나름 피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도 내용 전체가 익명 제보자에 기대고 있다. 그간 디스패치는 언론의 공정성을 운운할 때 언급되는 '불편부당의 원칙'보단 한쪽의 입장과 사실을 강조하는 식의 보도를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조덕제 성추행 보도 건이다. 촬영 중 성추행을 당한 여배우A씨의 긴 법정 공방 과정에서 디스패치는 영상 전문가와 조씨 변호인 등의 입장을 강화하며, 여배우의 신상정보를 노출하는 등 사실상 2차 가해를 해오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범죄사실의 실명보도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이 제시돼 있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과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을 살펴보자. 언론기관이 피의자를 특정하여 그에 대한 범죄사실을 보도하는 데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보도 내용의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
2. 그 보도에 앞서 범죄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한다.
3. 기사의 작성 및 보도 시에도 당해 기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인하여 일반 독자들이 사실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도의 내용 및 그 표현방법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해야 한다.
연말연초, 잊을만할 때 대단한 특종이라며 연예인 가십을 전시하는 이 매체의 생리는 업계에선 유명하다. 스포츠 연예면의 변형 형태로 출발해 한국식 파파라치 보도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손바닥 뒤집듯 특정인을 쫓아 폭로하거나 편을 드는 행위가 공론의 장에서 어떤 이익을 주는지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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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자료사진). |
| ⓒ 이정민 |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지난 2023년 5월경 돌연 은퇴를 선언한 프랑스 배우 아델 아넬이 떠오른다. 13세 나이에 <악마들>이란 영화로 데뷔한 그는 <언노운 걸>(2016),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등으로 세계 관객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 베를린영화제 여우신인상(2012), 세자르 여우조연상(2014), 세자르 여우주연상(2015)을 받으며 프랑스 영화계에 촉망받는 스타로 떠오르던 그는 프랑스 영화계가 성범죄자 영화인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에 항의하며 은퇴를 결정했다.
2019년경 아델 아넬은 <악마들>의 연출자 크리스토프 뤼지아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하며 프랑스 미투 운동의 선봉장격으로 활동했다. 특히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도피 생활 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2020)에서 감독상을 받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수치스럽다는 말을 던지며 뛰쳐나간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럼에도 성폭력 혐의와 전력이 있는 영화인들의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폭로한 여성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은퇴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영화계를 떠난 것이다.
과거 전력이 알려지며 은퇴를 선언한 조진웅과 아델 에넬 사이엔 묘한 대구가 보인다. 처절하게 싸우다 자신의 은퇴마저 쟁점화해버린 아델 에넬 사례에 비출 때 조진웅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유명세를 탔고, 정점에 올랐을 때 그는 충분히 자신의 과오를 고백할 기회들이 있었을 것이다.
가정법이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아버지 이름에 대한 질문과 무명시절의 질문을 받았을 때 처절하게 사과하고 해명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기에 그의 돌연 은퇴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뒤 대중의 선택이든 판단이든 겸허하게 수용했으면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질지언정, 그 진정성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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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드라마 <시그널> 관련 이미지. |
| ⓒ tvN |
당사자가 은퇴를 선언했음에도 또다른 전력들이 마치 파묘되듯 나오는 요즘이다. 우려스러운 건 이 논란을 정치권과 특정 이념에 연결지어 사고하는 방식이다. 친여권이든 야당이든 조진웅을 정치적 신념에 따라 편들고 비판하는 일은 공론의 장을 흐리는 행위임은 분명해 보인다.
조진웅 논란은 더 이상 개인을 향한 응원과 비난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산발적으로 언급되는 우리 사회의 교화, 갱생 제도, 그리고 언론의 취재 방식과 윤리 문제, 나아가 콘텐츠 업계가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논의하는 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토론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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