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폭주 막을 가장 좋은 방법...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서울시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의 한강의 모습을 알리고,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말>
[김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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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환경연합 소속 회원들이 1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강버스 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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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시작한 9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한 한강버스에 승선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승 체험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오 시장을 멈춰세우고 민주·진보 진영의 후보가 새로운 서울시장이 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작 문제는 다른 것이다. 과연 민주·진보 진영의 서울시장 후보가 오 시장을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서 오 시장의 개발주의도 함께 멈춰세울 수 있을까? 2000년 이후 중앙·지방 정치를 지켜본 결과, 민주·진보 진영의 정치인들도 개발주의를 쉽게 버리지 못했다. 민주·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 철학에 별로 투철하지 못하다.
한강 정책, 민주·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뭐가 달랐는지 의문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은 2기 오세훈 시장이 들어서기 전 9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일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례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애초 시민 후보로 당선된 박 시장은 선거 때부터 환경단체들로부터 서울 한강의 재자연화를 강하게 요구 받았고, 이것은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채택됐다. 취임 뒤엔 이 사업을 검토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냈다. 그러나 박 시장은 결국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도 않았고, 세 번째 임기가 되도록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도 않았다.
당시 환경운동가들은 서울에서 한강을 재자연화할 수 있다면 국가적 골칫거리였던 4대강 사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박 시장을 설득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자연성 회복이 한강 정책의 대원칙이라고 늘 말하면서도 실제로 한강의 자연성 회복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박 시장은 한강 재자연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고, 이 만만찮은 사업을 추진할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 물론 한강 재자연화가 한강의 유일한 진보적 미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강 정책 전반에서 자신의 진보적 철학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한강의 진보적 미래에 대한 박 시장의 자신감 부족은 다른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7년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는 건설된 지 100년 된 한강대교 2개 다리 중 하나를 보행자 전용교로 전환하자고 박 시장과 서울시에 제안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차량 교통 때문에 한강대교 한쪽을 보행교로 전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차량 통행을 줄여서 보행이나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을 확대하자는 이 사업의 기본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또 박 시장 시절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나 천호대교 옆 광진교를 보행자 다리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적잖이 나왔다. 그러나 박 시장의 서울시는 9년 동안 한강의 그 어느 다리도 보행자 전용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한강의 다리를 보행자 전용으로 전환한 일은 2024년 2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수교를 보행교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일이 처음이었다. 기막힌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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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자연화된 한강 현재의 동부이촌동 부근 한강을 재자연화했을 때의 상상도. 옛 노들 백사장이 돌아온다. |
| ⓒ 최호철 |
이쯤 되면 과연 한강 정책과 관련해 민주·진보 진영 서울시장과 보수 진영 서울시장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알려진 것처럼 오세훈 시장은 1~2기 서울시장 9년 동안 '한강 르네상스'와 '그레이트 한강'이란 이름으로 온갖 개발 사업들을 추진했다. 세빛둥둥섬 건설과 수상택시·한강버스 운항, 노들섬 개발, 여의도 서울항(터미널·선착장) 건설, 제2세종문화회관·서울링 건설 등이었다.
그러나 오세훈 1기와 2기 사이 역시 9년 동안 일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강과 관련해 이렇다 할 진보적·민주적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강과 관련해 큰그림이나 구체적 정책,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 시장이 그렇게 9년을 보내면서 민주·진보 진영은 서울 한강에서 진보적인 변화를 거의 가져오지 못했다. 서울 한강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비슷한 문제였던 4대강 사업 처리도 마찬가지였다. 길이 40㎞의 서울 한강도 바꾸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길이 600㎞의 4대강을 재자연화하겠는가.
그래서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서울시장 후보는 한강과 관련해 큰그림을 갖고 나와야 한다. 한강에서 무슨 일을 할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반드시 시민에게 밝혀야 한다. 서울과 전국의 시민에게 하천 정책과 관련한 민주·진보 진영의 철학과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 한강을 바꿀 수 있다면, 전국의 다른 하천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혁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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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에서 썰매 타기 1950~1960년대 한강철교 아래서 썰매타는 아이들. |
| ⓒ 서울특별시 |
보수 진영은 4대강에 운하를 건설해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거리낌없이 밀어붙인다. 그런 정책으로 주변의 부동산 가격을 올려주겠다는 속물적인 약속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왜 민주·진보 진영은 4대강이나 한강의 재자연화와 같은 지속가능한 아이디어를 갖고도 아무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가. 생각은 좋지만 현실성이 없다든가, 말은 잘하지만 실천을 못한다든가 하는 모욕적인 비판을 언제까지 들을 것인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 서울시장 후보들의 대각성과 대분발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김규원은 한겨레신문의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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