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펜싱 선수 성적이 좋은 이유 [편집장 레터]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5. 11. 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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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남현희, 오은석, 하태규.

네 명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오나요? 펜싱 국가대표 선수라고 답하면 80점입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라고 덧붙이신다면 90점 드리겠습니다. 100점 맞으려면 한 가지 더 뽑아내야 합니다. 전부 왼손잡이라는 점입니다.

탁구 선수 중에서도 왼손잡이가 많습니다. 대한민국 간판스타인 임종훈 선수, 신유빈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전지희 선수가 대표적이죠.

펜싱과 탁구에서 왼손잡이가 꽤 잘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상대방 입장에서 낯설기 때문에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분석합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오른손잡이인 상대방이 적응하기 전 일격을 가하는 거죠.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상대방이 왼손잡이라 불리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지난 9월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실렸습니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팀은 1대1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 10년 치 성적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플뢰레·에페 펜싱과 탁구에서 상위권으로 갈수록 왼손잡이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 에페 상위 200명 중 18%가 왼손잡이였는데, 상위 100명으로 좁히면 28%로 증가합니다. 남자 플뢰레 선수도 상위 100명 중 31%가 왼손잡이였죠. 지구촌 인구 중 왼손잡이 비중이 1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죠.

연구팀은 결과를 분석하며 ‘우뇌’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왼손잡이가 우뇌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을 짚었습니다. 이를 통해 시각·공간·시간 정보를 처리하고 운동 반응을 만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죠. 아주 미세하지만 0.1초가 승부를 가르는 대결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왼손잡이라 우뇌를 잘 쓴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논문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좌뇌와 우뇌를 가르는 ‘좌우뇌 이론’은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저 스페리가 제안했습니다. 거칠게 요악하면 좌뇌는 논리를 중시하고, 우뇌는 감성과 이상을 추구합니다. 무 자르듯 좌뇌와 우뇌를 구분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혈액형처럼 단순화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좌뇌와 우뇌가 고르게 제 기능을 해야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효율을 앞세우는 ‘좌뇌형’과 위험 감수·이상·혁신을 추구하는 ‘우뇌형’이 잘 버무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보면 지나치게 ‘좌뇌형’으로 쏠렸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듭니다. ‘정답이 정해진 시장’에서 범용 제품을 찍어내던 시절, 효율성을 좇는 좌뇌형 성장 공식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산업 질서가 빠르게 재편됩니다. 이때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큰 그림을 그리는 우뇌형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과거 한국에서 전체 인구 3% 수준인 왼손잡이는 천덕꾸러기였습니다. 지금은 ‘소수’였던 왼손이 절실합니다. 왼손잡이인 저도 좌뇌와 우뇌를 균형 있게 활용해 매경이코노미 기사를 조율해보겠습니다.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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