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곡초, 이상기후 담은 연극 '사과꽃' 전국 무대 오른다
[주간함양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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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경남어린연극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병곡초 학생들 |
| ⓒ 주간함양 |
병곡초는 대부분 학급이 2~6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학교다. 3학년 5명, 4학년 2명, 6학년 6명, 도움반 학생까지 13명이 이번 연극의 배우다. 연극반은 방과 후 활동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 속에 편성된 수업으로, 격주 화요일 3~4교시에 연습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조현우 교장도 직접 연극 지도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조 교장은 오랫동안 어린이 연극 분야에서 활동해 온 경험을 학교 교육과정에 연결해 교사들과 함께했다.
조 교장은 작은학교가 가진 제약을 교육과정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예술은 6학년이라고 무조건 잘하고 3학년이라고 무조건 못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강점을 섞어서 배우는 구조가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무학년제 예술중심교육과정은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음악·미술·체육을 3~6학년이 함께 배우고, 한 시간 수업에 네 명의 교사가 들어가 한 명이 주 강사, 나머지가 협력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돕는다. 연극 역시 그 연장선에서 탄생했다.
실제 냉해를 극으로 만든 '사과꽃'이 전하는 메시지
3년 전 함양과 거창에서는 사과꽃이 활짝 피어 있던 시기에 냉해가 닥쳐 사과 농사가 크게 피해를 본 바 있다. '사과꽃'은 이 지역적 사건을 바탕으로,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이 이상기후를 초래하고 그 피해가 결국 우리 삶으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창작극이다.
이야기는 학교에서 시작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시우와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소원이의 대립에서 갈등이 생기고, 시우는 자신이 벌을 받은 이유가 소원 때문이라고 오해해 친구들이 소원이와 놀지 못하게 한다. 그러던 중 폭우(이상기후)로 과수원 일을 돕던 시우의 아버지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병문안 과정에서 두 아이의 오해가 풀리게 된다.
소원을 찾아 진심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던 시우는 결국 과수원의 사과를 건네며 사과한다. 작품은 무심코 버린 쓰레기와 잘못된 분리수거 습관도 이상기후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짚고,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지구의 모습과 인간이 맞게 될 위험을 몸짓과 장면으로 표현하며 마무리된다.
함께 만든 연극, 함께 자란 아이들
역할 배정은 학생들의 성격과 장점을 고려해 이루어졌다. 기타 연주에 능한 학생은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중심 갈등을 표현하는 인물로 참여했다.
연습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저마다 변화를 체감했다. 한 학생은 "무대에서 말하는 게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학생은 "환경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내가 버리는 쓰레기도 더 신경 쓰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을 지도한 구희선 교사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찾았다. 구 교사는 "이번 연극은 하고 싶은 학생만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조금씩 용기와 의욕을 불어넣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을 하다 보면 틀리는 일도 있고,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다시 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서로 기다려 주고 다시 맞추려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한 학생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어려웠는데 연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대사를 잘 못 외워서 처음엔 힘들었지만 친구들이 도와줘서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도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한 학생은 "믿기지 않았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큰 기대 없이 했는데 서울에 가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전국 대회를 앞두고 아이들은 목표도 세웠다. 한 학생은 "이번에는 연습한 걸 후회 없이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표정을 더 잘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무대로 가는 병곡초 사과꽃의 새로운 피어남
전국 무대에서 아이들은 사과밭에서 시작된 이야기, 학교 쓰레기통에서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확장되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조 교장은 연극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조 교장은 "큰 상을 받는 것보다, 아이들이 '우리가 함께 만든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작은학교라도 교육과정 안에서 예술을 깊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과꽃이 냉해를 견디고 다시 피어나듯, 병곡초 아이들의 연극 '사과꽃'은 작은학교와 지역 사회에 또 다른 봄을 준비하고 있다. 쓰레기 하나를 버릴 때, 친구에게 건네는 사과 한마디에 어떤 마음을 담을지 묻는 이 작품이 전국 무대에서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낼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김경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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