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군위에는 '삼국유사면 삼국유사로'가 있다
[한현숙 기자]
여행을 앞두고 느끼는 기대와 설렘은 말할 수 없이 흐뭇하지만 이렇게 다녀온 후 정리하는 시간은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돌아보며 글을 쓰는 지금, 제2의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설가 은희경 작가는 여행에 대해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8일부터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여행의 첫째 날 답사지는 '대구 군위 인각사-영천 거조사-대구 동화사-가실성당-한개마을- 세종대왕자 태실'로 이어진다. 10여 년 전부터 전국을 함께하며 고품격 답사에 취해 얼마나 큰 행복과 기쁨을 누렸던가! 인생 행운의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답사 모임은 '인천 문사철 답사 기행'이다. 답사 모임을 이끄는 대장님이 퇴임한 후, '퇴우헌 답사회'로 이름을 새 단장하여 활동하고 있다.
새벽 6시에 인천을 출발하여 10시쯤 대구 군위 인각사에 도착하였다. '삼국유사면 삼국유사로 250'이 인각사의 주소지라니,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그저 신비스럽고 놀라운 지명이었다. 인각사(麟角寺)는 신라 선덕여왕 11년(642)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 고찰로 팔공산의 한 자락인 화산에 자리한 은해사의 말사이다.
보각국사 일연 스님이 노년에 95세의 노모를 지극히 모시면서 삼국유사를 저술하고 입적하신 사찰로 유명한 곳인데 직접 마주한 인각사의 모습은 허전하고 쓸쓸했다. 그 유명한 삼국유사에 비해 절은 넓은 평지에 그냥 덜렁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절의 옛 모습을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잘 가꾸어야 할 국가 유산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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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군위 인각사의 보각국사비, 일연의 공덕을 찬양한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되었다. 마지막은 일연스님의 부도와 인각사 석불좌상의 모습이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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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각사 국사전 내부의 모습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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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천 거조사의 멋부리지 않은 멋이 가득한 모습이다. 고려시대 건립한 목조건축물로 수수함과 단순함이 안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영산전 안에 500여개의 나한상이 있다. |
| ⓒ 한현숙 |
영산전에 자리한 526구의 나한상은 다양한 몸가짐 새와 다채로운 얼굴 표정으로 시선을 끌었다. 어마어마한 나한상들이 끝없이 줄지어 나타나 때론 근엄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우리를 맞이하는 듯했다. 경외감과 귀여움, 진지함과 짓궂음이 수시로 교차되며 나한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분칠하지 않은 소박한 빛깔의 담벼락과 채색되지 않은 화려함, 단아한 모양새와 그 안에 깃든 유서 깊은 전통미로 떠오르는 거조사 영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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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동화사의 아름다운 꽃살무늬, 다듬지 않은 기둥의 나무가 안정감과 자연미를 보여준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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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동화사 인악당 비각, 귀부가 거북이 아닌 봉황의 모습을 새겼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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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동화서 입구 오른쪽 암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처님의 가피가 전해지는 듯 아름답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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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실성당이 아름답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오묘하게 비친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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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개마음의 정경, 가을 저녁 산책하기 딱 좋은 옛 마을 모습이 정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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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집을 이룬 성주 세종대왕자태실의 규모가 크다. 불을 밝히니 태실의 정체성이 태항아리로 두드러진다. |
| ⓒ 한현숙 |
<잃어버린 시간>으로 유명한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라고 했다. 이번 답사 여행 후 나는 얼마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삶을 바라보게 될까? 세상은 넓고, 보고 배워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뿌듯한 마음으로 내일의 답사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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