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 공짜, 창업자금 3억 지원" 대치동 강사도 택한 '진짜' 학교

경찰 공무원을 육성하는 특성화고를 졸업한 유다영(22ㆍ여)씨는 경기 귀어학교 2024-1기(2024년 1기) 최연소 수료자다. 지난해 3월 귀어학교에 입학해 5주 동안 양식업과 수산물 유통업, 어선 어업 등을 체험하고 난 뒤 귀어·귀촌할 뜻을 굳혔다. 유씨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민물 메기, 미꾸라지를 양식하는 화성 장안면 소재 ‘니스민물’ 사장이 됐다. ‘행복수산’이던 상호도 청년 사업장에 걸맞게 새로 단장하고, 양식장 옆에선 애견카페도 운영한다. 유씨는 “처음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귀어학교 수료 후 서류 작업, 생물 손질, 온라인 판매까지 도맡아 사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온종일 양식장에서 지내는 외로움이 있지만, 수온을 체크해 메기 밥을 주고 튼튼하게 키워 돈을 버는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17일 한국어촌어항공단과 경기도,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전국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귀어귀촌지원센터 17곳, 귀어학교 8곳(경기·인천·강원·충남·충북·경남·경북·전남)이 운영 중이다. 이중 수도권 소재 경기·인천 귀어학교는 각각 지난 2022년과 지난해 개교한 이래 현재까지 총 296명(경기 154명, 인천 14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귀어귀촌지원센터는 귀어 희망인들의 준비 과정 전반을 돕는 기관이고, 귀어학교는 예비 귀어인에게 어업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곳이다. 귀어학교 1곳당 책정된 사업비는 연간 2억원(전액 국비)으로 교육생 전원에서 숙식 및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수료생은 창업자금 3억원, 주택구입 자금 7500만원 이내로 정책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다.

귀어학교엔 어촌 소멸 위기를 타개하자는 뜻도 담겨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어촌 소멸 위기는 지역 인구 감소를 넘어 해양수산업 근간을 위태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어가 인구(어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구성원 수)는 2014년 14만1000여명에서 지난해 8만4000여명으로 10년 만에 41.5% 감소했고, 고령화는 32.2%에서 50.9%로 심해졌다.
귀어학교 사업을 담당하는 안성근 인천시 수산기술지원센터 주무관은 “어촌 인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어촌을 지탱하는 신규 어업인을 양성하자는 게 귀어학교 운영 취지”라고 했다. 안태형 경기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 주무관도 “귀어를 희망하는 개인이 혼자 실습이나 체험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며 “귀어학교는 어촌과 예비귀어인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예비 귀어인들에게 귀어학교는 비용 부담 없는 체험의 장이자 무턱대고 어촌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가 실패하는 시행착오도 최소화하는 완충재다. 지난 3월 경기귀어학교를 수료하고 화성 백미리에 정착한 이윤석(33)씨는 “경기귀어학교를 수료하고 남해안에서부터 서해안 어촌 마을들을 훑다 백미리를 정착지로 정했다”며 “귀어학교는 어촌과 바다, 그 곁에서의 생활을 알려 준 진짜 학교였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3월 귀어학교 입학과 5월 귀어 전까지 11년간 서울 목동과 대치동 등지에서 입시생들을 가르친 국어 강사였다. 치열하게 입시 강사로 일하며 고요한 바다 낚시를 취미로 가졌던 그는 귀어를 통해 은퇴 없는 새 직장인 바다 곁에 터를 잡고 상호를 바다살림으로 정했다. 이씨는 “인공지능(AI)이 날로 발달하는 이 시대에 학원 강사 직업이 존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귀어해보니 고생해서 생산한 어민들의 수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유통 활로를 뚫어 전국 각지에 판매하는 유통 특화 어업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전문가는 귀어(귀촌)를 도시 생활에서 도피하는 방책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정달상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바다, 어촌 생활을 희망하는 누구에게나 귀어학교는 열려있지만, 누구나 귀어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귀어귀촌지원센터와 귀어학교를 통해 미리 어촌 마을을 경험해보고 귀어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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