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남의 영화몽상] ‘굿뉴스’와 ‘세계의 주인’의 새로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음. 다만, 모든 등장인물과 상황은 상상에 의한 허구임.”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굿뉴스’는 이런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에서 흔히 보는 문구인데, 이 영화의 발칙함은 그다음부터다. “그렇다면 진실은?”이란 자막에 이어 유명인의 명언인 듯 이런 말을 소개한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거두절미하고,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때는 1970년. 일본에서 국내선 여객기를 납치한 적군파 청년들이 어처구니없게도 북한으로 가려 하고, 이들을 속여 황당하게도 김포공항이 평양인 양 착륙을 유도하려는 작전이 벌어진다. 물론 어처구니없다거나 황당하다는 것은 지금의 시각일 뿐, 실제 사건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작전의 핵심 인물은 중앙정보부장(류승범)의 지시를 받는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설경구)와 엘리트 분위기가 물씬한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임무 완수 때 누릴 영예에 대한 서고명의 상상을 비롯해 영화는 능청스러운 연출로 허구와 실제, 혹은 서두의 자막을 빌리면 달의 뒷면과 앞면을 고루 누빈다. 시대상의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 한바탕 재담 펼치듯 재미를 구현하는 건 실화를 다루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미덕, 새로운 면모다.
![영화 ‘세계의 주인’. [사진 바른손이앤에이]](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1/joongang/20251111001349890kytb.jpg)
이와 비교하면 ‘세계의 주인’은 언뜻 일상적인 배경의 친숙한 드라마 같다. 남녀공학인 고교를 다니는 이주인(서수빈)은 매사 적극적이고 활달한 여학생. 한데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 운동에 혼자 참여를 거부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누군가로부터 익명의 쪽지를 받게 된다. 영화는 그 흔한 과거 회상 장면은커녕 주인공의 현재 일상을 결코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상처를 품고 있는지는 물론 나아가 이를 둘러싼 선입견과 배려와 의심의 시각을 고루 수면 위로 불러낸다. 이런 전개 방식 자체도 새로울뿐더러, 이를 통해 관객에게 감정의 폭발을 맛보게 하는 과정은 일상 드라마의 대가 혹은 거장이라 할 만한 솜씨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듯, ‘세계의 주인’ 역시 자세한 줄거리를 밝히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된 분위기다. 그런 입단속의 와중에도 지난달 말 개봉 이후 1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흥행 성적으로는 올해의 한국영화 상위권에 오르기 힘들 테지만, 이 영화를 빼놓고 올해의 한국영화를 논하기는 힘들 터. 한국영화계와 극장가의 침체기에 이 영화가 나온 자체가 반갑다.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과 ‘세계의 주인’의 윤가은 감독은 모두 40대 초반. 작가주의와 대중성의 결합은 한국영화의 오랜 저력으로 꼽혀왔다. 80년대생 감독들의 두 신작은 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그 새로운 단계를 목격하게 한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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