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제주 명품 니트 브랜드 '한림수직'을 아시나요

원성심 기자 2025. 11. 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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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서울 멋쟁이.외국인들도 반한 제주 최초의 양모 니트 브랜드
맥그린치 신부, 면양 목장 조성해 첫 전수...한때 큰 인기, 호황
8~16일 서울 계동에서 '한림수직, 기억의 흔적' 팝업 전시 개최

전설의 제주 명품 니트 브랜드 '한림수직'이 서울에서 팝업 전시를 연다.

㈜콘텐츠그룹 재주상회는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계동 한옥 갤러리 창창당에서 열리는 '한림수직, 기억의 흔적' 주제로 팝업 전시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아일랜드 수녀들이 알려준 도톰한 아란 무늬가 돋보이는 울 스웨터 등 2025-2026 새 라인업과 함께 제주 지역 자부심이었던 옛 한림수직 제품과, 그것을 오래오래 간직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기회다.
한림수직 2025 룩북. (사진=재주상회)

한림수직은 1959년, 제주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에서 시작된 제주 지역 최초의 양모 니트 브랜드다. 

1954년에 아일랜드에서 부임해 온 패트릭 맥그린치(1928~2018) 신부는 가난한 제주 지역민을 자립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면양 35마리를 사서 목장을 조성하고, 아일랜드 수녀 3명을 초청해 제주 여성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쳤다. 

푸른 눈의 수녀들은 아일랜드 서쪽 아란섬에서 유래한 꽈배기, 다이아몬드 등 다채로운 아란 무늬를 전수했고, 제주 여성들은 꼼꼼한 손기술로 탄탄하면서도 보드랍고 고급스러운 니트를 만들어냈다.
한림수직 제품. (사진=콘텐츠그룹 재주상회)

한림수직의 스웨터와 카디건, 담요 등은 그 문양의 아름다움과 품질이 입소문이 나면서 금세 명품 대접을 받았다. 서울 멋쟁이들도, 외국인들도 반할 정도였다. 당시 제주칼호텔과 서울 조선호텔에 직영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1970~1980년대엔 근무자가 13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한림수직은 외국산 원사와 화학섬유의 저가 공세와 속도전에 밀려 2005년에 문을 닫고 만다.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던 한림수직이 다시 조명을 받은 건 제주 기반 콘텐츠그룹 재주상회가 이시돌농촌산업개발(성이시돌목장)과 함께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한 2021년. 

성이시돌목장에서 버려지던 양모와 재생 양모를 섞은 울 100% 실로 한림수직 니트류를 일부 복원해 펀딩을 시도한 결과, 며칠만에 1억원어치가 팔렸다. 

한림수직을 기억하는 세대와 한림수직의 이야기에 매료된 이들의 성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4년까지 10억원 넘는 누적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는 성이시돌목장의 성이시돌센터와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외에 한림수직 온라인몰과 더현대닷컴, 29cm에서도 한림수직 제품을 만날 수 있다.
11월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계동에서 열리는 '한림수직, 기억의 흔적' 팝업 전시 포스터. (자료=콘텐츠그룹 재주상회)

재주상회는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 5년 째를 맞아 올겨울 서울과 제주,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릴레이 팝업을 진행한다. 먼저 8~16일 서울 계동에서 열리는 팝업은 한림수직의 전통, 복원, 재해석 과정을 하나의 서사로 엮고, 서울과 제주를 연결하는 전시다. 국내에 아란무늬 니트를 처음 선보인 한림수직의 이야기와 더불어 옛 한림수직 고객들이 오랫동안 간직한 한림수직 제품 13점과 거기에 얽힌 사연을 액자 형식으로 선보인다. 한림수직의 장인정신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만든 2025년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첫 주말엔 오래됐지만 소중한 옷을 가져오면 프랑스 자수 전문가로부터 자수 포인트 수선을 받을 수 있는 '사용의 흔적-나의 오랜 니트에 새긴 자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재주상회 관계자는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한림수직의 제조 기술과 뜨개질 문화를 계승하는 '기술 복원'을 넘어 제주의 일상과 문화에 관한 '기억의 복원'을 목표로 한다"며 "한림수직이 만드는 이와 입는 이, 전통과 새로움을 연결하는 제주 대표 로컬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2021년 시작된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사라진 패션 브랜드의 부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생계를 위해 이방인에게 배운 기술로 한 땀 한 땀 명품을 만들어낸 제주 여성들과, 그 섬세한 손기술로 완성된 니트류를 아껴 입고, 소중히 대물림해 온 사람들의 기억을 엮어 하마터면 잊힐 뻔했던 이야기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재주상회는 과거 한림수직에서 일했던 어른신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전국의 옛 한림수직 고객들로부터 카디건, 스웨터, 직조 담요, 머플러 등 한림수직 제품과 거기에 얽힌 사연을 수집해 전시하고, 제품 복원에 활용한다. 옛 한림수직의 시그니처 제품들을 복원한 오리지널 라인 외에 한림수직에 13년간 몸 담았던 김명열 장인과 그에게 배우고 실력을 검증받은 제자들이 100% 손으로 뜨는 마스터 라인도 선보였다. 한림수직 전용 실과 도안으로 구성된 DIY 키트도 제작한다.

또한, 가난했던 시절에도 '품질은 생명'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고집한 한림수직의 뜻을 이어 첫해부터 양모 100%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성이시돌목장의 양모를 섞어 사용하거나, 양을 학대하지 않고 채취한 뮬징프리(mulesing free) 울을 사용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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