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소설 속 정부인은 매춘부"…이문열 지금도 화난다

이문열 2025. 10.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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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 시대를 쓰다

「 작가 이문열만큼 한국 사회에 뜨거운 이름도 없습니다.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았던 최고의 인기 작가. ‘책 장례식’이라는 문화 참사를 겪어야 했던 불행한 소설가. 강경한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당대의 논객. 이런 다면성, 모순이 어떻게 한 사람 안에서 가능했던 걸까요. 왜 우리는 그에게 뜨겁게 열광하는 한편 때때로 거칠게 비난했던 걸까요. 작가 인생 50년을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

이문열씨는 소설 『선택』 출간 이후 논란이 일자 각종 대담 등에 숱하게 불려 나갔다. 1997년 6월 25일 부산의 유서 깊은 서점 영광도서에서 주최한 독서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황국명 인제대 교수, 이문열씨, 정형철 부산외대 교수, 송명희 부경대 교수. 사진 영광도서


「 페미니즘과의 일전 」

나는 반(反)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진지하고 성실한 페미니즘에 저항할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내 오랜 소신이다. 세상이 오랫동안 남성 위주로 편성돼 여성은 그만큼 뿌리 깊은 억압과 질곡에 짓눌려 오지 않았나. 시대착오적인 반페미니즘 주장은 발붙일 자리가 없다.

하지만 20여 년 전 『선택』이라는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나는 뜻밖에도 페미니스트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는 오해를 받았다. 살면서 내가 겪은 여러 오해 중 하나다. 심지어 내가 여권주의자 대부분을 성도착자로 간주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것도 평소에 말이 잘 통해, 장난삼아 내가 우리 편이라고 말하곤 했던 한 여교수가 신문에 그렇게 썼다.

『선택』은 사실 우려와 격려의 마음에서 쓴 소설이었다. 가령 당시 남성들을 향해 성난 외침을 쏟아내는 여성 중 일부가 여성 해방과 성적인 방종을 단단히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러웠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종교집단 초기의 전도열(傳道熱) 비슷한 전파열(傳播熱)마저 느껴졌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전파열이 있다고 하지 않나. 소수에서 벗어나려는 다수 확보의 욕구다.

숫자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남성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만큼 자신도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는 소박하고 겸손한 여인들은 반대로 응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소설은 내 기대와 딴판으로 받아들여졌다. 계간 ‘세계의 문학’ 1996년 가을호에 전체 4부 가운데 1부를 게재하자마자 페미니즘 비판 논란에 휩싸였다. 무슨 여성 강좌 같은 이름의 여성 단체, 여성 독자들의 항의 전화가 내 집과 출판사 민음사에 빗발쳤다. 내 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전화 끊기 바쁘게 또 전화가 왔다. 출판사 역시 한때 전화 받느라 일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한 여성 단체라는 곳은 내 아내가 전화를 받자 그러더란다. “남편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저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느냐”고. 소설의 4분의 1만 공개됐을 뿐인데도 그랬다.

연재를 중단하고 이듬해인 1997년 3월 서둘러 소설책을 내자 나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방면의 논객들이 가세했다. 방송인 전여옥, 시인 겸 문학평론가 김정란, 고미숙 등이 문학평론가 직함을 달고 칼럼이나 에세이 형식으로 한마디씩 보탰다. 돌이켜보면 매체들이 선동적으로 시비를 붙이는 바람에 말썽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굳이 논의라기보다는 말썽이라고 부르고 싶다. 말썽이 증폭돼서였는지 소설책 『선택』은 출간 2주 만에 7만 부, 2개월 만에 15만 부, 그해 연말까지는 25만 부가 팔렸다.

━

소설 『선택』 논란 첫 페미니즘 잡지 ‘이프’ 창간


이문열의 소설 『선택』이 촉발한 논쟁이 확산되면서 1997년 5월 첫 페미니즘 잡지 '이프(if)'가 창간됐다. 창간호를 그대로 복원한 2017년 소장판 표지. 텀블벅으로 후원금을 모금해 제작했다.
『선택』이 휘말린 말썽은 역설적으로 페미니즘 확산에 기여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06년 그들 식으로 표현하면 종간이 아닌 완간된 국내 첫 페미니즘 잡지 ‘이프(if)’가 1997년 5월 『선택』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서 창간됐다. 이미 온 세상이 페미니즘의 사고체계와 주장대로 진행되는데도 중세의 마녀사냥식 페미니스트 사냥이 시작됐다는 게 그들의 창간 명분이었다. 물론 그 사냥을 내가 시작했다는 게 그들의 시각인 듯했다.

환원적으로 사태를 바라보곤 하는 문학평론가들 사이에 『선택』을 쓰게 된 내 ‘선택’이 다분히 정치적·전략적이었다고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페미니즘을 못마땅해 하는 상당수 보수층의 심리를 내가 간파해 냈다는 것이다. 사회 구조의 희생양이었던 여성들의 보상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보기도 한다. 쉽게 말해 내가 관심 끌기 위해 도발했다는 것이다.

그건 아니다. 나로서는 할 수 없이 『선택』을 썼다. 두어 가지 동기가 있는데 하나는 내 아내와의 관계가 있다. 아내는 소설의 정부인 장씨처럼 현모양처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선택』을 쓰기 7~8년 전 마흔을 갓 넘긴 나이에 내가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고 허망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아이들이 웬만큼 자라나 이제는 자기 품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내가 쓴 소설의 적어도 3분의 1의 지분은 당신에게 있다고. 그런 말로 위로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작에 밖에 나가 무엇이든 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

여성 작가들 소설 제목 활용한 건 사과


이문열씨와 문학평론가 권택영씨의 대담을 소개한 중앙일보 1997년 4월 29일자 지면. 『선택』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자 마련된 대담이었다.
이혼과 간음을 부추기는 수상스러운 사례라도 되는 것처럼 동료와 후배 여성 작가의 작품 제목을 내 소설에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사과했다. 1997년 4월 29일자 중앙일보 대담에서 문학평론가 권택영씨가 이혼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런 대목에서 여성 작가들의 소설 제목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나는 동갑내기 소설가 이경자의 소설 제목 ‘황홀한 반란’이나 후배 작가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같은 제목들이 그릇된 여성운동을 더할 나위 없이 압축적으로 드러냈다고 여겨 빌려 쓴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작가들에게 해를 끼쳤다면 죄송하다고 깨끗하게 인정했다.

(계속)

“소설 속 정부인은 매춘부.”

28년 전, 전여옥의 한마디에 이문열은 지금도 분노한다.

“나는 반(反)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그를 ‘페미니즘의 적’으로 몰았다. 『선택』을 읽지도 않고 비판하던 이들에게, 이문열은 지금도 단 한 단락만큼은 꼭 들려주고 싶다는데, 어떤 문장이었을까. 또 전여옥의 비판에 이문열의 날 선 응수까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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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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