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시그니처 된 '주먹 오열'의숨은 비밀
[양형석 기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3개의 시즌에 걸쳐 방송됐던 JTBC의 음악 예능 <슈가맨>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들의 히트곡을 다시 들어보고 추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슈가맨>에서는 3개의 시즌에서 총 130곡의 슈가송이 소개됐다. 지금도 많은 시청자들은 <슈가맨>의 4번째 시즌을 기다리고 있지만 <싱어게인>이라는 '대체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슈가맨4>의 제작 확률은 매우 낮아졌다.
<슈가맨>에서는 10대부터 40~50대까지 100명의 관객들을 앉혀 놓고 아는 노래에 투표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관객 전원이 버튼을 누르는 것을 '올불', 또는 '100불'이라고 표현했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130곡의 쟁쟁한 히트곡들이 슈가송으로 소개됐지만 100불을 받은 노래는 단 10곡(7.69%)에 불과했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의 대중들로부터 폭넓게 사랑 받았던 슈가송은 흔치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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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에서 생긴 일>은 2004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작품상과 남녀 최우수연기상을 휩쓸었다. |
| ⓒ <발리에서 생긴 일> 홈페이지 |
1998년 의류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데뷔한 조인성은 2000년 <학교3>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MBC의 청춘시트콤 <뉴논스톱>에서 박경림과의 커플연 기를 통해 청춘 스타로 도약했다. 조인성은 그 해 연말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고수,김하늘 등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정극 드라마에 무사히 데뷔했고 2002년 <별을 쏘다>에서는 전도연과 연상연하 커플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조인성은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주연을 맡은 영화 <마들렌>과 <남남북녀>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흥행 실패를 경험했고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에서는 분량이 대거 편집 되기도 했다. 그렇게 훤칠한 외모에 비해 연기가 부족한 대표적인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조인성은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일취월장한 연기를 선보이며 S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조인성은 2006년에도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서 3류 조직폭력배 병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송강호와 최민식, 설경구 등이 전성기를 보내던 2006년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8년 유하 감독의 차기작 <쌍화점>에 출연한 후 공군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조인성은 2013년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복귀했다.
조인성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이어 2014년에도 노희경 작가의 차기작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주인공 장재열을 연기했고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에도 출연하며 한동안 노희경 작가의 '페르소나'로 활약했다. 2017년 9년 만에 출연한 영화 <더 킹>으로 531만 관객을 동원한 조인성은 2018년에도 <안시성>으로 54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배우'로 군림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통해 361만 관객을 동원한 조인성은 2023년에도 <밀수>로 514만 관객을 모으며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23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전직 안기부 최정예 블랙요원 김두식을 연기한 조인성은 내년에도 나홍진 감독의 <호프>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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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인성은 '주먹오열'로 유명한 장면에서 한 번도 주먹을 입에 대지 않았다. |
| ⓒ SBS 화면 캡처 |
유오성이 출연을 거절하면서 <발리에서 생긴 일>은 20대 젊은 배우들이 주축이 된 격정 로맨스가 됐고 실제로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방송되던 주말 밤 9~11시까지는 다른 지상파 방송국들이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발리에서 생긴 일>은 별다른 경쟁작 없이 40.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 황금 시간대를 지배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모든 드라마가 스토리의 순서대로 촬영을 진행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방송국 또는 제작사의 사정에 따라 결말을 미리 찍어두는 경우도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 역시 발리에서 초반과 결말 부분을 미리 촬영하고 국내에서 나머지 분량을 촬영했는데 이 때문에 충격적인 엔딩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만약 시간 순서로 촬영했다면 해피엔딩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 때문에 엔딩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이수정(하지원 분)을 향한 정재민(조인성 분)과 강인욱(소지섭 분)의 어긋나고 삐뚤어진 사랑이 세 사람의 비극을 초래했지만 사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이야말로 두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논 진정한 악의 축(?)이다. 실제로 이수정은 드라마 내내 누구에게도 온전히 마음을 주지 않고 두 남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심지어 키스는 강인욱과 나누고 잠자리는 정재민과 가졌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역시 17회 중반에 나오는 조인성의 '주먹 오열' 장면인데 이 명장면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이수정과 통화를 하던 정재민은 울음이 터지는 것을 애써 참기 위해 전화기를 손으로 막았을 뿐 주먹을 입에 대거나 넣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이 여러 차례 패러디 되면서 조인성의 명연기가 코믹한 '주먹 오열'로 변질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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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정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자신에게 총을 쏜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
| ⓒ SBS 화면 캡처 |
조인성과 하지원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최고 수혜자라면 소지섭은 흙수저 출신으로 대기업에 수석으로 입사해 인생에 심한 굴곡을 겪는 강인욱 캐릭터를 잘 소화했지만 조인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만약 그 후 소지섭의 커리어가 평범해졌다면 <발리에서 생긴 일>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겠지만 소지섭은 그해 겨울 곧바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여고괴담2>로 데뷔해 김혜수가 주연을 맡은 KBS 드라마 <장희빈>에서 숙빈 최씨를 연기했던 박예진은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강인욱의 전 여자친구이자 정재민의 약혼자 최영주 역을 맡았다. 이수정과 정재민, 강인욱의 삼각관계에 비해 존재감은 썩 크지 않았지만 1회 초반에 영주가 강인욱을 만나기 위해 자카르타로 찾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이수정과 정재민, 강인욱의 비극에 단초를 제공했다.
영화 <색즉시공>에서 하지원이 연기한 은효의 친한 학교 선배로 출연했던 신이는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배우를 지망하는 노래방 도우미이자 수정의 절친 방미희를 연기했다. 재벌 2세인 정재민이나 옆집에 사는 강인욱에게 호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감초 캐릭터답게 이수정의 친구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원과 신이는 2005년 영화 <키다리 아저씨>에서 또 한 번 절친으로 연기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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