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자폐 연관? 비과학적 주장으로 공포 조장하는 트럼프

안준용 2025. 9. 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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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이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전체 연구자인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 주장이 비과학적이고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타이레놀-자폐 연관성 주장은 비과학적입니다.

타이레놀과 자폐의 연관성을 보기 위해선, 이러한 숨은 요인들까지 고려한 정확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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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이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전체 연구자인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 주장이 비과학적이고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필자의 허락을 얻어 글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안준용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함께 자폐증과 소아 백신 접종, 임신부와 어린이에게 흔히 사용되는 진통제 타이레놀 사용과의 연관성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수십 년간 과학적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았다.
ⓒ 연합뉴스/REUTERS
타이레놀-자폐 연관성 주장은 비과학적입니다. 이는 임신부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는 매우 위험한 행태입니다.

타이레놀-자폐 연관성, 형제자매 비교에선 사라져... 가족 내 유전적, 환경적 요인

과거 몇몇 연구에서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한 여성의 자녀에게서 자폐나 ADHD 진단율이 미미하게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찰 결과는 보정변수라는 중요한 요인을 간과한 것입니다. 보정변수란, 두 현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왜곡하거나 혼동시키는 '숨은 요인'을 의미합니다. 타이레놀과 자폐의 연관성을 보기 위해선, 이러한 숨은 요인들까지 고려한 정확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형제자매를 사용하여 비교했습니다. 이 방법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함으로써 가족 내에 존재하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라는 숨은 요인들을 포함시킵니다. 2024년 JAMA에 발표된 스웨덴의 대규모 연구는 250만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연구 결과, 전체 집단을 단순 비교했을 때는 타이레놀 복용과 발달장애 사이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형제자매끼리 비교했을 때는 그 연관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는 초기에 관찰된 위험 증가가 약물 자체 때문이 아니라 가족 내 유전적·환경적 요인 때문이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어머니가 타이레놀을 복용은 어머니가 갖는 양적유전 때문이고, 타이레놀 자체의 영향이 자폐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로이터/ 연합뉴스) 타이레놀(자료사진)
ⓒ 연합뉴스/REUTERS
과학적 발견은 단 한 번의 연구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초기의 발견은 많은 주목을 받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후속 연구에서 동일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지지되는 연구 재현성(research reproducibility)입니다. 비과학적 주장은 이러한 재현성의 원칙을 무시하고, 단순히 흥미로운 가설만을 부풀려 대중을 현혹합니다.

자폐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는 꾸준히 진전해 왔고, 현 시점에서 과학계가 확실하게 주장할 수 있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신규 변이(de novo variant)입니다. 2012년 4월,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세 편의 독립적인 논문은 부모의 생식 세포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신규 변이가 자폐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단백질 생성을 조기에 중단시키는 단백질 절단 신규 변이(protein-truncating de novo variant)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일관되게 보고되었습니다.

둘째는 양적유전(polygenic)입니다. 이는 자폐는 단일 유전변이가 아닌, 여러 유전적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양적 형질이라는 개념입니다 (자폐를 비롯한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형질은 이와 같은 양적 유전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두 가지 결과는 지난 10년동안, 여러 국가의 코호트 연구를 통해 지지받았고,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자폐인 모두에게서 단백질 절단 신규 변이와 같은 특정 유전적 요인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새롭게 밝혀야 할 원인들이 있고, 그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비과학적 주장을 펼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과학은 미지의 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가설을 제기하지만, 동시에 엄격한 평가와 동료 과학자들과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한 걸음씩 진실을 밝혀나갑니다.

트럼프 정부 인사, 과학적 방법론 무시하고 대중 불안감 선동

이 과정은 지난하고, 매력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동시에 일상의 어려움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겐 즉각적인 답을 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 사이에 존재하는 유약한 지점에서, 대중과 가족의 불안감을 내습합니다. 트럼프 정부의 일부 인사가 타이레놀과 자폐를 연결하는 것은 과학적 방법론을 무시하고 대중의 불안감을 선동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과학적 사실과 허위 정보를 명확히 구분하고, 전문가들의 검증된 연구 결과를 신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은 꼭 필요한 경우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비과학적 공포에 휩쓸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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