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권리…상병수당 제도 성과와 남은 쟁점 [D:로그인]

박진석 2025. 9.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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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이들 신산업이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생계 걱정은 여전히 많은 근로자의 어깨를 짓누른다. 병가 제도가 제한적인 현실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것이 상병수당이다.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확산됐고 2022년 7월부터는 단계별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지난 3년 동안 1만3000여명이 수급을 경험하며 치료 접근성이 높아지는 성과가 확인됐지만 재원 마련과 적용 범위, 보장 수준을 두고는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부족하다.

OECD 대부분 운영, 한국도 뒤따라

상병수당은 업무와 무관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울 때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미국·이스라엘·스위스를 제외한 34개국이 이미 운영 중이다. 국제노동기구도 근로자가 아플 때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사회보장제도의 기본이라고 권고한다.

국내에는 산재보험 휴업급여, 고용보험 상병급여, 국민연금 장애연금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업무와 무관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워주는 제도는 없었다. 기업 병가제도 역시 일부 정규직에 한정돼 사회적 취약계층은 보호에서 소외됐다. 코로나19 확산은 무리한 출근이 사회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상병수당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준다. 아픈 근로자가 쉬지 못하고 일을 강행하면 생산성 저하와 조기 퇴직으로 이어져 기업과 사회에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 감염병 시기에는 직장 내 전파를 막는 방역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범사업 3년만에 1만3000명 수급…치료 접근성↑

정부는 2022년 7월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부천과 포항, 종로, 천안, 순천, 창원이 1단계 대상지였다. 이후 대구 달서·안양·용인·익산으로 2단계가 확대됐고 전주·원주·충주·홍성이 3단계에 포함됐다. 지급 방식은 단계별로 조정돼 2025년 5월부터는 직장가입자는 직전 소득의 60%를 지급받고 그 외는 최저임금 60%를 기준으로 한다.

3년간 누적 수급자는 1만2991명이다. 1인당 평균 30일, 약 141만원을 지급받았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72%로 다수를 차지했고 자영업자가 19.8%,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자가 8.1%였다.

직종별로는 비사무직이 74.3%를 차지했으며, 수작업·청소·운전·운반 같은 직종에서 신청이 많았다. 여성 비율은 56.6%로 남성보다 높았고 연령대는 50대가 40.3%로 가장 많았다.

치료 접근성 높이고 취약계층 보호

시범사업은 긍정적 성과를 드러냈다. 설문조사 결과, 아픈 날에도 출근한 비율은 33%에서 17.8%로 줄었다. 적시에 치료받은 비율은 59.9%에서 70.2%로 증가했고 충분히 치료받았다고 응답한 비율도 48.1%에서 55.9%로 늘었다. 소득 보전 장치가 실제로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질병 악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의미다.

신청자 특성은 제도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했다. 1·2단계 신청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60%를 넘었고 월평균 임금은 전체 취업자 평균 316만원보다 70~80만원 낮았다. 사회적 보호가 취약한 계층이 제도에 몰렸다는 점은 상병수당이 안전망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신청 과정이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진단서 발급과 심사 절차에 시간이 걸리고 근로중단 확인 과정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행정 부담을 줄이고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사업 앞둔 재원·대상·보장 수준 쟁점

본사업 추진의 최대 과제는 재원 마련이다. 조세 방식으로 운영하면 저소득 취업자에 집중 지원할 수 있으나 재정 부담이 크다. 사회보험 방식은 기여와 급여의 정합성이 높고 광범위한 취업자를 포괄할 수 있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뒤따른다. OECD 34개국 중 29개국은 사회보험, 5개국은 조세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넓힐지도 논쟁거리다. 유급병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임금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가 우선 거론된다. 보편 지원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지만 고소득자까지 포함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선별 지원은 비용 효율성이 높지만 사각지대와 낙인효과 문제가 뒤따른다.

보장 수준도 설계가 필요하다. 정액제는 단순하고 저소득층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만 고소득자에게는 유인이 부족하다. 정률제는 공정성이 있으나 소득 확인 절차가 복잡하다. 대기기간과 최대 보장기간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핵심 쟁점이다. 대기기간이 길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짧으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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