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미국인은 ‘물가 공포’ [US REPORT]

2025. 8.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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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행사 오픈런까지…일상이 되다
미국 뉴저지주의 한 월마트 매장. 최근 물가에 부쩍 민감해진 미국 시민은 생필품과 식료품을 싸게 파는 최저가 코너를 앞다퉈 찾는다. (임성현 특파원)
지난 7월 20일(현지 시간) 찾은 뉴저지주 티터보로에 위치한 월마트. 많은 미국 시민이 앞다퉈 찾는 매대는 생필품과 식료품을 싸게 파는 최저가 코너다. 쌀 한 포대를 17.87달러에 팔고 있다. 일시적으로 할인가를 적용하는 롤백(rollback)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는 시민도 최근 부쩍 늘었다. 넬슨 필립스 씨는 “늘 가격이 신경 쓰이기 때문에 마트에 오면 롤백 코너를 먼저 둘러보곤 한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고물가 시대는 저물었다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은 물가에 일희일비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란 뇌관이 미국 물가를 압박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하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을 때리는 관세로 미국 재정 수입은 두둑해졌지만 정작 미국 소비자는 물가 상승으로 되레 얇아진 지갑에 울상이다.

최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2.6%)보다 높은 데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보다 2.9% 올랐다. 시장 전망치(3%)를 밑돌았지만 전달(2.8%)보다 더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CPI 상승세가 완만한 것은 아직까지는 관세를 가격에 전가하는 데 주저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7월 8일~11일 나흘간 대규모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 데이’ 기간에 아마존 온라인 매출은 30.3% 늘었다. 지난해 프라임 데이 기간 매출보다 11% 증가했다. 미국 내 소비 심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미국인들이 할인 행사에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가격에 민감하다는 의미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 2개월 연속 상승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 행보로 관세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소비자도 자구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특히 이번 프라임 데이 기간에 무이자 할부 방식으로 구매한 소비자가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지난해(7.4%)보다 증가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물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본격적으로 트럼프 관세발 인플레이션 영향권에 들어갔다. 도이치뱅크는 “미국인이 관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증거가 명확하다”고 했고, 웰스파고도 “미국 기업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불똥은 미국인의 ‘최애’ 품목에도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과 일전을 불사하며 관세를 50%나 때리기로 하면서 커피와 오렌지주스 가격이 위협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인이 소비하는 커피의 99%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과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수입한다. 미국은 지난해 커피 160만t을 수입했다. 커피값은 이미 최고치다.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 가뭄이 들어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볶은 커피 1파운드(약 0.45㎏)의 평균 가격은 7.93달러다. 지난해 5.99달러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트럼프 관세까지 적용될 경우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장인 라이언 커밍스는 커피 도매 가격이 50% 오르면, 커피 한 잔당 가격은 3개월 이내에 25센트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오렌지주스도 대부분 브라질산(신선 90%, 냉동 55%)이어서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 = 임성현 특파원 lim.su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1호 (2025.08.06~08.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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