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아픈 날도 그냥 나와야 했다"

김민지 2025. 7. 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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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자영업자들의 재난 같은 영업현장 ②] 매일 문을 여는 이들의 곁에 정책은 닿고 있는가

이 기사는 송파구의회 의정연구회(회장: 배신정 의원)와 함께 송파구내 소상공인들의 노동 및 영업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돕고, 응원하는 목적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단순히 송파구 상황이 아니라 국내 소상공인들 대부분이 직면한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기자말>

[김민지, 전진한 기자]

 카페 '나는봄' 인터뷰 사진
ⓒ 김민지
"나는 이 도시와 함께 하기로 했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에서)

<페스트>에서 카뮈는 1940년대 알제리의 해안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죽은 쥐 한 마리'로 시작되는 일상 속 이상 징후가 어떻게 대재앙으로 번지는지를 그려낸다. 오늘날 도시에도 '페스트'처럼 스며드는 고통이 있다. 2025년 초, 단 2개월간 자영업자 수가 약 20만 명 감소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다.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카페 '나는봄'. 이곳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쉼의 장소'다. 스페셜티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과 함께, 실내 곳곳을 채운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시간을 멈춰놓은 듯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이 모든 소품은 대표가 손수 제작한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공간의 감도를 결정짓는 정성 그 자체로써 눈과 입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카페 '나는 봄'의 신진경 대표는 코로나 시기, 여성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현실을 체감하며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하나의 기술'을 배우려 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강사 제안을 받을 정도로 깊이 파고들었다. 이후 학원 운영과 공방 창업까지 경험한 그는, 삶과 기술, 감각이 겹치는 지점에 이 카페를 세웠다.

예쁜 인테리어 뒤에는 고단한 현실이 있었다. 매일 아침 8시 반부터 준비해 마감까지 혼자 서서 일하고, 쉬는 날 없이 돌아가는 장사. 그는 장사가 단지 커피를 파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출은 거의 다 월세, 인건비, 재료비로 나가요. 저는 그냥 일만 해요. 사장인데 제 몫은 없어요."

그는 '온라인 홍보'에 대한 행정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아무리 좋은 원두를 사용해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프렌차이즈 업체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예요. 요즘은 다들 SNS 보고 찾아오는데,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그런 걸 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진도 글도 어렵고, 시간도 없고요. 지자체가 소개나 연계라도 도와주면 정말 좋겠어요."
 카페 '나는봄' 인터뷰 사진
ⓒ 김민지
그가 말한 홍보의 어려움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다. 좋은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정성껏 내려도, 그 과정을 기록하거나 전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현장은 늘 바쁘고, 사장님은 대부분 혼자였다.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매일 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압박은, 정신적 고립감까지 만든다.

신 대표는 "생각해보면 하루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아프거나 무기력한 날도 그냥 나와야 했다. 사진 한 장 올리는 게 하루의 마지막 체력일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성희 구의원(석촌동,가락1동,문정2동)은 이날 공방체험을 진행하며 "이렇게 높은 품질의 원두와 탄탄한 프로그램을 가진 가게가 잘 되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라며 문제 의식에 공감하기도 했다.

송파동 '미꼬헤어'의 원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송파동 '미꼬헤어'는 복고 감성이 담긴 커튼과 소품들이 반기는, 지역 주민들의 단골 미용실이다. 업체명이 독특한 이유를 묻자, 원장은 "송파 주민들이 편하게, 믿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해서 일부러 쉬운 이름으로 정했다"라고 답했다. 레트로 스타일을 좋아하는 취향이 공간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미용을 시작한 그는 오랜 시간 미용업계 한 길을 걸어왔고, 코로나 이후에는 직원 고용을 줄이고 '1인 샵'으로 전환했다.

원장님 역시 단 하루도 편히 쉰 날이 없었다고 한다.

"가게를 닫으면 바로 매출 손실이고, 예약 손님에게도 미안하니까요. 그래서 아파도 그냥 참고 나와요."

1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그는 "행정은 늘 멀게 느껴진다. 매출이 줄고 고정비는 그대로니까, 저는 제 몫은 아예 계산 안 한다. 가게 유지가 먼저고, 손님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수익보다 생존, 이윤보다 관계를 우선하는 그의 태도는 자영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사무직이 아니라서 계약서 하나 쓰는 것도 쉽지 않아요. 업종에 맞는 서면 계약서를 쓰려면 노무사 자문이 필요한데 비용이 100만 원 가까이 들고, 현실적으로 그걸 마련하기 어려워요."

미용업은 특히 메일 작성이나 서류 기반 업무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반화된 행정 절차를 적용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만약 지자체가 노무 또는 회계 자문 같은 걸 실질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면, 저 같은 소상공인도 직원 고용을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헤어샵 미꼬헤어 인터뷰 사진
ⓒ 김민지
이에 대해 현장을 찾은 최옥주 구의원(방이1동,송파1·2동)은 "그게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고,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결국은 우리 소상공인들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주체이다. 골목상점가 선정처럼 행정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겠다. 꼭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이 있다면 주저 말고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페스트』의 인물 중 하나인 '조제프 그랑'은 시청의 말단 임시직 공무원이었지만, 자원봉사대로 참여해 서류정리, 시신기록 등 자질구레한 일을 묵묵히 맡았다. 그는 죽음의 도시에서도 "다시 시작하겠어요. 두고 보세요"라고 말하며 무너진 일상 안에서도 미래를 기약했다.

송파구의회 의정연구회의 역할도 어쩌면 이와 닮아 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가게 하나하나의 일상을 이해하려 하고, 말없이 견디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조용한 행정. 그 자체가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 된다.

청년인 필자의 시각으로 이 글을 정리하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존중'이었다. 지원이란 결국 누군가의 현실을 존중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는 연단 위의 말이 아니라, 매일 가게 문을 여는 사람들 곁에 머무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는 그 마음에 반응하는 구조라는 것을 깨달았다.
 헤어샵 미꼬헤어 인터뷰 사진
ⓒ 김민지
<페스트>의 주인공 의사 리외는 말한다.

"페스트가 생겼으니 막아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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