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수억원 빼돌려도 전혀 몰랐던 제주시청...어떻게 이런 일이?
현금받고 배송하되, '주문취소' 처리 방식 횡령한 공무원
7년간 지속적 반복, 6억 횡령에도 공직내부 '아무도 몰랐다'?
김완근 시장 "사죄드린다"...뒤늦은 재발방지 대책도 '따라하기'

[종합] 제주시청 소속의 한 공무원이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을 지속적으로 횡령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직원은 수년간 동일한 방법으로 횡령을 해 왔고, 그 금액도 수억원대에 이르나 정작 제주시청 내부에서는 판매업무에 대한 교차적 체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의 공적자금 및 회계 관리체계의 부실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제주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시청 모 부서 소속의 담당직원 ㄱ씨(공무직)를 적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9일 밝혔다.
제주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제주시가 파악한 횡령규모는 수억원에 달한다. 해당 직원이 2018년부터 종량제봉투 판매 업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7년에 걸쳐 횡령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사건의 실체는?
제주시에서 현재까지 자체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횡령규모는 최소 6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경위는 이렇다.
제주시가 이 사건을 최초 인지한 것은 7월 9일이었다. 종량제봉투를 현금으로 구입한 편의점에서 영수증(매도전표) 재발급 요청을 해 온 것이 담당직원의 비위가 드러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부서에서는 영수증 재발급 요청을 하자, 판매내역을 확인했는데 전산상에는 판매가 되지 않고 '주문 취소' 처리가 된 점을 발견했다. 주문 취소가 됐으면 종량제봉투가 해당 편의점에 배달이 되지 않아야 함에도 배송이 된 문제를 확인한 것이다.
이에 다음 날인 10일부터 11일까지 최근 3주 내 '주문 취소'가 이뤄진 사안에 대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종량제 봉투는 실제 배송이 됐으나 판매대금은 세입 처리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때 확인된 사례만 43건에 868만원이었다.
제주시는 이를 횡령사건으로 보고, 지난 14일 제주동부경찰서에 ㄱ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제주시 자체적인 사실확인 작업이 본격화됐다.

◇ 제주시 당국, 왜 전혀 모르고 있었나
제주시의 종량제봉투는 한해 보통 1700만매에서 1800만매가 판매된다. 연간 판매수입은 125억에서 130억원 규모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27억5925만원(1934만3675매) △2022년 130억3078만원(1832만1315매) △2023년 125억8025만원(1775만645매) △2024년 127억9570만원(1851만2290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66억7331만원(968만7990매)을 기록 중이다.
서귀포시는 △2023년 42억5200만원(597만3000매) △2024년 142억4000만원(613만7000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20억6900만원(295만1000매)을 기록했다.
막대한 세입 재원을 다루는 업무임에도, 제주시의 경우 직원 1명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으며 판매수입 및 재고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ㄱ씨의 횡령 수법은 종량제봉투 지정 판매소에 실제 봉투를 배송하고 현금으로 대금을 받았음에도, 사무실에서는 '주문취소'한 것처럼 전산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이 수법으로 무려 7년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비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그럼, 제주시 당국은 왜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돈을 받고 봉투를 배송했음에도 주문취소가 이뤄졌다면, 부서 내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최소한의 체크만 했더라도 금방 인지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횡령액이 6억원 상당에 이른다면, 종량제봉투의 재고물량 파악만 제대로 했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직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판매대금과 재고물량을 월별로 확인만 잘했더라도 이렇게 장기간 비위가 이어지도록 방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ㄱ씨가 7년간 단 한번 순환 발령이 이뤄짐이 없이 동일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온데다, 해당 부서 내에서 교차적 체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결정적 문제로 지적된다. 내부 감독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자, 명백한 실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직내부 감찰 내지 자체 점검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 김완근 시장 "내부 감독 시스템에 문제...명백한 실수 있었다"
김완근 제주시장이 29일 곧바로 긴급 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시장은 "종량제봉투 판매대금 횡령사건에 대해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시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종량제봉투 대금 수납과 관련한 내부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사전에 바로잡지 못한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민생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시민 여러분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제주시의 소중한 재원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시 공직자 한 사람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되어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며 "시민 여러분이 느끼셨을 실망과 분노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횡령된 재원 회수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한 자리에 7년간 동일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보통 2년 주기로 순환 발령을 시키는 것이 보통이나, 돈이 오가는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서 장기간 이동이 없었던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 "직무 감독자들도 엄중한 문책"...제대로 물을까
제주시는 ㄱ씨에 대해 일단 직무 배제를 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횡령을 저지른 직원에 대해서는 범죄사실 인지 즉시 직무 배제와 경찰 수사 의뢰를 진행했다"면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직원과, 직무 감독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물론이고, 종량제봉투 판매업무를 담당한 직무 감독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문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직무 감독자'를 언제부터 적용할 것이고, 어느 지위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 '현금결제 폐지하고...담당직원 2년주기 순환근무제 도입"
이러한 가운데, 이번 일의 파장을 우려한 듯, 제주시는 물론 제주도당국도 이번 횡령사건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고 있다.
김완근 시장은 "경찰 수사와 병행해 현금 취급 업무 전수조사 정례화, 현금 업무 담당자 의무 순환제 도입, 종량제 봉투 구매 시 현금 수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선결제 시스템 도입 등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대책들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당국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유사한 사례의 원천 차단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제시한 재발방지대책은 △현금 취급 차단 △디지털 관리 시스템 구축 △순환근무제 도입이 핵심이다.
우선 현금 결제를 전면 폐지하고 신용카드와 계좌이체만 허용한다. 그동안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을 현장에서 현금, 신용카드, 고지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받았으나, 결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담당자의 현금 취급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재고․주문 관리도 디지털화한다. 기존 전화 주문 방식을 온라인 주문․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비 1000만원을 확보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이와 함께 종량제봉투의 입고․출고 현황을 기록하는 수불부를 매일 작성하고, 월 1회 정기 재고 확인도 실시한다.
종량제봉투 배달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2년 주기 순환근무제를 도입한다. 특정 업무에 장기간 근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내부 통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순환근무제는 예전부터 언급돼 왔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번에 재차 약속한 것이다.
◇ 서귀포시는 이미 시행...사실상 따라하기식 '늑장대책'
그러나 이번 대책은 그야말로 '늑장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귀포시는 이미 5년 전부터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에 대한 현금 결제를 없앤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귀포시에서는 현금결제 대신 신용카드와 가상계좌를 통한 자동이체만 허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고 파악도 거의 매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는 사실상 '따라하기'식으로 대책을 급조해 발표한 셈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현금결제를 없앤 것은 4~5년 됐다"면서 "대신 신용카드와, 고지서(가상계좌)를 통한 자동이체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고 파악은 매일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담직원과 관련해서는, "현재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은 아직 2년이 되지 않았는데, 이 일이 선호업무가 아니다보니 한 직원이 장기적으로 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이번 충격적 사건의 파장 속에서,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제대로 실행될지,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우려의 시각은 커져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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