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엔 참신했는데... '전독시' 식상해진 설정은 어쩌나
김성호 평론가
한국 웹소설은 이제는 문학이라기보단 활자콘텐츠라 부르는 게 더 적절할 21세기 새로운 콘텐츠 유형이다. 소설은 소설인데 전 세계 문학가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형태와 내용, 완성도와 분위기, 무엇보다 연재방식이며 독자와의 관계맺음에 있어 전과 다른 특징을 가졌다. 지난 세기 독자적인 문학의 새 갈래를 찾으려 고군분투했던 일단의 문학가들조차 실패한 자리에서 웹소설은 독자가 달라지면 작품 또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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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 -시놉시스
<전지적 독자 시점>은 한국 웹소설계 대표적 성공작이라 부를 만하다. 웹소설계 주요한 창구인 문피아와 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된 이 작품은 일본 만화에서 유래해 한국 웹소설계의 주요한 장르로 자리 잡은 소위 '성좌물'에 '아포칼립스' 설정을 섞어 쓴 소설이다. 싱과 숑이라는 필명의 부부가 한 팀으로 알려진 싱숑이 작가로, 도합 3억 뷰가 넘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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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작품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불과 5년 동안 3편의 천만영화를 배출한 곳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은 여러모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긴 어렵다는 편견을 그대로 부숴내고, 웹툰을 영화로 만드는 미디어믹스 작업이 소구력을 발하는 관객층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선택한 새로운 한국형 미디어믹스 작품이자, 잘 만 풀리면 오랫동안 장기 프로젝트로 우려먹을 수 있는 시리즈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만 보더라도 그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만하다. 제작비만 30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이 700만 명에 달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촬영에 돌입한 2023년 기준으로 7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단 3편(<서울의 봄> <범죄도시3> <엘리멘탈>)에 불과한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걸음을 바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늦어진 제작을 더 늦출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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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다만 <전지적 독자 시점>이 놓인 현실은 만만찮다. 아무리 <신과 함께>가 잘 만든 덕에 천만영화가 된 것이 아니라 하지만, 그렇다고 미디어믹스를 했다는 이유로 허술한 작품이 대성공을 거둘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작품이 흥행한 2016년과 2017년에 비해 현재 극장가의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2016년과 2017년은 연간 관객수가 1억1000만 명을 훌쩍 넘는 한국 영화기의 전성기(역사상 단 7년 뿐)였고, 2020년 이후로는 1억1000만 명은커녕 지난해 7000만 명을 간신히 넘어선 게 고작일 만큼 쪼그라든 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연간 흥행순위 5위권에 든다 해도 손익분기점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이 얼마나 난감한 상황인가. 극장가 소비진작을 위한 현 정부의 문화소비쿠폰이 독립예술영화가 아닌 멀티플렉스 블록버스터를 포괄하며 <전지적 독자 시점>이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긴 하지만 700만 명은 결코 쉬운 수치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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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전지적 독자 시점>이 채택한 설정인 성좌물이 이제는 흔한 설정이란 점도 악재로 보인다.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즐긴다는 이 작품의 설정이 5년 전까지는 그래도 낯선 설정이었다면 이제는 어디서나 흔하게 발견되는 때문이다.
1500여컷 가운데 85% 가량인 1300컷 이상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했음에도 그 완성도가 처진다는 점도 아쉽다. 이를 보고 있자면 한때나마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특수효과 등 기술력이 지난 10여 년 간 얼마나 답보하고 있었는지를 실감할 밖에 없다. 할리우드와 중국에서 근래 제작되는 작품들에 비하여서 그 완성도가 조잡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얼마 되지 않아 블록버스터로 보기엔 민망함이 남는다. 심지어 10년 가까이 된 작품들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구석이 상당하게 느껴질 정도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덧없이 지나간 시간 동안 그나마 설정이 가졌던 파격이 대부분 상실됐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 기존에도 터무니없이 약했던 상황에서, 영화의 기술적 측면마저 승부수가 되지 못한 탓으로 특출난 구석 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여러모로 제작진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충실히 분석하지 못하고 묵혀두었다가 맞지 않는 때 냈다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700만 명이란 높은 손익분기점에 접근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차피 때를 놓친 작품을 구태여 애니메이션보다 실사영화로 먼저 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미디어믹스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매체별로 제작되는 순서일 텐데, 통상 실패에 따르는 피해가 가장 큰 실사영화를 가장 뒤에 두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애니 제작이 확정된 상황에서 실사영화를 먼저 제작해 개봉키로 한 것인데, 이 또한 무리하고 부적절한 판단이라 여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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