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소설책]'사랑의 질감' 外
사랑의 질감

가족이란 존재는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울타리일까,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일까. 소설은 그런 딜레마에 주목한다. 선우는 조소과에 재학 중인 미대생이다. 대학교수인 어머니 은희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미술계 유명 인사다. 학교에선 고운 말만 사용하는 친절한 교수, 주일에는 신실한 교인이지만, 집에서는 선우를 몰아붙이며 날카로운 말을 쏟아낸다. 선우에게 어머니 은희는 "우아하고 신실한 위선자"에 불과하다. 모녀의 뒤틀린 관계를 따라가며,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로 서는 여정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윤우진 지음 | 나무옆의자)
영이의 고독

"조용한 아이는 눈에 띄지 않고, 말이 없는 사람은 마음을 들키지 않는다." 이 작품을 향한 평처럼 저자는 우리라는 영역 한구석에 존재하는 조용한 존재에 대해 다룬다. 소설 속 영이는 이재에 밝지도 욕망에 솔직하지도 못한 인물. 소설은 자신의 속내를 꺼내지 않고 자신을 어필하지 않는 개인들이 타인에게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기대하는가란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소설은 이런 맥락을 짚으면서도 영이 같은 존재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양선미 지음 | 파람북)
외계인 자서전

우연히 지구에서 태어난 외계인의 외롭고 찬란한 일생을 그린 소설이다. 어릴 적 겪은 낙하 사고를 계기로 자신이 외계인임을 자각한 주인공은, 팩스 기계를 통해 지구 관찰 일지를 고향 별로 전송한다. 유쾌한 상상과 예리한 통찰을 담은 기록은 점차 한 사람의 삶과 정체성, 우정과 이별, 존재의 외로움을 아우르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이란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 은행나무)
세이프 시티

인간의 기억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트라우마 치료와 범죄 예방이라는 선의로 포장된 '기억 교정술'이 국가 권력과 결합할 때,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과학기술을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와 권력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며, 조작된 여론과 왜곡된 진실에 둘러싸인 한 여성의 고군분투를 통해 진실과 윤리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손보미 지음 | 창비)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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