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다름없는 ‘36주’ 태아 낙태한 의사·산모, 살인 혐의 재판행
사산한 것처럼 꾸며…냉동고에 넣어 살해
80대 의사, 527명 임신중절 해주고 14억 챙겨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정현 부장검사)는 23일 살인, 의료법 위반, 허위진단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80대 의사 윤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수술을 직접 집도한 60대 대학병원 의사 심모 씨, 20대 산모 권모 씨도 살인 혐의 공범으로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 등은 지난해 6월25일 임신 34∼36주 차인 권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권씨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적는 등 사산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 병명에 ‘난소낭’, 수술명에 ‘난소낭 절제술’이라고 적은 허위 진단서도 발급했다.
또 윤씨는 병원 경영난을 겪자 임신중절수술로 돈을 벌기 위해 일반 입원 환자를 받지 않으려고 관할 관청으로부터 ‘입원실·수술실·회복실’ 등을 폐쇄하는 내용의 변경 허가를 받은 뒤, 브로커들로부터 알선받은 임신중절수술 환자들만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간 윤씨가 브로커들로부터 소개받은 환자는 총 527명으로, 건당 수백만원 상당의 수술비를 받아 총 14억6000만원을 챙겼다.
이 중 59명은 임신 기간이 24주 차 이상으로 너무 길어 다른 병원에서 중절 수술을 거부당한 이들이었다. 유튜버 권씨 역시 윤씨 병원을 찾기 전 방문한 병원 두 곳으로부터 수술을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록을 남기기를 원하지 않는 산모들도 윤씨를 찾았다.
윤씨는 고령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된 뒤에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의사 심씨에게 수술 집도를 맡겼다. 심씨는 윤씨로부터 건당 수십만원의 사례를 받았다.
윤씨 병원에 낙태 수술을 원하는 산모들을 알선한 브로커의 존재도 드러났다. 윤씨는 2년간 3억1200만원을 브로커 2명에게 지급했다. 검찰은 브로커 2명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유튜버였던 권씨는 지난해 6월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살인이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현행법상 임신 24주 이후 낙태는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 등을 기소하면서도 ‘불법 낙태 수술’ 자체에 대해선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법 개정 시한은 2020년 12월 31일이었지만 국회 입법 지연으로 처벌 규정은 공백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처벌 규정의 공백기를 틈타 일부 산부인과 병원과 브로커들이 출산이 임박한 고주차 태아에 대해서도 고액 수술비만 부담하면 무분별하게 낙태 수술을 해줬다”며 “경제적 동기로 생명을 경시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본건으로 취득한 수익금이 전액 추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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