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내한 뮤지컬 '위키드', 대작은 달랐다
[안지훈 기자]
극장에 들어서면 <위키드>의 세계를 상징하는 길이 12.4m의 '타임 드래곤'이 관객을 반긴다. 타임 드래곤을 비롯해 <위키드>의 화려하고 웅장한 오리지널 무대는 한국에 다시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2년 내한 이후 무려 13년 만에 이루어진 내한이다. 그 사이에는 한국 배우들로 구성된 라이선스 공연이 세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어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22년 동안 공연될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16개국에서 공연되며 세계적인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스토리나 음악도 훌륭하지만, 5000개의 LED 조명을 사용한 무대와 350여 벌의 의상 등 세트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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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 ⓒ 에스앤코 |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원작 소설이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다루고, 던지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며, 미처 대답하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위키드>는 초록 마녀 엘파바가 죽었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사람 틈에서, 엘파바가 왜 악한 존재가 되었는지 읊조리는 글린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새 시점은 글린다와 엘파바가 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으로 돌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초록색이었던 엘파바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엘파바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거나 피하기 일쑤고, 학교 친구들은 엘파바를 놀릴 궁리만 한다.
글린다는 엘파바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글린다는 주변 친구들을 끌어모은다. 글린다는 엘파바를 은근히 놀리는 걸 주도하기도 한다. 둘은 타고난 차이로 인해 학교에서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한다. 누군가는 차별과 배제의 위험에 놓여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무조건적 지지와 동조를 받는다.
<위키드>는 마법 같은 세계를 동화적으로 그려내지만, 그 세계가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배척받는 건 글린다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들은 마법에 걸린 듯 말을 하지 못하게 되고, 점점 모습을 감춘다. 이는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소외되는 약자 또는 외부자를 상징하는 것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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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 ⓒ 에스앤코 |
글린다와 엘파바는 아주 작은 우연을 통해 친구가 된다. 그리고 엘파바에게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발견된다. 하지만 마법이 그동안 약자들을 침묵하게 만들어왔다는 진실을 알게 된 엘파바는 자신의 능력을 올바르게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1막의 마지막 넘버이자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히는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는 이런 엘파바의 결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세력은 엘파바를 악한 마녀로 둔갑시킨다. 엘파바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사람들은 소문의 진위를 분별하려는 노력 따위 하지 않고, 그저 엘파바를 마구 비난할 뿐이다.
극 중에는 많은 사람이 믿는 것이 곧 진실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지를 교묘하게 조작하고 이야기를 꾸며내 새로운 진실이 만들어진다. 그 진실이 진짜 진실이 아닐지언정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이상 위력은 대단하다. 그렇게 엘파바는 '사악한(wicked)' 악마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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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 ⓒ 에스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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