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기적 같은 일이 아니다
[고광일 기자]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K'의 물량 공세가 압도적으로 쏟아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후 <케데헌>)에 대한 감상을 요약하면 그렇다. 컵라면과 분식, 국밥으로 이어지는 K-푸드. 한옥마을, 낙산공원, 남산으로 절정을 맺는 K-풍경. 한의원과 목욕탕에서 펼쳐지는 K-문화까지. 이동진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어묵볶음 위에 고명으로 올라간 부추 두 줄기까지 재현된 <케데헌> K-고증은 하나같이 놀라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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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케데헌>은 제목부터 그렇듯 케이팝과 데몬헌터라는 키워드가 전면에 등장한다. 어쩌다 이질적인 두 요소가 섞이게 됐을까. 감독 메기 강의 인터뷰에 따르면 시작은 데몬헌터였고 케이팝이 나중에 따라붙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악귀를 물리친다면 누가 어울릴지 고민하다가 케이팝이 떠오른 것이다. BTS의 유례 없는 성공 덕분에 해외에서 케이팝을 보는 시선이 감독이 떠올린 알고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다.
인정하기는 싫으나 뼛속까지 유교보이의 입장에선 차마 공적으로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촉촉 타령이 차트 1위에 오르내린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밝고 건실한 청년이란 이미지를 주는 슈퍼스타가 영미 팝계에는 드물다.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아이돌로 케이팝이 자리 잡고 있고 <케데헌>도 그렇게 형성된 글로벌한 이미지를 적응 차용한 듯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루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 역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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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루미가 멤버들에게 정체를 들키고 좌절한 뒤 스승인 셀린을 찾아갔을 때의 모습이다. 당연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제자를 위로하고 깨달음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셀린은 '흠집과 두려움을 내보여선 안 된다'는 과거의 가르침을 반복한다. 루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셀린은 황금 혼문만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며 불완전한 점을 숨기고 비밀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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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사랑이 핏속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건, 누구의 자식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디스 워튼, '여름'중에서
소녀시대 본인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다시 만난 세계'는 탄핵정국을 계기로 당당히 2000년대를 상징하는 민중가요로 자리 잡았다. 펀치라인은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라는 가사다. 탄핵 과정에도 갑자기 천재지변이 일어난다거나, 벼락이나 급살을 맞거나, 미국이 개입해서 중재하는 등 특별한 기적이란 없었다. 특별한 기적이 없다는 사실은 모든 사건에는 그 사건에 따른 저마다의 복잡한 기승전결이 있다는 뜻이다.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1위를 넘어 'Golden', 'Your Idol', 'How It's Done' 등의 수록곡이 차트를 폭격하고 있는 <케데헌>의 성공은 기적 같은 일이 아니다. 오빠 부대라는 태초를 지나 빠순이라는 멸칭을 뛰어넘어 빛의 혁명이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케이팝 아이돌을 사랑해온 팬들은 사회와 집단의 압력에 짓눌렸지만, 목소리를 내고 다른 이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용기를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만들어내진 않았다. 아티스트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매 순간 다하던 진심이 결국 특별한 기적 대신 우리를 구하고 케이팝의 'Imagine'이 울려 퍼질 기승전결을 완성했다.
Oh, 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숨는 건 끝이야, 난 이제 빛나고 있어, 내가 태어날 적부터 그랬듯이
Oh, our time, no fears, no lies
우리의 시간이야, 두려움도 거짓도 없어
That's who we're born to be
그게 우리가 태어난 이유야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Golden' 가사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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