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령을 찾아, 새벽까지 계속되는 추리 게임
[한별 기자]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암전이 되면 고요한 정적이 무대와 객석을 감싼다. 어둑한 무대가 드러나면 누군가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한숨 돌리고 이층으로 올라가 무대는 비었는데 갑작스레 비명 소리가 울린다. 무대의 시계는 2시 22분을 가리킨다. 순식간에 등골까지 오싹해졌다. 연극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작 뿐 아니라 커튼콜에도 재밌는 지점이 있다. < 2시 22분 >의 커튼콜에서는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스포일러 방지'를 부탁한다. 배우들이 인사를 시작하면 무대 위쪽 스포일러를 하지 말아달라는 '쉿! 스포금지!'가 띄워진다. 공연장을 나설 때는 배지도 하나씩 나눠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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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2시22분> 무대 일부 공연 종료 후 포토타임에서 찍은 무대 일부, 왼쪽 상단에 시계가 걸려 있고 오른쪽 상단에 스포일러 관련 안내 문구가 삽입돼 있다. |
| ⓒ 한별 |
'A GHOST STORY'라는 부제에 걸맞게 < 2시 22분 >에서는 초자연적 현상, 정확히 말하면 혼령에 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니와 샘의 집에 로렌과 벤을 초대한 날, 제니는 새벽 2시 22분마다 듣는 이상한 소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샘은 제니가 착각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제니는 그런 샘이 원망스럽다. 결국 로렌과 벤이 함께 새벽까지 함께 있으면서 혼령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과정이 무섭지만 재밌다. 친숙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누구나 친구와 함께 '귀신을 믿어?'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본 적 있다면, 분명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조명과 음향이 한몫한다. 공연 속 배경 설정에 맞춰 조명은 어둑어둑해 스산하다. 베이비 모니터에서 나오는 아기 울음소리 등 기묘한 음향도 소름을 돋게 한다. 무대 위 소품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계도 빨간색으로 불안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무대가 양 옆으로 넓고 깊어 인물들이 끝없이 움직이는데 지루하지 않다.
쉴새없이 대사를 주고 받는 속도가 빠르게 극에 몰입하게 했다. 정말 친구들과 얘기했을 법한 말투와 단어들도 대사를 잘 들리게 하는 요소였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나고 객석을 나서는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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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 2시 22분 > 캐스팅 보드 연극 <2시 22분>의 캐스팅 보드. 왼쪽부터 제니 역의 박지연, 샘 역의 김지철, 로렌 역의 방진의, 벤 역의 양승리 배우다. |
| ⓒ 한별 |
< 2시 22분 >을 단순히 스릴러로 보긴 어렵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 큰 줄거리이긴 하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니와 샘은 이사한 집에서 들리는 수상한 소리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며 대립한다. 혼령에 대해 샘의 절친이자 정신과 의사인 로렌은 중립적인 의견을 내면서도 제니를 위로한다. 반면 혼령의 존재를 강하게 믿는 벤은 제니와 한층 강렬하게 교감한다.
이 네 사람은 오래된 집에 남아있던 가구들을 대하는 태도, 사회에 갑자기 편입된 난민과 같은 사람들에 대한 태도 등을 바탕으로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반박하며 대립하지만 결국 서로를 바라본다.
무대 위 네 사람이 설전을 벌이는 사이 관객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정말 혼령이라는 존재가 있는 걸까? 범인을 찾아야 하는 추리 게임처럼 제니가 들었다는 수상한 소음에 대해서, 혼령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계속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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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 2시 22분 > 포토 타임 공연 종료 후 진행된 포토 타임에서 방진의(왼쪽부터), 박지연, 김지철 배우가 포즈를 잡고 있다. |
| ⓒ 한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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