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든 공무원 김성민을 따라 걷는 청산도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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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 정지승]

공무원 사진가 김성민의 사진책 <사진, 난 너를 기억해> 속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진에게 말을 건넨다. 그것은 추억의 소환이 아니라, 사라진 풍경과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정서적 대화다.
책장을 넘기면 곧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사진집이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고백록이며, 잃어버린 시간과 감정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이다.
김성민 작가는 담양군청 소속 공무원이자, 30여 년 넘게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은 시골마을의 기록자다. 그의 고향은 청산도이다.
그래서 그는 청산도와 여서도 두 섬의 돌담길은 그의 앵글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방식으로,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돌담을 사진의 대상으로 의식하게 된 계기는, 그것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 작가는 이렇게 회상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돌담은 점점 자취를 감췄고, 그 틈새에서 그는 돌담을 잃어버린 고향의 언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고 청산도 골목을 오르내린 것도 그 무렵이었다.
사진집 <사진, 난 너를 기억해>는 이처럼 청산도와 여서도의 돌담을 배경으로 한 사람과 풍경, 그 시간의 온도를 담아낸 사진과 글의 여정이다. 사진은 단순히 예쁘다거나 잘 찍었다는 평가보다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사진을 찍고, 왜 다시 그것을 꺼내보는가?
사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다시 불러오는가?
김 작가에게 사진은 현재를 포착하는 도구만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의 나를 위한 감정의 메시지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사진은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감정의 메시지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 색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빛과 그림자, 곡선과 질감이다. 그것은 청산도의 돌담이 품고 있는 곡선과도 닮아 있다. 억지로 쌓은 것이 아니라, 바람과 비, 손의 무게로 차곡차곡 놓인 돌들처럼 그의 사진도 인위보다 자연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준다.
미학자 최행준씨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했다.
"김성민의 작품은 최소한의 가공으로 만들어진 돌담,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자연의 풍화, 이를 견디며 중첩되는 곡선과 길, 그 길을 닮은 주름투성이의 사람들을 통해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자연과 문명 사이의 처절한 어떤 문제의식과 답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사진을 바라보는 감정은 늘 변한다. 이것이 김 작가가 말하는 감성의 조형성이다.
사진은 그 순간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내 마음을 기억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사진, 난 너를 기억해>는 사진을 통해 기억을 복원하고, 때로는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카메라 셔터 소리는 순간을 붙잡지만, 그 안에는 공기와 냄새, 바람과 온도, 소리 없는 정적까지 녹아 있다. 그것은 하나의 시각적 장치이자 감성의 저장장치다.
그는 대학원에서 발표한 석사 논문 '슬로시티 청산도 돌담사진에 대한 연구(2015)'를 통해 돌담의 미학과 시간성을 이미 탐색한 바 있다. 이번 사진집은 그 연구의 연장선이자, 실천의 결과물이다.
"사진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는 변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한 우리가 다시 그 사진을 볼 때, 사진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사진, 난 너를 기억해>를 고향을 기록한 사진집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문학으로 만든다. 책 속에는 청산도의 안개 낀 돌담길, 그 돌담 너머로 어른거리는 유년의 그림자, 일요일 오후 느릿하게 퍼지는 소소한 일상의 온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에는 누구에게나 있는 잊고 있던 존재의 흔적이 따뜻하게 스며있다.
김성민 작가는 특별한 전업 사진가가 아니다. 그는 담양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그러나 휴일이면 카메라를 들고 고향을 찾고, 매해 전시를 열고, 사진을 책으로 묶는다. 그렇게 그는 생활의 기록자가 되어간다.

"나는 이 사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사진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독자는 이 두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김성민의 사진은 말없이 대답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사진은 그 시간을 잊지 않는다. 감정은 바래지만 사진은 그 온도를 오롯이 품고 있다.
그렇기에 《사진, 난 너를 기억해》는 우리 모두의 지나간 마음과 마주할 수 있는 바로 '기억의 문'이다. 그 문을 열면, 어느 돌담길 끝자락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을 건다.
"너는, 기억하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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