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코스트코에서 느끼는 고향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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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우리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간다. 집 근처 10km 반경 안에도 코스트코 매장이 두 곳이나 있지만, 우리는 일부러 46km 떨어진 소도시의 코스트코를 찾는다. 조금은 엉뚱하고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선택은 팬데믹 시절에 시작된 작은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처음 팬데믹이 창궐했을 무렵, 모든 문화 시설과 여행지가 문을 닫았다. 마스크를 낀 채 사람 많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도 꺼려졌고, 바깥 활동은 거의 제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한적한 도시로 드라이브도 할 겸 장을 보러 나가게 됐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찾는 그 코스트코는 다른 매장에 비해 훨씬 한가롭다. 넉넉한 주차 공간, 복잡하지 않은 동선은 장 보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게다가 주유비도 더 저렴하다. 우리가 사는 밴쿠버보다 리터당 평균 10센트가 싸고, 코스트코 주유소를 이용하면 추가로 10센트가 할인되어 50리터 주유 시 10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바로 '드라이브의 즐거움'에 있다.
도로 사정도 좋다. 집 근처에 톨게이트가 있어 고속도로 진입이 쉽고, 목적지인 코스트코 역시 고속도로 출구와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차량 정체만 없다면 왕복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비용을 아끼는 실속도 있지만, 이 여정엔 소소한 여유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재미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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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여름의 만년설. 자연이 준 시원한 선물 같은 풍경이었다 |
| ⓒ 김종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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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平和)’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캐나다인 직원. 이민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장면.. |
| ⓒ 김종섭 |
비록 한글은 아니었지만, '평화'라는 한자 단어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중국, 일본, 한국 등 한자를 쓰는 나라들이 공유하는 글자이지만, 어느 나라 글자냐를 떠나 그 안에서 '공통된 문화의 울림'을 느낀 것 같았다. 타국에서 살아가다 보면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고향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익숙한 음식, 간판, 단어 하나가 주는 감정은 설명하기 어려운 위안이 된다.
코스트코에 처음 갔을 때, 한국 제품이 진열대에 놓여 있던 걸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후로는 갈 때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한국 제품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생겼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민자에겐 그 작은 것 하나가 위로가 된다.
그래서일까.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요즘 더 실감 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민자의 정체성과 감정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 아닐까. 코스트코에서 마주한 그 짧은 장면조차 내게는 일상 속의 작은 애국심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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