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경매'에 직접 참가해 봤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베이옥션 타자기 경매에 한글 기계화 역사를 대표하는 타자기 3점이 나타났다. 경매 결과가 궁금하여 취재를 위해 직접 경매에 참가하여 낙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해 보았다. <기자말>
[강득주 기자]
|
|
| ▲ 타자기 중에 최고가로 낙찰된 김동훈식 한글 타자기 "Olivetti-Underwood 21" 모델에 한글 다섯 벌 자판을 적용한 타자기 |
| ⓒ 코베이 |
|
|
| ▲ Royal Model 10 타자기 기획경매에 출품된 가장 타자기 중에서 가장 오래 된 영문타자기로 1913년 이 후 생산된 것으로 약 110년이 지난 타자기 이다. |
| ⓒ 코베이 |
스탠더드급의 타자기이기 때문에 무게가 20kg 이상 된다고 가정했을 때, 배송비에 추가적으로 포장비와 파손에 대한 보험료, 관세(가격이 $200 이상일 경우)와 부가가치세까지 계산하면 타자기 가격보다 배송료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이런 타자기는 해외직구보다 국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면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훨씬 이득이다.
|
|
| ▲ 타자기경매에서 가장 주목 받을 타자기 3종 Olympia SG-1 한글 네벌 식 타자기(왼쪽), Olivetti-Underwood 21 김동훈식 한글 다섯 벌식 타자기(가운데), 경방기계공업사의 크로버302로 제작된 공병우 한글 세 벌식 한,영타자기 '세종'(오른쪽) |
| ⓒ 코베이 |
김동훈식 타자기는 주로 Olivetti 'Studio44'를 베이스로 제작된 것이 많이 발견된다.
이번에 경매에 출품된 "Olivetti-Underwood 21" 모델은 1959년 미국의 Underwood社가 Olivetti社에 합병되며 나오게 된 모델로 타자기의 외관인 하우징 디자인만 다를 뿐 기계적인 성능과 작동 메커니즘은 '21'과 'Studio44'가 동일한 타자기나 마찬가지이다. 타자기의 외관을 보면 도장이 일부 벗겨지긴 했으나,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빈티지한 멋이 느껴진다.
일렉기타 마니아들은 자신의 기타에 이런 빈티지 한 멋을 내기 위해 일부러 기타의 도장을 갈아내는 '레릭'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그에 비하면 타자기의 이런 자연스러운 외관은 돈을 주고도 만들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김동훈식 타자기'라는 금속 명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타자기의 가치는 '활자'에 있다. 다섯 벌식 한글자판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김동훈식 타자기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쁜 글꼴의 활자를 가진 체재(體裁) 타자기라는 것이다. 1960년대 국내 타자기 시장은 공병우의 세 벌식 자판과 김동훈의 다섯 벌식 타자기가 시장을 양분하여 경쟁하고 있었다. 공병우타자기는 신속하게 타이핑이 가능한 속도가 장점이었고, 김동훈 타자기는 네모꼴의 예쁜 글꼴이 장점이었다.
|
|
| ▲ 공병우 한영타자기 '세종' 경매에 출품된 1979년산 공병우 한영타자기 '세종' |
| ⓒ 코베이 |
필자가 이미 소장하고 있는 타자기로 공병우 한영타자기는 1975년에 특허출원을 한 것이다. 한영타자기는 2단 한영자판의 '공한영 201' 모델과 3단 한영자판의 '공한영 301' 모델 두 가지가 있는데, 경매에 출품된 타자기는 '공한영 201'이다. 301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문을 대, 소문자 모두 입력 가능한가 여부인데, '공한영 201'의 경우는 영문 대문자만 입력이 가능하다.
|
|
| ▲ 올림피아 SG-1 한글타자기 경매에 출품된 한글 네 벌식 자판을 가진 Olympia SG-1 타자기 |
| ⓒ 코베이 |
내구성부터 정교하고 깔끔한 결과물을 만드는 독일 기술력의 정점을 느낄 수 있는 타자기라는 것이다. 그것도 스탠더드급 모델인 SG-1에 한글 개조가 된 타자기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타자기의 가치를 높게 볼 수 있는 타자기이다. 필자의 경우는 이미 공병우, 김동훈 타자기를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올림피아 한글타자기에 더욱 주목하였다.
경매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 일단 세 타자기 모두 응찰을 해 두고, 경매 마지막 날인 7월 12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경매 초반 관심을 나타내는 투찰자들이 하나 둘 경매에 참여했다. 경매는 초반보다는 마감 30분 전부터 불이 붙기 시작한다. 이번 경매도 그러했다. 마감 1시간 전부터 조금씩 최고입찰자 자리의 쟁탈전이 물밑으로 오고 간다. 코베이 옥션에서는 최고가를 써낸 투찰자의 가격은 드러나지 않는다. 화면에 나오는 현재가는 차순위 입찰자가 써낸 금액이다.
필자가 예측한 최고가 낙찰 순위는 Olivetti-Underwood 21 김동훈 타자기 - Olympia SG-1 한글 타자기 - 공병우 한영타자기 순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그대로 적중했다.
Olivetti-Underwood 21 김동훈 타자기는 602,000원
Olympia SG-1 한글 타자기 442,000원
공병우 한영타자기 358,000원
낙찰수수료는 별도이기 때문에 실제로 낙찰받은 사람이 지불할 돈은 더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획 경매에 출품된 타자기 중에서 최고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김동훈식 타자기는 총 19명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41회의 투찰 끝에 낙찰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투찰 경쟁이 치열했던 터라 연장경매 시간까지 적용되었다. 결국 마지막에 김동훈 타자기를 낙찰받은 이는 마지막으로 투찰에 참가한 19번째 응찰자인데, 마지막에 단 한 번의 투찰로 김동훈 타자기를 낙찰받았다. 마치 드라마 같은 상황이다. 18명의 40회 투찰이 허무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것이 경매의 묘미다.
결국 경매에서 최종 승리자는 가장 많은 금액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동훈식 한글 다섯 벌 타자기의 가치를 금액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타자기마다 보존 상태나 작동여부 등 조건이 다양한 것도 있지만, 적어도 경매에서 만큼은 수요자가 이 타자기를 취하기 위해 얼마의 가격을 치를 것인가? 하는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더 큰 금액을 적을 경쟁자가 있었다면 타자기의 가격은 훨씬 더 높게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낙찰은 대진운도 한몫한다.
그리고 두번째 높은 금액으로 낙찰된 Olympia SG-1 한글 타자기는 필자도 낙찰을 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투찰을 했으나, 낙찰받지 못했다. 최종 낙찰금액은 김동훈타자기보다 적지만, 경쟁은 훨씬 더 치열했다. 이 경매에는 총 28명이 투찰경쟁에 참여를 했고, 낙찰까지 68회의 투찰이 이어졌다. 필자도 마지막 연장경매까지 따라붙었으나, 결국 차순위자로 경매가 끝나고 말았다. 공병우 한영타자기도 역시 치열했다. 31명의 참가자들이 47회의 투찰경쟁을 하였다.
경매는 끝이 났고, 경매장에는 낙찰자와 유찰자만이 남았다. 취재를 위해 경매를 참여했지만, Olympia SG-1 한글 타자기는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투찰경쟁을 했지만, 기회를 놓치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이런 물건은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글 기계화 역사의 중요한 산물인 타자기 낙찰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코베이옥션에서 또 다시 타자기 기획경매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타자기이야기>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타자기이야기>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힘 지지' 엄마에게 쏘아붙인 한마디... 후회한 뒤 내가 한 일
- 윤석열 강제구인 나선 특검 "3시반까지 청사 조사실 인치 공문"
- 해명 도중 울컥한 강선우...국민의힘 "저 봐라, 감정 잡는다"
- '가난 때문에 배움 포기 않도록 하겠다'던 이 대통령, 1년 뒤 성남에서 한 일
- 서울 대신 세 번이나 고통받은 섬의 '쑥대밭' 연대기
- 폭염경보인데 냉기로 가득한 지장재 고갯마루
-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한 대통령님, 이것부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정동영 "유엔사가 DMZ 평화 이용 불허? 있을 수 없는 일"
- 비인기 종목은 서러운가, 서러워 보이려 하는가
- 달라진 강선우의 해명 "변기 수리, 의원실 아닌 지역 보좌진에 부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