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천재 유격수' 김재호, 원클럽맨의 뜨거웠던 눈물

이준목 2025. 7.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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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 왕조의 레전드' 김재호가 21년 선수 인생의 피날레를 팬들과 함께 아름답게 장식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7월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김재호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베어스 올타임 No.1 유격수 김재호'라는 테마로 김재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무엇보다 김재호에게는 '두산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함께한 캡틴이자 주전 유격수'라는 상징성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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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에서 후배에게 번호 물려줘... 그의 21년은 성실함이었다

[이준목 기자]

'베어스 왕조의 레전드' 김재호가 21년 선수 인생의 피날레를 팬들과 함께 아름답게 장식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7월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김재호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김재호는 이날 '은퇴선수 특별 엔트리'를 통해 선발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BO는 구단 요청에 따라 은퇴하는 선수에게 은퇴식 당일 경기에 한정하여 기존 엔트리 정원을 초과해 등록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있다. 상대팀인 KT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했다. 이에 김재호는 6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하며, 지난해인 2024년 10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이후 276일 만에 1군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아름다운 피날레
 7일 은퇴식을 가진 두산 베어스 김재호.
ⓒ 연합뉴스
김재호는 이날 경기 시작 전 가족들과 함께 시구, 시타를 가진데 이어, 1회초 2사 상황에서 수비 도중 교체되면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쉽게도 타구가 김재호가 있는 방향으로는 오지 않아 그의 수비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교체 순간에는 특히 자신의 현역 시절 등번호였던 52번을 이어받은 박준순과 교체되면서 직접 유니폼을 벗어서 물려주는 뜻깊은 세리머니를 펼치며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했다.이 장면은 두산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김재호가 자신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팀 후배에게 시대의 바통을 넘겨준다는 '대관식'같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전설의 마지막 퇴장을 축하했다.

이날 두산은 KT 위즈와의 시즌 12차전에서 8-7 역전승을 거두며 대선배의 은퇴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베어스 올타임 No.1 유격수 김재호'라는 테마로 김재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은퇴식은 팀명인 베어스(BEARS) 알파벳 순서대로 'Begin', 'Evolution', 'Achievement', 'Respect', 'Spirit' 순서로 김재호가 걸어온 야구인생을 조명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암전 상태에서 조명이 켜지면서 유격수 포지션 자리에서 나타난 김재호가 1루 송구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무명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과 노력을 거쳐 리그 최고의 선수 자리로 올라온 김재호의 선수경력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은퇴식에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김재호는, 잠실 구장 유격수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입맞춤을 하는 순간에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끝내 눈물을 쏟았다.

김재호와 더불어 두산의 전성시대를 이끈 양의지를 비롯하여 이영하, 곽빈, 김재환, 정수빈 등의 후배들이 꽃다발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옛 동료 더스틴 니퍼트와 정재훈, 손시헌, 민병헌, 최주환 최재훈 등 수많은 선후배 야구인들도 영상메시지를 통하여 김재호와 함께 했던 추억을 기리며 헌사를 전했다.

피날레는 김재호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이 등장하여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단상에 오른 김재호는 팬들에게 전하는 은퇴사를 낭독했다. 김재호는 "돌이켜보면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결코 성공적인 시작도, 마무리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함께했던 두산의 엣 동료들과 역대 감독들, 프런트, 구단주를 일일이 거론하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누구보다 긴 세월 그의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김재호는 "제가 일생동안 서 있던 유격수 자리는 투수의 등 뒤를 든든하게 지키는 포지션이다. 그런 저를 언제나 뒤에서 지켜준 건 가족이었다. 가족들의 헌신과 사랑이 지금 이 자리에 저를 서 있게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사랑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재호는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하여 이별이 아닌 또다른 재회를 기약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팬 분들이 저를 일으켜 세웠다. 저를 끊임없이 응원해주신 '최강 10번 타자' 팬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한다"라고 인사하며 "오늘의 인사가 영원한 안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언제나 우리 두산 곁에 있겠다. 두산과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은, 저의 자부심이자, 전부"라며 고백하며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두산 선수단은 김재호를 헹가래하며 제 2의 야구인생을 응원했다.

노력하며 천재가 되다

김재호는 2004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지명된 이래, 21년간 오직 한 팀에서만 활약하며 '원클럽맨'이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남기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통산 성적은 1천793경기에 출전, 타율 0.272, 안타 1천235개, 홈런 54개, 600타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전신인 OB 시절을 포함하여 베어스 프랜차이즈 출신 선수로는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으며, 베어스 유격수 중 프랜차이즈 최다 안타, 타점, 홈런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김재호는 흔히 '천재 유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지만, 실제로는 오랜 무명생활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아이콘'이자 '노력형 천재'에 더 가깝다. 김재호는 타격이 돋보이는 화려한 선수도 아니었고, 내야수치고 스피드나 운동능력이 그리 빼어난 편도 아니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부단한 노력을 바탕으로 오직 안정감 있는 수비만으로 충분히 한 시대를 호령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프로 입단 당시에는 '화수분'으로 불리던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으로 인해 20대 커리어의 대부분을 백업으로만 보내다가 2014년 손시헌의 NC 다이노스 이적 이후 약 10년만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해 낼만큼 인고의 과정을 거쳤다.

무엇보다 김재호에게는 '두산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함께한 캡틴이자 주전 유격수'라는 상징성을 빼놓을 수 없다. 2015-2016년에는 주장으로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와 2년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또한 2015년 WBSC 프리미어12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출장하여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하며 국가대표로서도 맹활약했다.

두산은 그동안 수많은 슈퍼스타들을 배출했지만 정작 두산에서 커리어를 아름답게 마친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김재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뛰어난 실력과 끊임없는 노력, 부드러운 인품을 겸비하여 야구선수의 모범으로 꼽힐만큼, 많은 팬들과 선후배 야구인들의 존중을 받았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두산 팬들에게는 팀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소나무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준 김재호의 존재가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원클럽맨으로 야구인생 1막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재호는 은퇴 후에도 SPOTV 야구중계 해설위원 및 야구 예능 <불꽃야구> 멤버로 제2의 인생을 열심히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두산 팬들은 언젠가 준비된 지도자 혹은 프런트로 다시 돌아올 김재호와의 아름다운 재회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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