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님의 옷장을 정리하다 이럴 줄 몰랐지
엄마는 2년 전부터, 아빠는 1년 전부터 치매 환자가 되셨습니다. 이 글이 우리 가족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말>
[현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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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장 사진. |
| ⓒ 게티이미지뱅크 |
옷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나의 흔적까지 찾아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해외여행 다녀오며 기념품으로 구입했던 초콜릿, 화장품, 연고, 건강식품 따위가 쏟아져 나왔다. '그때가 기회였는데', '그때 서둘러서 병원에 다녀왔어야 했는데'라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는 그게 효도인지 알았다. 철새처럼 가끔씩 나타나서 좋은 선물을 안겨드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사용 연한이 모두 지나 폐기한다.
다음은 아빠 옷장이다. 아빠의 옷장은 낡고 오래된 옷만 정리해서 쓰레기로 처리한다. 엄마의 치매가 진행되면서 아빠의 옷장은 시간이 멈춰졌다. 새로 구입한 옷을 옷장에 채워놓고, 꺼내 입으시기 편하게 배열한다. 미처 다하지 못했는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모든 일은 여기서 멈춘다.
오늘 하루에 필요한 식사, 운동, 활동까지 주간보호센터에서 마무리하신 부모님께서 돌아오셨다. 반갑게 인사하고,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고,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엄마의 옷을 떠올리며, 그 옷을 입으시고 어린 남매를 아껴주시던 엄마를 떠올리며, 이제는 수척해진 엄마와 살을 맞대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꽉 막힌 옷장을 비우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비우고 나니 마음이 허전하다. 옷장을 정리하며 유년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코로나 시절부터 진행된 부모님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나를 떠올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진정한 효도는 한 번이라도 더, 마음을 다해,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쓸데없는 기념품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 부모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서둘렀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교차한다.
텅 빈 마음에도 바람이 분다. 젊고 건강했던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싱그럽던 엄마 내음이 그리고 그 향기가 어디선가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노력하고 있으니 늘 내 곁에 있어 주시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집으로 돌아온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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