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 보이는 꽃이라고 쉽게 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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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상 기자]
또 속았네요. 여기, 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우지는 못하는 '식물 초보'가 있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씨앗을 심고 몇 날 며칠을 들여다보며 싹트길 기다립니다. 지쳐 갈 때쯤 이끼만 가득한 화분을 보며 탓을 합니다. 나를 속인 건 씨앗인지, 씨앗을 판 사람인지, '똥손'의 주인인지?
원망은 부질없죠. 그래요. 바로 제 얘깁니다. 한때 욕망덩어리였던, '식물 킬러'요. 뭐, 저 같은 사람이 있어야 종묘사도 먹고사는 거 아니겠냐고 지질한 위로를 하기도 했죠. 일찍이 부처님도 "사랑하는 꽃은 보지 못해 괴롭고, 잡초는 자주 봐서 괴롭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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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꾸기 쉬운 식물 샤스타데이지와 금어초, 인동초, 샐릭스 |
| ⓒ 김은상 |
그래서 위대한 정원사들에게 조언을 청했습니다. "네 땅을 알라." 거장들의 말은 한결같습니다. 토양과 기후에 맞는 식물을 가꾸라는 거죠. 아무리 인생 자체가 배움이라지만, 육십이 넘도록 나 자신도 모르는데 대화도 안 되는 흙을, 기상청도 매번 틀리는 날씨를 어찌 알아보란 얘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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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피식물 송엽국, 세럼, 각시패랭이 |
| ⓒ 김은상 |
샐릭스, 홍가시, 단풍처럼 잎이 아름다운 나무가 그렇죠. 매화, 등나무, 찔레, 인동초, 목서처럼 향기로운 꽃나무들도 가뭄에 잘 견딥니다. 죽단화, 철쭉은 모진 환경에도 잘 자라고 쑥부쟁이, 꽃범의 꼬리, 삼엽국, 자주달개비는 뿌리로 번식하며 건조한 땅이나 그늘에서도 잘 버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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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생과 죽음 새싹과 고사한 호두나무 |
| ⓒ 김은상 |
씨앗에도 영혼이 있으면 어쩌나 싶습니다. 실패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지만 키우다가 죽으면 마음이 언짢아요. 그 무엇이든 생명이 깃든 건, 태어나지 못하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어렵습니다. 쉬운 꽃이라고 쉽게 보면 안 되는 이유를 잠시 잊고 있었네요. 하루라도 오래 보려면 내 번거로움이 즐거워져야겠죠?
그 마음으로 새로운 꽃씨를 심었습니다. 해바라기, 금관화, 밥티시아, 큐피드다트... 부들거리는 손으로 모종판에 옮기며 내 땅에서 잘 살아주길 빌었습니다. "싹이 나올까? 꽃이 필까? 겨울은 잘 견딜까?" 하는, 그저 이런 잔잔한 고민이 행복임을 느끼면서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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