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학교 체육 정책 반드시 고쳐야 한다"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이달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토론회에서는 새 정부의 체육 정책의 방향성을 '학교 체육 공간의 정치학'이라는 주제로 다뤘다. 미래가치를 담고 있는 학교 체육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해법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 반성적 성찰 등은 일회적 공약으로 이룰 수 없다.
학교는 한국 체육의 희망만이 아니라 모순이 응집된 공간이다. 정규 교과목인 체육 수업, 운동부 육성을 위한 전문체육, 일반 학생들의 클럽스포츠 활동이 공존한다. 국가는 학교를 '태극전사' 양성의 기지로 삼았다. 하지만 시대정신이 바뀌면서 승부지상주의의 폐해, 인권침해, 학습권 박탈, 진로 선택의 제한 등이 불거졌다.
국가는 2019년 민관 합동기구인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해 '한칼'에 과거와 단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말리그 전환과 전국대회 축소, 최저 학력제, 수업일수 강화 등의 변화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지도자나 학부모, 선수들의 반발도 있다. 2011년 학교체육진흥법 제정 이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강화가 시도됐지만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의 이상은 요원하다. 수학 과목 성적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듯한 입시제도 아래서 학교 체육 교과 시간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체육의 문제를 체육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고민하기 위해,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논쟁적으로 머리를 맞댔다.
토론 참가자: 정용철 서강대 교수, 박재현 한체대 교수, 장익영 한체대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원, 김완태 전 프로농구 엘지 단장,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5월24일 줌 토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체육 정책이 나올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치 사태로 불거진 대선 국면에서 체육계에서도 이렇다 할 단일한 목소리는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사회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체육 정책이 나올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치 사태로 불거진 대선 국면에서 체육계에서도 이렇다 할 단일한 목소리는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정용철 교수가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그 얘기를 먼저 듣고 토론회를 진행하자.
정용철 교수: 현재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이고 스포츠 인권연구소와 문화연대 등에 멤버십을 갖고 있고,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이러 저러한 모임이나 행사에서 발언을 해왔다. 이번엔 스포츠 제도와 법에 관심이 많은 민변과 결합해서, 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새 정권의 스포츠 정책이 어떻게 되냐를 놓고 우리끼리 한번 얘기를 해보자는 의견이 모여 국회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스포츠 정책 제안'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회자: 주로 어떤 얘기가 나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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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고교의 체육시간에 학생들이 몸을 풀고 있다. |
| ⓒ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
미국에서 운동선수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운동은 당연히 열심히 하고, 다른 학생들은 파티에 가고 할 때도 엄격한 스케줄로 자기 운동하면서 수업 듣고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운동선수를 했다는 경험이 굉장히 높이 평가되는 구조다.
정용철: 대학의 최저학력 C 제로 룰은 미국의 NCAA에서 있는 것을 10년 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가져왔다. 그것도 원래 안 되다가 정유라 사태 나는 바람에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게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문화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본질을 좀 봐야 한다. 미국에서 운동선수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운동은 당연히 열심히 하고, 다른 학생들은 파티에 가고 할 때도 엄격한 스케줄로 자기 운동하면서 수업 듣고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운동선수를 했다는 경험이 굉장히 높이 평가되는 구조다. 반대로 우리는 학생이 운동한다고 하면 익스큐즈(양해)를 많이 하고, 때로는 운동 엘리트를 했다는 것이 핸디캡이 될 때도 있다.
사회자: 박재현 교수나 장익영 교수는 70~80년대 엄혹한 시절에도 선수로 대표까지 하면서 공부해 실존적 경험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박재현 교수: 정용철 교수가 말씀하신 문제의식에 100% 동감한다. 또 체육시민연대나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점도 존경한다. 그런데 정 교수가 언급했듯이, 국회의 임오경, 진종오 의원과 장미란 문체부 차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 체육계 주요 라인업(빅 5)이 모두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체육계의 대표자들은 지금 체육시민단체의 주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일까?
저는 학교 체육과 특기자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엘리트 스포츠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 출범 당시, 정말 엄청난 기대를 했다. 관련 부서 차관들이 위원으로 들어갔고, 엘리트를 포함해 체육의 풀뿌리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봤다. 그런데 그 혁신의 기회에서 결론을 끌어내거나 어젠다를 던지는 데 고민이 더 필요했다고 본다.
새우깡 포장지를 보고 샀는데 내용물이 새우깡이 아니라 양파링이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최저학력제라는 이름을 쓰지만, 그 명칭과 다르게 실제 내용은 최저학력이 아니다. 누군가 임의로 정한 임의 학력일 뿐이다. 지금 상황은 6년 전보다 혁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박재현: 최저학력제가 체육계로부터 공감을 받으려면 제도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탁민혁 교수(영국 러퍼브러대)와도 최저학력제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논의를 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새우깡 포장지를 보고 샀는데 내용물이 새우깡이 아니라 양파링이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새우깡을 산 사람은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최저학력제라는 이름을 쓰지만, 그 명칭과 다르게 실제 내용은 최저학력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최저학력이 아니라 누군가 임의로 정한 임의 학력일 뿐이다.(학생선수에게 정말 필요한 학력이라는 검증된, 객관적 근거는 없다는 뜻)
현재의 최저학력은 학교마다, 지역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이를 최저학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저학력에 대해 논리적 문제를 제기하면 혁신위원회 사람들은 '당신은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이다'라고 몰아붙인다. 최저학력을 두고 학술 토론을 하거나 논리를 고민하면, '왜 당신들은 선수들에게 공부를 안 시키려고 하느냐'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그 결과 나타난 반작용이 바로 체육계 주요 포지션을 엘리트 출신들이 역할을 하는 작금의 현실과도 연결돼 있다고 본다. 지금 상황은 6년 전보다 혁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지금 시점에서 사후적으로 회고하면 박재현 교수처럼 그런 아쉬움이 분명히 나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용철 교수 또한 할 말씀이 있을 텐데, 그나마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 논의의 장을 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장익영 교수: 스포츠 혹은 체육이 발전, 변화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어떤 이견도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현상이 드러나면, 그 현상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것 같다. 병원에 가는 이유는 병이 무엇인지 진단을 잘해서 잘 치료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픈 것만 계속 얘기하는 것 같다.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
최저 학력제나 체육 특기자도 그렇다. 체육 특기자 제도는 정 교수 말씀처럼 초중등이나 혹은 대학 고등교육법 안에 하나의 조항으로 입시 전형에 가까운 것이다. 그 체육 특기자 제도가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면, 우리는 그 문제가 왜 발생하느냐를 얘기해야 한다. 과거의 체육 특기자 제도는 현재 2025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문제의 본질에 대해 말해야 한다.
사회자: 체육 문제 해법 논의와 대안들이 표피적이었다는 지적 같다.
스포츠 승부 조작의 문제도 우리 사회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선수들을 비난한다. '너희들 왜 윤리적이지 않아'라고 선수들만 비난한다. 하지만 국가가 만들어 놓은 베팅 시스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최저 학력도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너무 커서 감옥에 넣을 수 없다'(too big to jail)는 식이다.
장익영: 본질은 없어지고 원래의 문제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그 발생한 현상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 체육은 전문 체육과 생활체육, 정과 체육의 세 가지를 해야 하는 모순된 구조다. 그 특이한 공간에서 전문 체육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사실은 학교 체육에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슈가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게 입시라는 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학습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운동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꼴이다.
탁민혁 교수와 많이 얘기하는데, 스포츠 승부 조작의 문제도 우리 사회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선수들을 비난한다. '너희들 왜 윤리적이지 않아'라고 선수들만 비난한다. 하지만 국가가 만들어 놓은 베팅 시스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스포츠의 기본 윤리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스포츠 베팅이라는 제도를 스포츠에 얹어놓은 뒤 선수들만 비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최저 학력도 마찬가지다. 학교 체육이나 특기자 문제를 얘기할 때 더 큰 문제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너무 커서 감옥에 넣을 수 없다'(too big to jail)는 식이다. 이런 것들이 힘없는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그게 체육 특기자 제도의 학생으로, 승부 조작 사건의 선수들이다.
사회자: 중간 정리를 하면, 6년 전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혁신안을 냈고 정책에도 반영됐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과연 그것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한 것은 아닌지 의견 대립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체육계 바깥의 외부 시선이랄 수 있는 오태규 연구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blockquote>금메달 따는 일부는 성공하지만, 대다수의 나머지는 어떻게 보면 훈련이나 교육 없이 광야에 내동댕이쳐져서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는 문제다. 전인적인 교육의 틀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새 정부에서 꾸준하게 고민해 야 한다.
오태규 연구원: 논의가 상당히 전문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단순하게 보면 결국은 학교의 전인 교육과 학생 선수의 문제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학생 선수들은 일반 학생과 분리돼 있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똑같은 학생이면서 체육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 학생 선수다. 우리는 두 영역의 길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덕체의 전인 교육으로 작동하고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만 잘하는 전문가들이 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학교 전체 속으로 통합돼서 체육 좋아하는 학생은 체육으로 나가 전문 직업을 갖는 시스템으로 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 가는 한 스포츠 엘리트조차도 빈익빈 부익부의 경향을 면할 수 없다.
체육을 잘해서 금메달 따는 일부는 성공하지만, 대다수의 나머지는 어떻게 보면 훈련이나 교육 없이 광야에 내동댕이쳐져서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는 문제다. 다시 강조하면 학교 스포츠가 전인적인 교육의 틀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새 정부에서도 하루아침에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꾸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자: 김완태 단장님은 어떤가요?
학생 선수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테제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환경이나 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예를 들면 학생 선수의 특수한 입장에 맞는 커리큘럼이나 아니면 시간 배분, 사회적 보상 등과 관련해 이해 관계자들이 공론장에서 소통하고, 학생들을 대변하는 부모님들하고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김완태 단장: 학생 선수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테제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환경이나 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예를 들면 학생 선수의 특수한 입장에 맞는 커리큘럼이나 아니면 시간 배분, 사회적 보상 등과 관련해 이해 관계자들이 공론장에서 소통하고, 학생들을 대변하는 부모님들하고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인공지능의 등장 등 세상이 엄청나게 빨리 변하고 있다. 오태규 위원 말씀처럼 전인교육이 돼야 하고, 다른 한편 어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운명이 달라진다. 농구단 단장 시절, 예를 들면 고등학생인데 2m6~7cm로 국가대표급이다. 충분히 프로에서 뛸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데, 고교와 대학의 담합 때문에, 또는 학교장에 의해 대학으로 간다. 또 다른 선수 한두 명을 끼어서 간다. 이것은 선수나 학부모에게 직업이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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