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2만가구 돌파… 건설업계 “세제·금융 지원 절실”

박지윤 기자 2025. 2. 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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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준공 후 미분양 2만1480가구, 지방 80% 차지
건설업계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시 취득‧양도‧보유세 한시 면제해야”
국토부 “현재 세제‧금융 관련 관계부처 협의 없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적체가 심화하자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12년 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양도소득세(양도세) 한시적 면제 혜택을 제공한 것처럼 정부가 강도 높고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통해 미분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148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1만8644가구)과 비교하면 15.2%(2836가구) 늘어난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한 부지에 세워진 서울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준공 후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약 1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14년 1월 2만566가구를 기록한 뒤 지난해 12월에 다시 2만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대부분 지방에 몰려있다. 지방 지역이 1만7229가구로 80%를 차지했으며 수도권은 4251가구로 20%의 비중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미분양 적체 현상은 계속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최근 발표한 올해 2월 전국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13.5로 전월(102.8) 대비 10.7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월 115.7을 기록한 뒤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선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 지역에 한정해 과거 미분양 해소 효과가 좋았던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양도세 면제’ 혜택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는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신축‧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매입 시점으로부터 5년 동안 양도소득세 전액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준공 후 미분양뿐 아니라 미분양 주택까지 범위를 넓혀 적용하면서 당시 약 10만명이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 A씨는 “정부가 10여년 전 양도세 한시 면제 카드를 냈었는데 당시 미분양 주택 감소 효과가 탁월했다”며 “현재 미분양 물량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에 양도세, 취득세 면제 혜택을 제공해 건설사들 발이 꽁꽁 묶여 있는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 8일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해부터 정부가 지방 지역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아 전향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취득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양도·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1주택자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일 경우 양도세와 종부세를 1세대 1주택자와 동일하게 산정하고 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 B씨는 “요즘 회사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정도가 아니라 미분양 때문에 ‘악’소리가 난다”며 “미분양으로 공사비 회수를 못하는 데다 대출기관에서 조달한 금융비용은 계속 쌓이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건설‧시행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B씨는 “정부가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 완화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 건설사업자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할 만한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사 줄도산을 막으려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상을 한정하는 것보다 준공 후 미분양 포함한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100% 세금 면제 혜택을 줘서 다주택자들도 집을 살 수 있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민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대 시장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미분양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주택협회) 본부장은 “현재 민간 임대 사업자 등록 대상은 오피스텔 등 비주택만 가능하며 아파트는 허용하지 않는다”며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취득‧양도‧보유세 면제 혜택과 함께 아파트를 민간 임대 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미분양 해소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모니터링하면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건설업계가 바라는 세제‧금융 지원에 관해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파격적인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추진 중인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의 조기 출시를 지원하는 등 주택 정책에 속도감을 높일 계획”이라면서도 “미분양 주택에 세제나 금융 지원을 하려면 기획재정부, 행정안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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