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코 앞인데 안 팔리네…‘메이플자이’ 상가 통매각 유찰

정해용 기자 2025. 2. 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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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메이플자이’ 상가 59호실 통매각 추진
한 차례 유찰 후 다시 입찰 공고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입주 후 7년째 상가 매각 못 마쳐
경기악화에 고분양가까지 겹쳐 미분양,공실 이어질 듯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상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곳인데 조합원이 소유한 상가를 제외한 30% 가까운 상가를 매각하지 못한 상태다. 상가를 통으로 매각하려고 지난달 초부터 일괄매각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지만 응찰한 업체가 없어 다시 입찰공고를 냈다.

서울 강남 3구 내에는 입주 후 7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상가를 다 분양하지 못한 단지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예전만큼 입주민 수요를 독점하는 프리미엄이 사라진 데다 오프라인 상권 침체와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까지 겹쳐 상가를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23일 재건축을 통해 신축한 ‘메이플자이’ 단지 내 상가(근린생활시설) 총 213호실 중 조합원이 소유한 것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 59호실(27.6%)을 통으로 매각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메이플자이 전체 대지 15만8555.7㎡ 중 상가는 4493㎡를 차지하며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로 짓고 있다. 상가 연면적은 2만1587.3495㎡다. 일반분양을 추진하는 59호실은 조합원 소유분과 마찬가지로 지하와 지상에 나눠 위치했다.

조합은 오는 6일까지 일괄매각업체에 대한 입찰을 받을 계획이다. 지난달 6일 첫 상가 매각 입찰공고를 냈지만 유찰됐고 이번에 다시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다시 공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메이플자이 3307가구는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통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가가 분양되지도 않은 채 입주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상가 분양금액을 받아야 조합이 이 금액을 사업비로 받아 조합원들에게 분배한 후 청산을 할 수 있는데 상가를 매각하지 못하면 장기간 조합이 청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을 통해 새로 지어지는 상가는 조합이 아파트처럼 일반 투자자에 개별 분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 조합 사이에서는 메이플자이처럼 아예 일괄 매각하려는 조합들이 나오고 있다. 단지 내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개별 분양이 어려워지면서 조합이 미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개별 분양보다 조금 가격을 낮게 받더라도 미분양 위험을 조합이 떠안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의 핵심 입지로 꼽히는 강남 3구 내 단지 중에서도 입주 후 수년이 지나도록 상가를 아직 다 분양하지 못한 곳도 있다. 송파구 가락동에 84개 동, 총 9510가구로 2018년 입주한 헬리오시티는 아직 상가 보류지를 매각하지 못한 상태다. 헬리오시티의 사업시행자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청산위원회는 1층과 지하 1층에 위치한 상가 3개호를 매각 중이다. 최저 입찰가는 4억6200만원(전용면적 24.2㎡)부터 14억3100만원(전용면적 37.44㎡)까지다. 2023년 10월 입찰공고에선 전용면적 24.2㎡의 최저 입찰가가 4억9000만원, 전용면적 37.44㎡의 최저 입찰가가 15억5200만원이었는데 각각 2800만원, 1억2100만원씩 최저 입찰가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입찰을 받았지만 분양하지 못했고 계속 분양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조합이 고가의 분양가를 고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요즘 경기가 악화하면서 자영업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신축 아파트의 상가 분양가는 상당히 높다”면서 “1층을 기준으로 신도시는 3.3㎡당 4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로 분양돼 전용면적 기준으로 10평(33㎡) 안팎의 상가가 4억~6억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 강남은 이보다 더 비싸 3.3㎡당 1억원을 넘는 곳도 많다”며 “이런 분양가로 분양을 하다 보니 임대료가 높아지고 임대료를 맞출 수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등 일부 상가만 들어와 다채로운 상권이 형성되지 못하고 공실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리서치팀장은 “상가는 보통 식료품이나 소비재를 파는 상점이 많았는데 이 시장이 온라인 쇼핑몰로 많이 옮겨가고 오프라인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단지 내 상가는 과잉공급이 이뤄져 미분양과 공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예전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상가가 있어 주민들의 쇼핑 수요를 어느 정도 독점했지만 요즘 대부분의 단지 상가들은 대로변에 있어 입주민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모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지 상가로서 입주민들을 독점할 수 있다는 프리미엄을 잃어버렸고, 대로변의 다른 상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것도 미분양의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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